좁은 문 -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5
앙드레 지드 지음, 이혜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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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라인을 펜슬에서 리퀴드로 변경한 둘쨋날입니다.

아무래도 서툰 손목 스냅에 반복적으로 모욕당하는 것은 못난 이 두개의 짝짝이 눈꺼풀이네요.
내일이 와도 한큐에 라인을 예쁘게 완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퇴근길에 장을 보고 한 손에 묵직한 이타알리아 스파게티 소스와 싸구려 생수 두 병을 나르느라 팔에 잔뜩 힘을 주고 왔거든요.
게다가 지금 막걸리를 맛나다고 퍼마시고 있는 걸 보니, 내일 분명 수전증에 시달릴 게 분명하군요.

 

그래도 이렇게 후기를 쓰며 여러분들과 마주하는 건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어처구니 없는 연속적인 상황에 생채기가 아물새도 없었거든요.
지독한 게으름 때문이라며 자책도 수없이 해 보았지만 이것은 아무래도 짖궂은 신의 장난이라고 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흑.

 

여러분들도 혹시 운명과 싸우느라 오늘도 고군분투 하시는지요?

지난 6월 25일 독서모임의 선정 도서였던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펭귄클래식)은 제롬과 알리사,그리고 쥘리에트의 안타까운 운명적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얘들이 또 싸우는 거 보면 지금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지 말입니다.  

 

자, 그럼 잡소리 그만하고 후기 들어갑니닷. 



1. Intro

 

이 날, 펭귄 클래식 독서모임 멤버들에겐 좁은 문으로 들어서는 건 제롬과 알리사, 쥘리에트 세 사람 만큼이나 참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해가 된다, 안된다에서부터 시작해서 답답하다 짜증난다 재미있다, 심지어는 흥분된다(?) 까지 정말 스펙터클한 표현들이 오고 갔는데요.

 

cyrus_ 첫번째 읽었을 땐 이해가 참 안가다가 두번째 읽기 시작하면서 알리사가 이해되던 걸요.

 

소공녀_ 이런 책을 쓴 사람이 어떻게 노벨 수상을? 정말 지루했어요.

 

무당광대_ 우리나라 소나기같은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허허, 그러고보니 오늘도 소나기가!. 참 셰익스피어 식으로 해석해보니 참 흥미로웠어요. 두 자매가 동시에 제롬을 사랑한다라….

 

sheknows2_ 제롬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아쉬웠답니다. 알리사를 제발 혼자두지 말았다면 좀 더 다른 결말이 나왔을텐데 말이에요.

 

삽하나_ 읽으면서 내내 좁은 문에 끼어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빼지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자꾸만 상상되었어요. 그나저나 도입부가 맘에 들지 않는군요. 변명 따위로 시작하는 글은 왠지 쉽사리 용납되지 않아욧.

 

또또맘_ 맞아요. 앞부분이 참 지루했어요.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인데 오늘 잘 풀어나가길 바랄 뿐이죠.

 

JH_  어머. 그러셨구나. 저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제롬과 제 성격이 참 비슷했거든요. 사랑의 방식이라든지 친구 사귀는 모습이라든지. 하지만 저라면 결코는 아니했을 상황을 벌리는 바람에 마음 속으로 '하지마!'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르겠네요.

 

2. 도대체 '좁은 문'이 뭡니까.

 

삽하나_ 왜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죠. 교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쉽사리 와닿지 않네요. 누가 쉽게 좀 설명해 줘요.

 

무당광대_ 좁은 문은 남을 위해 희생, 양보하는 선한길이라고 많이들 알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여기 우리, 커피 한 잔을 마신다고 가정해봅시다. 여러분들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때 커피 수확에 착취당한 까맣고 힘없는 작은 어린 소년들의 노동력에 관하여 매번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고 분개할 수 있나요?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면 우리는 지금 커피를 마시면 안 되는게 맞는 거죠. 그렇지 못한 우리는 모두 큰 문에나 적합한 속세형 인간들입니다. 즉 자신이나 가족 안위만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가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관심이 있어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상주의자들이 쉽게 종교에 빠지는 일이 흔하죠. 잘 생각해 보세요. You got it?

 

everybody_ 아항.

 

3.  이것은 지독한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

 

JH_ 저도 등장인물들과 같은 교인 중 하나지만 이건 정말 아니에요. 특히 알리사의 신앙관은 정말이지 글러먹었다구요. 아무래도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당시대의 종교적 문제점을 꼬집은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신앙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인데 이 여잔 정말 반대로 가고 있잖아요? 결국엔 제롬도 마찬가지구요.

 

또또맘_ 그러게 말이에요. 그러고보니 제롬이 여자에게 자꾸만 서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제롬이 어렸을 때 되먹지 못한 외숙모님께서 그의 바지 안으로 점점 손을 집어 넣는 장면, 기억나시나요? 이러한 작가의 초반 설정이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네요.

 

JH_ 성적인 접촉이 트라우마로 작용한 게 분명해 보이네요.

 

삽하나_ 그런 말 있잖아요. 여자 팔자는 엄마따라 간다고. 이야기 하나 해 드릴게요. 호주에 있었을 때 알게 된 호주인 여자 친구의 이름이 알리사와 비슷한 알리'샤'였는데요. 참으로 우울한 여자였어요. 인도인 남자친구에게 매번 맞고 다니고 경찰에 신고해서 구출(?)해 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그 남자 곁을 떠나질 못하더군요. 어느 날 울면서 한다는 이야기가 '난 저주 받았어!'라더이다. 고향 집에 있는 엄마도 아빠한테 맞고 있을 거라면서요.

 

이렇게 보면 정말 트라우마는 무시무시해요. 제롬의 취향을 새각해봐요. 여성적 매력이 넘치는 쥘리에트 대신 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당시 청교도 사회에서는 쉽사리 용납되지 않는) 알리사에 집착하게 되었을까요? 이 두 자매의 어머니의 모습을 쏙 빼닮은 여성이 '알리사'이기 때문 아닐까요? 또 좁은문의 마지막 결말을 다시 떠올려보세요. 쥘리에트도 결국 바람나 도망간 엄마의 뒤를 멋지게 이어줄거라 상상하니 정말 흥미로와지는 걸요? 또또맘님, 역시 예리하세요!

 

4. 진정한 승자는 바로 그녀, 쥘리에트.

 

JH_ 쥘리에트는 정말 임팩트가 강해요. 가장 인상깊은 인물을 꼽자면 주저 없이 쥘리에트를 꼽을 거에요. '좁은 문'이란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당광대_ 결말을 떠올려보니 정말 그렇네요. 적당히 남편의 눈을 속여 제롬과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듭니다.

 

소공녀_ 그래도 전 쥘리에트가 너무 불쌍해요. 제롬과 알리사 사이에서 무척 갈등했을 거에요. 앙드레 지드가 만들어 낸 이 잔인한 현실의 피해자 아닐까요.

 

 

5. 기타

 

또또맘_ (p.49참조) 책 앞부분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집어 넣은 꿈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네요. 결국 알리사가 꾼 꿈 내용과는 정 반대의 결말로 맺어지고 말잖아요?

 

cyrus_ 지상의 양식(민음사)을 추천해 드려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맹목적으로 숭배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좁은문과 함께 읽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펭귄맘_ 저는 시몬느 베이유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후훗.

 

데카메론_ 서로의 상상 속에서 서로를 지나치게 키워버린 것이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나,란 생각이 듭니다.

 

무당광대_ 이런 사람이 세상에 어딨을까요. 제롬은 정말이지 고지식합니다. 자수정 목걸이 생각나시죠? 답이 안 나옵니다. 사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렇죠.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외숙모 '알리사 뷔콜랭'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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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미치광이 펭귄클래식 54
로베르토 아를트 지음, 엄지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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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하십니까.

펭귄반 독서모임 지기 삽하나입니다. 퇴근이 늦어 부랴부랴 집에 와서는 곧장 욕실로 직행하여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건지 찜질을 한 건진 잘 모르겠으나 여하튼 그 여파로 몸이 축 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콤푸타 앞에 앉아 후기를 기다리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이렇게 글을 시작하는 저를 어여삐 봐주시기를 바라며 후기 시작합니다. 

(숨 안쉬고 읽은 사람 있으면 어디 손들어 봐요... )

 

리를 빛내주신 참가자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레몬숲님 2. asodie님 3. 지양님 4. 데미안님 5. 미메시스님 6. 둘리고고님 7. 엘루어님 8. hyem님 9. 삽하나(나임ㅋㅋ)

 

임 선정 도서는 로베르토 아를트7인의 미치광이.

 


본격 모임을 진행하기에 앞서 각자 알아서들 intro 가볍게 진행해주시는 아름다운 모습! 아, 저 정말 감동먹었지 뭡니까. 더욱이 다양한 시각으로 책을 요리조리 비춰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데는 각자 개성이 뚜렷하신 분들이 대부분으로 구성된 펭귄팀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그대들도 주인공들 못지 않게 대단히 미쳤다는 말. 아잉. 농이어요.)

 

1. 지금 누가 누굴더러 미쳤대?

 

현실에 대한 자학 냄새가 짙어 읽는 내내 괴로웠다는 누군가의 말에서부터 '정말 제대로 미친 것들이 아니냐'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내 저자 아를트의 서사방식과 그가 어디로부턴가 소환해온 캐릭터 하나하나가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매력이 상당하다고 말을 꺼내주신 asodie님에 대한 동조가 쪼르르 줄을 이으면서 '미친놈'과 '안 미친놈'의 경계 따위는 무너졌습니다. 결국 7인의 모습은 우리와 상당히 닮아있다는 의견의 우세가 확실했다죠.

레몬숲_ 현대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기둥서방과 창녀 아니겠어요. 악어와 악어새 같은, 서로 기생하고 있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잖아요. 제대로 날카롭게 비유하고 있는 거죠.

 

지양_ 사실 일수업자가 삥땅친다는 소재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지 않나요. 미쳤다고 하기엔 좀..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란 용어가 떠오르네요.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사상을 가리킨 이 말이 왠지 이들의 세상에도 적용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만큼 이 세상이 지독하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7인, 그들이 딛고 사는 현실 만큼이나.)

 

2. 방황하는 그대 마음 속 (이 죽일 놈의) 수학 공식.

 

그렇습니다. 7인은 미치지 않았답니다. '그러므로 너와 나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좁혀지는 가운데, 우리 펭귄팀 멤버들은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보자는 과감한(?) 시도를 감행했습니다.

 

데미안_ 7인, 이들은 자기정당화를 하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어요. 자기정당화의 반복만이 살길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삽하나_ 후후. 하이파이브합시다. 데미안님과 통했어요. 텍스트를 다시 한 번 들춰봅시다.

 

 "사람의 마음 속엔 우리도 모르는 어떤 수학 원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선이나 숫자의 조합을 지배하는 원리처럼 부정할 수 없는 엄청난 원리와 법칙 같은 것 말이에요." _ p.111: 13~

 

그리고선 저는 얼마 전 우연히 영어회화 스터디에서 접한 자기정당화의 공식을 들고 나와 화이트 보드에 삼각형을 그려가며 허접한 '1분 강의'를 했습니다. 스터디 할 땐 이거 뭐 어디 쓸모 있겠냐며 투덜댔는데 여기서 유용하게 써먹다니. 역시 사람은 뭐 하나라도 더 알아야…. 여하튼 이 공식에 따르면 '자기 정당화'는 다음의 A와 B가 불일치할 때, 즉 A와 B의 결과가 마이너스를 낳을 때 발생합니다.

 

         A(attitue/behavior/belief) ⓧ B(knowledge) = C(cognitive disonance)

         

좋은 예: 평소 데미안님을 별다른 이유없이 마음 속으로 지독히 싫어하던(-B) 삽하나. 그렇지만 매번 모임 때마다 마주치는 그를 냉랭하게 대하는 것은 모임 지기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싶어서 억지로 친밀감을 표시하거나 적당한 예의를 차리고 있다.(+A) 마음과 행동이 불일치 하므로 -C, 즉 '인식의 불일치(cognitive disonance)'를 낳은 것. 다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A ⓧ -B = -C

 

결과가 마이너스(-C), 즉 인식의 불일치로 인해 맘이 내내 편치 못하다. 바야흐로 '자기 정당화'가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로 만들기 위해서는 A를 마이너스로 고치거나 B를 플러스로 만들거나 둘 중의 하나. 그래서 삽하나는 데미안님의 장점을 보기로 했다.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어조는 마리아의 그것과 맞닿아 있으며 까맣고 짙은 눈동자는 진정 진실을 울리네. 게다가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저 해박한 지식의 바다여. 아아. 내가 데미안님을 그동안 오해했던 거였어. 그리하여 삽하나는 진심으로 데미안님을 동경(+B)하게 되었고

 

+A  + B = +C      

 

가 되었답니다. 데미안님. 사랑해요♡ 잇힝. (그리고 설명 끄읕.)

 

저희 펭귄팀 멤버들은 각자의 상황을 끼워맞춰 보며 저마다의 신세를 한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답니다.

여러분들의 공식은 어떠신가요. 술술 풀리십니까?

참고로 저는 수학이라면 질색입니다.

 

3. 별 일 없이 산다.

 

수학공식 때문인지 뭔지 몰라도 전원 모두 슬슬 골머리를 앓기 시작합니다. 1900년대 아르헨티나와 지금의 우리는 너무도 흡사하고, 여전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우울하다며 서로 앓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지긋지긋한 어두운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난 '평범한 삶'이 아니냐는 말이 삽하나 입으로부터 툭. 하고 나왔습니다. 근데 이거 정말 어렵잖습니까. 평범하게 사는 것. 공감 하시나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 일 없이 산다.'에 많은 젊은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 아닐까요.




4. 구리장미와 돈. 혹은 돈과 구리장미.


 

돈돈돈. 그 놈의 돈. 별 탈없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도 돈 때문에 결국 부딪치고 험난해지는 게 에르도사인의 우울한 삶 아닐까요. 소설 첫 장부터 시작되는 돈 이야기에 대부분 질려있었지만 그래도 이야길 꺼내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heym_ 에르도사인은 그렇게 많은 돈을 빼돌리고도 정작 한 일이라곤 생각없이 저지른 황당한 짓거리 뿐이죠. 새 양복, 새 구두를 사입어서 사치를 실컷 부릴만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입니다.

 

데미안_ 395쪽을 펴주시겠어요. 부자를 질시하면서 동경하는 에르도사인의 모습이 보이네요. 주인공을 통해 작가가 현실을 투영한 겁니다. 에르도사인이 돈을 훔치고서 정작 필요한 생필품에 돈을 쓰지 않은 건 객기라고 밖에 설명이 안되네요.

 

레몬숲_ 그러게 말이에요. 현대사회에서 돈은 신과 거의 다름없는 존재 아니겠어요.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신의 존재성을 생각해 본다면….)

 

둘리고고_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각기 캐릭터에게 있는 것 같아요. 애정에 목말라있다는 말이죠. 그러다보니 돈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요.

 

삽하나_ 그럼 돈과 비교해봤을 때 구리장미는 어떤가요. 그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돈이나 거기에 더럽게 따라붙는 지독히도 구차한 비극적 요소는 구리장미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장애물이 아닐까요. 우리도 그렇게 살잖아요.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면서요. 하고 싶은 거 제껴두고 돈을 우선적으로 좇기도 하고….

 

레몬숲_ 그러고보니 엘사가 떠난 건 돈이 아니라 '권태' 때문인 것 같아요. 권태….

 

삽하나_ 권태란 건 정말 위험한 놈인 것 같습니다. 에르도사인이 구리장미에 집착하는 이유도 권태를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드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돈? 구리장미? 혹시 구리장미와 돈 모두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어느 것을 먼저 좇으시겠어요. 구리장미가 먼저입니까. 돈이 먼저입니까. 이에 관해 고인이 되신 최고은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며 잠시 자리가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5. 기타

 

데미안_ 중남미 소설의 특징이 확실히 도드라지긴 합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하더군요. 황석영이 요새 쓰고 있다는 소설이 이런 형식이라는데 궁금하네요.

 

엘루어_ 세기말적인 어휘들이 많이 눈에 띄었어요. 이를 통해 부를 많이 가진 사람이 커질수록 세계 평화는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생각에 이르렀구요.

 

지양_“누가 이 자를 가엾이 여겨 자비를 줄까?”란 말이 잊혀지지가 않에요.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미메시스_ 그냥 이 책이 코메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엔 남미판 '죄와 벌'인가 했는데 결국 마지막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가 되어 버렸잖아요. 읽고 토론해야 한다는 현실 자체가 암울합니다.

 

둘리고고_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7개의 인형이 나오는 인형극을 지켜보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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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펭귄클래식 1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조혜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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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하세요.

강북 펭귄클래식 독서모임의 독서지기, 삽하나입니다.

지난 모임을 가진 후 즉각 올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ㅠ- ㅠ

이번 시학 모임 때 절 보시면 한 번 씩 옆구리 꼬집어주세요! (>ㅅ + 캬앜 정말ㅋ)

 

리를 빛내주신 참가자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민맘님 2. 특별한범인님 3. 소공녀님 4. 저기요님 5. 삽하나(나임ㅋㅋ)




이번 6차 펭귄클래식 독서모임 선정 도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입니다.

이 날 지민맘님께서 '도끼'라는 애칭을 자주 쓰셔서 저희도 옮고 말았지 뭡니까.

 

도끼. 요 두 글자는 한 없이 높아만 보이던 도스토옙스키를 깜찍이로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저희 강북 모임만의 나름의 술책(?)이기도 했지요. 난해하고 난해하고 소문이 자자한 도스토옙스키를 옆집 오빠 수준으로 끌어내려 보다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함이었다고나 할까요.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이 날 만큼이나 도끼가 친근 했던 적은 진정 없었던 것 같습니다.

 

1. 한 밤이여 안녕 VS 지하로부터의 수기

 

아무래도 지난 모임 선정도서였던 진 리스의 <한 밤이여 안녕>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더군요. <한 밤이여 안녕>의 사샤와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익명의 주인공은 여와 남. 분명 각기 성별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상당했습니다. 가난과 유산, 공상과 망상, 쉼없는 독백, 그리고 밤과 지하라는 각각의 혼자만의 밀실을 인정한 점. 소설 속에는 극대화 되어 나타나긴 했지만 사실상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거침없이 적나라하게 자신을 드러낸 이 수기에서 우리는 또다른 자아를 마주하고 자신을 구원하라는 도끼로부터의 메시지를 하달 받았답니다.

 

2. 제 2의 주인공, 창녀 리자.

 

주인공의 심적 갈등과 모순이 가장 격렬하게 반응하는 데는 창녀 리자의 공이 큽니다. 리자를 마구 짓밟고 나서 느낀 우월감은 곧 뒤돌아서 후회하고 말지요. 익명의 주인공이 지하로 들어가 살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창녀 리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책 제목에 '리자에게 쓰는 편지'라는 부제를 달아주고 싶을 정도로 리자를 제 2의 주인공으로 치켜주고픈 마음이 있네요.

 

3. 익명의 저자, 혹시 히코모리?

 

인간과의 접촉은 거의 차단한 채 지하에서 홀로 독백하는 익명의 저자를 두고 지민맘님은 '히코모리'와 비슷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실 사회성이 지독히 없으면서 대인관계마저 꽝. 게다가 책과의 관계가 가장 친밀하다는 점에서 주인공은 그들과 유사성이 짙었고요. 또 "실제 주변 인물 중 히코모리가 있다."는 발언과 함께 슬쩍 비춰주신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만.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므로 여기서 그만 두겠습니다. (아우 입간지러 >ㅅ <)

 

4. 그들의 존재감을 인정하세요.

 

익명의 주인공에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은 썩은 우월감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린 모두 나름의 우월감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처럼 이리저리 치여 방황을 하고 애먼 창녀에게 욕보이지 않으려면 우리들 모두, 내면의 우월감을 인정해줍시다. 그리고 적절할 때 마구 발산해버립시다. 다만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만요. (요기서 노래 하나 떠오르시는 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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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철학자 펭귄클래식 1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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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하십니까.

강북 펭클 독서모임의 지기 삽하나입니다.

지난 19일, 우리 독서모임은 후마니타스 책다방의 훈훈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루어졌답니다.



리를 빛내주신 참가자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mkdocu님 2. beth님 3. 윤민아님 4. 삽하나(나임ㅋㅋ)

 


5회 선정 도서는 '아가씨와 철학자'. 피츠제럴드의 단편모음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멤버들, 책에는 영 관심이 없고 점점 먹고 사는 얘기에만 치중하기 시작합니다.

왜 그랬을까요.....ㅋㅋㅋ

 

1. '아가씨와 철학자'…. 글쎄요.

"대부분이 딱히 제 스타일은 아니네요."와 함께 터져나온 불만들을 줏어 담으면서 시작된 독서모임. 아무래도 당시 시대적,사회적 상황과 분위기 파악이 잘 되지 못한 채 읽어나가려니 어려움이 많았다는 멤버들의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나왔습니다. 그리고 군데군데 초기 습작들이 엮인 터라 작품성도 그닥 좋다고 말할만한 것들이 없다고 본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서문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언급된 '얼음궁전'은 어느 누구의 감성도 자극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전설(?)이….우리 펭클 가족들 중에서 누가 좀 '얼음궁전'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아이 참, 그래도 '피츠제럴드' 잖아요. 수록된 단편들 전부는 아니어도 각자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은 하나씩 마음에 가지고 있기 마련! mkdocu님과 민아님은 '바다로 간 해적'의 순정만화같은 스토리에 반하셨구요. Beth님과 저는 '머리와 어깨'가 아주 인상깊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2. '아가씨'라고 해서 다같은 아가씨가 아냐.

원제 'Flappers and philosophers'를 보니 아가씨에 해당되는 단어가 Ladies가 아니라 Flappers더군요. Flappers는 재즈 시대라고 흔히 일컬어지는 1920년대의 신여성이라고 합니다. 

 



 

위 사진 속의 여성들이 당시대를 대표하는 Flapper들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센스쟁이들!) 짧아진 머리 길이 만큼이나 짧아진 스커트 길이 등 복장, 행동 등에서 기존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고리타분한 이미지와 고정관념, 관습 등등을 깨뜨렸다지요. 당시 라디오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Flapper들은 재즈라는 대중문화와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되었고, 이들의 삶과 문화는 음악가, 소설가 등 예술가들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비범한 천재 호레이스 타박스를 찾아가면 오천 개의 *팰맬을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찰리 문이었다."

                                                                       p.111 9번째 줄 ('머리와 어깨')

 

여기서 팰맬은 담배 브랜드 중 하납니다. Flapper들에겐 담배 역시 필수품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요.(멋져브러) 실제 '아가씨와 철학자'의 단편 곳곳마다 등장하는 주인공 여성들은 남자 앞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는가 하면, 자기 주체적인 삶을 찾아 나름의 자유를 꿈꾸고 무모한 모험도 서슴지않습니다. 정말 대단한 언니들이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나저나 팰맬, 호주에서 편의점 알바할 때 취급했던 담배 중 하나였는데. 무척 싸구려라고 기억되는데 예전엔 한 인기 했나보죠? 아시는 분 답글 부탁드려요

 

3. 단편 '머리와 어깨'를 보는 두 가지 시선

Beth님과 제가 인상깊게 읽었다고 입을 모은 '머리와 어깨'. 그런데 시선이 달랐습니다. 이 날 청일점이셨던 Beth님과의 의견과 나머지 여성 셋의 의견이 나뉘었지요.(흐흐)

 

마르샤와 호레이스. 각기 댄서와 철학자라는, 언뜻 보기엔 차암 융화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를 수록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는 이들의 자리를 뒤바꿈 시키게 됩니다. 마르샤는 명성 높은 대중 작가로, 남편은 곡마단의 곡예사로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자아 실현을 포기하고 곡예사 짓을 하는 그가 그저 안타깝고 '정녕 이게 현실이란 말인가.'란 생각에 고개를 저었습니다만. 여기에 민아님께서 얹어주신 '거봐, 이래서 남자들이 얼마나 불쌍해.'에 모두들 무너지려는 찰나.

 

묵묵히 Listener의 자리를 지키고 계시던 Beth님께서 한 마디 하시더군요.

 

'그래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부부.'

 

결말에서 보여진 호레이스의 태도는 그럴만 하니까. 정도로 이해하고서 본다면 아름다운 면이 충분하다는 것이 Beth님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아름답기도 하더군요. 정말. 귀얇은 나머지 여자 셋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은 까맣게 잊은 채 Beth님 의견으로 기울어졌다는 소문이…. 

 

그런데 자꾸만 저는 머리와 어깨의 두 주인공 부부를 떠올릴 때마다 피츠제럴드와 그의 부인 젤다의 모습이 겹쳐지더군요. 헤밍웨이의 자서전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이라는 책을 보면 젤다가 피츠제럴드의 작업에 대해 몹시 질투하고 비난한다는 것이 언급되기도 하는데요. 누군가는 젤다가 작가의 길을 갈망했지만 피츠제럴드로 인해 그 길이 막혀버렸고, 이로인해 그녀의 알콜중독증세와 정신병이 심각해졌다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이게 사실이라면 '머리와 어깨'는 어떻게 보면 피츠제럴드의 양심고백 내지는 일기장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진실은 아무도 몰라요 ㅋㅋ

 

4. 갯과와 고양잇과, 당신은 어느 쪽?

단편 '얼음궁전'의 페이지 89에서는 주인공 샐리 캐롤은 댄스 플로어에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갯과'와 '고양잇과'로 나눕니다.

 

"'갯과'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섬세함에 대립되는 어떤 의식적인 남성성?"

"그런 것 같아요. 한 번도 분석해보진 않았어요. 그저 사람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갯과'다 또는 '고양잇과'다 하고 말하죠. 정말 터무니없긴 해요, 내가 생각해도."

 

mkdocu님께서는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 떠오르신다며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정말 저도 재밌게 감상했던 로맨틱코메디로 기억하는데. 다시 한 번 찾아 봐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펭클 가족분들은 갯과인가요 고양잇과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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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펭귄클래식 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마이클 헐스 작품해설,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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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하십니까.

강북 펭클 독서모임의 지기 삽하나입니다.
벌써 수주가 흘렀군요. ㅠ- ㅠ
지난 10월 2일에 독서모임을 가졌는데 이제서야 후기 올리는 점 사죄 부탁드립니다.
(핑계 결코 아닌 진정한 이유 댈래면 댈수 있지만 구차하므로 패스ㅋㅋㅋㅋㅋㅋ)
행히 당일 자릴 빛내주신 매니저님께서 사진과 함께 정겨운 후기 올려주셔서 그걸로 위안삼은 듯 합니다 ㅠ- ㅠ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기를 약속드리며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후기 작성하옵니다.



리를 빛내주신 참가자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민맘님 2. mkdocu님 3. 산타클로스님 4. 소공녀님 5. 삽하나(저임ㅋㅋ) +특별 게스트, 꼬꼬마 지민양♡

 

임의 선정 도서는 괴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저는 왜 자꾸만 괴테라고 아니쓰고 '괴퇴'라고 썼다 지우길 반복하는 것일까요 ;;)



우선 예비 모임 때 거론되었던 주제를 토대로 토론의 물꼬를 터 보았습니다.

 

1. 베르테르, 단지 '현실도피'일 뿐이다?

 
'자살'이라는 두 단어에 관련된 모든 종교적 의미를 배제하고서, '자살'이라는 행위에 옳다, 그르다는 식의 잘잘못을 가리는, 자칫 살벌해질 수 있는 사견은 잠시 접어두고서 이야기해보기로 했습니다.

 

A 삽하나) 흔히 자살은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으로 치부되어 많은 이들에게 금기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베르테르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베르테르는 잔인하지만 강렬하고 오래가는 사랑의 표현 방식을 '자살'로 택했던 것은 아닐까요. 남겨진 그녀가 그를 향해 평생 안고 갈 연민과 상처, 후회, 눈물을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 어쨌거나 베르테르가 자살을 통해 로테의 가슴에 존재감을 깊이 새겼다는 점, 또한 이는 그의 죽음이 결코 허무하지만은 않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B mkdocu님) 베르테르에게 우선시 된 것은 육신보다는 마음이라고 봅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아무련 미련이 없고 잃은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저 마음이 허락하는 대로 행동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울 뿐인 육신따위. 그에게 중요할 리 없죠.

 

C 산타클로스님) 복수적 측면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저 같았으면 그 권총으로 알베르트를 사살했을 것 같은데 베르테르는 그렇지 않았죠. 이는 그의 순수하고 순결한 성향을 말해줍니다. 또한 베르테르는 스스로 로테를 손에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이상적 존재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를 자살로 이끈 것이 아닐까요.

 

D 소공녀님) 사랑이란 개념이 행복으로 발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아픔을 가져온다는 모순이 베르테르를 괴롭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아요. 이에 따른 이런 저런 과정에서 감정 조절에 실패한 나머지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E 지민맘님) 그런데 말입니다. 자살을 한다고 해서 로테 같은 여성에게 자신의 존재를 크게 각인시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 아닐까요. (간접적 경험에 비추어 설명해주셨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의 삶을 이어나가기에도 바쁩니다. 복수를 하려 했든 그녀에게 영원한 존재로 남기를 바랬든, 냉철하게 본다면 죽은 사람만 억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VS '아내가 결혼했다'

 

역시 예비모임에서 거론된 바 있는 내용입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접하지 못한 저를 포함한 다른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던져 보았습니다. 지민맘님께서는 두 소설의 여 주인공이 어딘가 비슷하지만 또 다른 특색이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로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는 권총을 직접 건네주며 상대를 제거(?)하지만, 인아(아내가 결혼했다)는 남주인공 셋 모두를 아우르며 알콩달콩 잘 사는 방식을 택합니다. 둘 모두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점, 또 그만큼 잔인하고 못되 처먹은(?) 여성의 표본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흥미롭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 삽하나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므로 과감히 생략하겠습니다. (꺄우 근질거려 >ㅅ <)

 

3. 빌헬름, 누구냐 너!

 

우리 펭귄클래식 강북 독서모임 멤버들은 베르테르와 동성애적 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수많은 량의 편질 주고 받은 '빌헬름'이라는 작자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빌헬름. 빌헬름. 입 안에 이름을 담아 보자니 왠지 또 다른 느낌으로 읽히는군요. 리을이 입천장에 닿는 느낌이 껄끄럽달까. 아무튼.)

 

언제나 베르테르에게 상당한 이성적 잣대를 제시하는 빌헬름은 정작 그의 앞에는 나타나지 않은 채 오로지 편지로만 그를 위합니다. 베르테르가 그렇게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직접 다가와 술 한 잔 기울여주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지민맘님께서는 개인적 경험을 빌려본다면 빌헬름은 베르테르가 지긋지긋했던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귀찮고 싫어서 알면서도 방관하는 것입니다. 이해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그럴듯한 조언을 주고, 또주고, 자꾸만 주는데도 여전히 답을 못찾고 방황하면서 투덜대기만 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저 삽하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아, 나 그거 뭔지 알겠다." 라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4. 베르테르 효과, 하지만 괴테는 정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으로 급 부상하게 된 괴테. 또 이는 당시 '베르테르 효과'를 낳으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낳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계속되고 있지만요.) 그런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문에는 독자들이 자신의 책으로 위안을 삼았으면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당시 자살을 택한 많은 이들이 괴테가 의도한 바대로 진정 이 책을 위안으로 삼았는지, 아니면 베르테르의 심경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 괴로움에 못 이긴 나머지 그리 되었는지는 알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말씀드리면 괴테 자신은 정작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는 괴테 자신의 짝사랑 이야기와 친구 예루살렘의 자살 사건 등 직간접 경험들이 녹아 있습니다. 괴테 본인은 자신의 작품을 써내려가면서 개인적으로 담고 있던 정신적 괴로움과 압박에서 벗어나 모든 것은 청산, 승화시키고 더 나아가 83세까지 장수하며 자유 연애를 즐기다 잘 죽었다고 합니다. 무려 74세엔 19세 소녀에게 푹 빠져버리기도 했다고. 허허.

 

5. 기타

_mkdocu님; 빌헬름, 나쁜친구입니다. 이야길 들어줄 좋은 친구 하나만 있어도 자살을 막을 수 있다던데.

_삽하나; 괴테를 스타덤에 오르게한 책인 듯 하지만 스토리 구성이 허접, 난잡한 건 사실이죠.

_산타클로스님; 자살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 '죽음'이라지요.

_지민맘님; 스콧니어링도 자기 의지로 굶어서 죽었다지요. 흐음.

_지민맘님, mkdocu님, 산타클로스님; 단테의 신곡과 함께 읽어보고 비교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_삽하나, mkdocu, 지민맘, 소공녀; 산타클로스님 말씀을 너무 잘하세요 >ㅅ < (요런순수동안미소년같으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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