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좁은 문 - 펭귄 클래식 ㅣ 펭귄클래식 5
앙드레 지드 지음, 이혜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아 이라인을 펜슬에서 리퀴드로 변경한 둘쨋날입니다.
아무래도 서툰 손목 스냅에 반복적으로 모욕당하는 것은 못난 이 두개의 짝짝이 눈꺼풀이네요.
내일이 와도 한큐에 라인을 예쁘게 완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퇴근길에 장을 보고 한 손에 묵직한 이타알리아 스파게티 소스와 싸구려 생수 두 병을 나르느라 팔에 잔뜩 힘을 주고 왔거든요.
게다가 지금 막걸리를 맛나다고 퍼마시고 있는 걸 보니, 내일 분명 수전증에 시달릴 게 분명하군요.
그래도 이렇게 후기를 쓰며 여러분들과 마주하는 건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어처구니 없는 연속적인 상황에 생채기가 아물새도 없었거든요.
지독한 게으름 때문이라며 자책도 수없이 해 보았지만 이것은 아무래도 짖궂은 신의 장난이라고 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흑.
여러분들도 혹시 운명과 싸우느라 오늘도 고군분투 하시는지요?
지난 6월 25일 독서모임의 선정 도서였던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펭귄클래식)은 제롬과 알리사,그리고 쥘리에트의 안타까운 운명적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얘들이 또 싸우는 거 보면 지금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지 말입니다.
자, 그럼 잡소리 그만하고 후기 들어갑니닷.
1. Intro
이 날, 펭귄 클래식 독서모임 멤버들에겐 좁은 문으로 들어서는 건 제롬과 알리사, 쥘리에트 세 사람 만큼이나 참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해가 된다, 안된다에서부터 시작해서 답답하다 짜증난다 재미있다, 심지어는 흥분된다(?) 까지 정말 스펙터클한 표현들이 오고 갔는데요.
cyrus_ 첫번째 읽었을 땐 이해가 참 안가다가 두번째 읽기 시작하면서 알리사가 이해되던 걸요.
소공녀_ 이런 책을 쓴 사람이 어떻게 노벨 수상을? 정말 지루했어요.
무당광대_ 우리나라 소나기같은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허허, 그러고보니 오늘도 소나기가!. 참 셰익스피어 식으로 해석해보니 참 흥미로웠어요. 두 자매가 동시에 제롬을 사랑한다라….
sheknows2_ 제롬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아쉬웠답니다. 알리사를 제발 혼자두지 말았다면 좀 더 다른 결말이 나왔을텐데 말이에요.
삽하나_ 읽으면서 내내 좁은 문에 끼어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빼지도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자꾸만 상상되었어요. 그나저나 도입부가 맘에 들지 않는군요. 변명 따위로 시작하는 글은 왠지 쉽사리 용납되지 않아욧.
또또맘_ 맞아요. 앞부분이 참 지루했어요.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인데 오늘 잘 풀어나가길 바랄 뿐이죠.
JH_ 어머. 그러셨구나. 저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제롬과 제 성격이 참 비슷했거든요. 사랑의 방식이라든지 친구 사귀는 모습이라든지. 하지만 저라면 결코는 아니했을 상황을 벌리는 바람에 마음 속으로 '하지마!'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르겠네요.
2. 도대체 '좁은 문'이 뭡니까.
삽하나_ 왜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죠. 교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쉽사리 와닿지 않네요. 누가 쉽게 좀 설명해 줘요.
무당광대_ 좁은 문은 남을 위해 희생, 양보하는 선한길이라고 많이들 알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여기 우리, 커피 한 잔을 마신다고 가정해봅시다. 여러분들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때 커피 수확에 착취당한 까맣고 힘없는 작은 어린 소년들의 노동력에 관하여 매번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고 분개할 수 있나요?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면 우리는 지금 커피를 마시면 안 되는게 맞는 거죠. 그렇지 못한 우리는 모두 큰 문에나 적합한 속세형 인간들입니다. 즉 자신이나 가족 안위만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가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관심이 있어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상주의자들이 쉽게 종교에 빠지는 일이 흔하죠. 잘 생각해 보세요. You got it?
everybody_ 아항.
3. 이것은 지독한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
JH_ 저도 등장인물들과 같은 교인 중 하나지만 이건 정말 아니에요. 특히 알리사의 신앙관은 정말이지 글러먹었다구요. 아무래도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당시대의 종교적 문제점을 꼬집은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신앙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인데 이 여잔 정말 반대로 가고 있잖아요? 결국엔 제롬도 마찬가지구요.
또또맘_ 그러게 말이에요. 그러고보니 제롬이 여자에게 자꾸만 서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제롬이 어렸을 때 되먹지 못한 외숙모님께서 그의 바지 안으로 점점 손을 집어 넣는 장면, 기억나시나요? 이러한 작가의 초반 설정이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네요.
JH_ 성적인 접촉이 트라우마로 작용한 게 분명해 보이네요.
삽하나_ 그런 말 있잖아요. 여자 팔자는 엄마따라 간다고. 이야기 하나 해 드릴게요. 호주에 있었을 때 알게 된 호주인 여자 친구의 이름이 알리사와 비슷한 알리'샤'였는데요. 참으로 우울한 여자였어요. 인도인 남자친구에게 매번 맞고 다니고 경찰에 신고해서 구출(?)해 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그 남자 곁을 떠나질 못하더군요. 어느 날 울면서 한다는 이야기가 '난 저주 받았어!'라더이다. 고향 집에 있는 엄마도 아빠한테 맞고 있을 거라면서요.
이렇게 보면 정말 트라우마는 무시무시해요. 제롬의 취향을 새각해봐요. 여성적 매력이 넘치는 쥘리에트 대신 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당시 청교도 사회에서는 쉽사리 용납되지 않는) 알리사에 집착하게 되었을까요? 이 두 자매의 어머니의 모습을 쏙 빼닮은 여성이 '알리사'이기 때문 아닐까요? 또 좁은문의 마지막 결말을 다시 떠올려보세요. 쥘리에트도 결국 바람나 도망간 엄마의 뒤를 멋지게 이어줄거라 상상하니 정말 흥미로와지는 걸요? 또또맘님, 역시 예리하세요!
4. 진정한 승자는 바로 그녀, 쥘리에트.
JH_ 쥘리에트는 정말 임팩트가 강해요. 가장 인상깊은 인물을 꼽자면 주저 없이 쥘리에트를 꼽을 거에요. '좁은 문'이란 제목에 가장 어울리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당광대_ 결말을 떠올려보니 정말 그렇네요. 적당히 남편의 눈을 속여 제롬과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듭니다.
소공녀_ 그래도 전 쥘리에트가 너무 불쌍해요. 제롬과 알리사 사이에서 무척 갈등했을 거에요. 앙드레 지드가 만들어 낸 이 잔인한 현실의 피해자 아닐까요.
5. 기타
또또맘_ (p.49참조) 책 앞부분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집어 넣은 꿈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네요. 결국 알리사가 꾼 꿈 내용과는 정 반대의 결말로 맺어지고 말잖아요?
cyrus_ 지상의 양식(민음사)을 추천해 드려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맹목적으로 숭배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좁은문과 함께 읽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펭귄맘_ 저는 시몬느 베이유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후훗.
데카메론_ 서로의 상상 속에서 서로를 지나치게 키워버린 것이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나,란 생각이 듭니다.
무당광대_ 이런 사람이 세상에 어딨을까요. 제롬은 정말이지 고지식합니다. 자수정 목걸이 생각나시죠? 답이 안 나옵니다. 사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렇죠.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외숙모 '알리사 뷔콜랭'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