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철학자 펭귄클래식 1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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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하십니까.

강북 펭클 독서모임의 지기 삽하나입니다.

지난 19일, 우리 독서모임은 후마니타스 책다방의 훈훈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루어졌답니다.



리를 빛내주신 참가자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mkdocu님 2. beth님 3. 윤민아님 4. 삽하나(나임ㅋㅋ)

 


5회 선정 도서는 '아가씨와 철학자'. 피츠제럴드의 단편모음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멤버들, 책에는 영 관심이 없고 점점 먹고 사는 얘기에만 치중하기 시작합니다.

왜 그랬을까요.....ㅋㅋㅋ

 

1. '아가씨와 철학자'…. 글쎄요.

"대부분이 딱히 제 스타일은 아니네요."와 함께 터져나온 불만들을 줏어 담으면서 시작된 독서모임. 아무래도 당시 시대적,사회적 상황과 분위기 파악이 잘 되지 못한 채 읽어나가려니 어려움이 많았다는 멤버들의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나왔습니다. 그리고 군데군데 초기 습작들이 엮인 터라 작품성도 그닥 좋다고 말할만한 것들이 없다고 본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서문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언급된 '얼음궁전'은 어느 누구의 감성도 자극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전설(?)이….우리 펭클 가족들 중에서 누가 좀 '얼음궁전'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아이 참, 그래도 '피츠제럴드' 잖아요. 수록된 단편들 전부는 아니어도 각자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은 하나씩 마음에 가지고 있기 마련! mkdocu님과 민아님은 '바다로 간 해적'의 순정만화같은 스토리에 반하셨구요. Beth님과 저는 '머리와 어깨'가 아주 인상깊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2. '아가씨'라고 해서 다같은 아가씨가 아냐.

원제 'Flappers and philosophers'를 보니 아가씨에 해당되는 단어가 Ladies가 아니라 Flappers더군요. Flappers는 재즈 시대라고 흔히 일컬어지는 1920년대의 신여성이라고 합니다. 

 



 

위 사진 속의 여성들이 당시대를 대표하는 Flapper들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센스쟁이들!) 짧아진 머리 길이 만큼이나 짧아진 스커트 길이 등 복장, 행동 등에서 기존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고리타분한 이미지와 고정관념, 관습 등등을 깨뜨렸다지요. 당시 라디오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Flapper들은 재즈라는 대중문화와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되었고, 이들의 삶과 문화는 음악가, 소설가 등 예술가들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비범한 천재 호레이스 타박스를 찾아가면 오천 개의 *팰맬을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찰리 문이었다."

                                                                       p.111 9번째 줄 ('머리와 어깨')

 

여기서 팰맬은 담배 브랜드 중 하납니다. Flapper들에겐 담배 역시 필수품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요.(멋져브러) 실제 '아가씨와 철학자'의 단편 곳곳마다 등장하는 주인공 여성들은 남자 앞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는가 하면, 자기 주체적인 삶을 찾아 나름의 자유를 꿈꾸고 무모한 모험도 서슴지않습니다. 정말 대단한 언니들이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나저나 팰맬, 호주에서 편의점 알바할 때 취급했던 담배 중 하나였는데. 무척 싸구려라고 기억되는데 예전엔 한 인기 했나보죠? 아시는 분 답글 부탁드려요

 

3. 단편 '머리와 어깨'를 보는 두 가지 시선

Beth님과 제가 인상깊게 읽었다고 입을 모은 '머리와 어깨'. 그런데 시선이 달랐습니다. 이 날 청일점이셨던 Beth님과의 의견과 나머지 여성 셋의 의견이 나뉘었지요.(흐흐)

 

마르샤와 호레이스. 각기 댄서와 철학자라는, 언뜻 보기엔 차암 융화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를 수록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는 이들의 자리를 뒤바꿈 시키게 됩니다. 마르샤는 명성 높은 대중 작가로, 남편은 곡마단의 곡예사로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자아 실현을 포기하고 곡예사 짓을 하는 그가 그저 안타깝고 '정녕 이게 현실이란 말인가.'란 생각에 고개를 저었습니다만. 여기에 민아님께서 얹어주신 '거봐, 이래서 남자들이 얼마나 불쌍해.'에 모두들 무너지려는 찰나.

 

묵묵히 Listener의 자리를 지키고 계시던 Beth님께서 한 마디 하시더군요.

 

'그래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 부부.'

 

결말에서 보여진 호레이스의 태도는 그럴만 하니까. 정도로 이해하고서 본다면 아름다운 면이 충분하다는 것이 Beth님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아름답기도 하더군요. 정말. 귀얇은 나머지 여자 셋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은 까맣게 잊은 채 Beth님 의견으로 기울어졌다는 소문이…. 

 

그런데 자꾸만 저는 머리와 어깨의 두 주인공 부부를 떠올릴 때마다 피츠제럴드와 그의 부인 젤다의 모습이 겹쳐지더군요. 헤밍웨이의 자서전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이라는 책을 보면 젤다가 피츠제럴드의 작업에 대해 몹시 질투하고 비난한다는 것이 언급되기도 하는데요. 누군가는 젤다가 작가의 길을 갈망했지만 피츠제럴드로 인해 그 길이 막혀버렸고, 이로인해 그녀의 알콜중독증세와 정신병이 심각해졌다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이게 사실이라면 '머리와 어깨'는 어떻게 보면 피츠제럴드의 양심고백 내지는 일기장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진실은 아무도 몰라요 ㅋㅋ

 

4. 갯과와 고양잇과, 당신은 어느 쪽?

단편 '얼음궁전'의 페이지 89에서는 주인공 샐리 캐롤은 댄스 플로어에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갯과'와 '고양잇과'로 나눕니다.

 

"'갯과'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섬세함에 대립되는 어떤 의식적인 남성성?"

"그런 것 같아요. 한 번도 분석해보진 않았어요. 그저 사람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갯과'다 또는 '고양잇과'다 하고 말하죠. 정말 터무니없긴 해요, 내가 생각해도."

 

mkdocu님께서는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 떠오르신다며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정말 저도 재밌게 감상했던 로맨틱코메디로 기억하는데. 다시 한 번 찾아 봐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펭클 가족분들은 갯과인가요 고양잇과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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