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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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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로열은 백인들이 존 밸런타인을 그들의 일원으로받아준다고 말했다. 그의 피부색은 매우 밝은 편이었다. 흑인이라면 누구든지 그의 에티오피아 혈통을 즉 시 알아보았다. 그 코와 입술, 곱슬이 아닌 머리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머니는 침모였고, 아버지는 2, 3개월마다 돌아다녀야 하는 백인 행상이었다. 아버지는 죽으면서 자신의 땅을 아들에게 물려주었고, 그것이 집 밖에서 아들을 처음으로 인정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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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Paperback) - 『빌러비드』 원서
토니 모리슨 지음 / Vintage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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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번지는 시끄러웠다. 스탬프 페이드는 길에서도 그 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그는 최대한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그 집을 향해 걸어갔..
다. 행여 누군가 봐도 밀정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자꾸 들면서 밀정이 된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오려낸 신문 기사를 폴 디에게 보여주고, 바로 그날 그가 124번지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스탬프는 줄곧 마음이편치 않았다. 남자에게 그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심하다가 결국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그러고 나자 세서가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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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Paperback) - 『빌러비드』 원서
토니 모리슨 지음 / Vintage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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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수요일까지래." 소년은 구두 혀를 맞잡아 두 짝을 한 손에들고 있었다. "엄마가 수요일까지 고쳐놓으라고 했어." 베이비 석스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다음에는 근육을 씰룩거리는선두 말을 길가에 붙들고 선 여자를 보았다.
"엄마가 수요일까지래. 내 말 들었어? 베이비? 베이비?" 그녀는 소년에게서 구두 진흙이 잔뜩 묻은 목이 높은 구두를받아들고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주님,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레가 삐거덕거리며 블루스톤 로드를 내려갔다. 수레에 탄 사람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수레가 흔들리자 아기는잠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에 세서의 드레스가 굳은 송장처럼, 뻣뻣하게,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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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Paperback) - 『빌러비드』 원서
토니 모리슨 지음 / Vintage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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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스가 제 이름이거든요, 주인님. 제 남편한테서 딴 이름이지요. 남편은 절 제니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그럼 뭐라고 불렀는데?"
베이비요."
음. 가너 씨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내가 너라면 계속 제니 휘틀로란 이름을 쓸 것 같구나. 베이비 석스 부인은 자유로운 흑인에게 는 안 어울리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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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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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MILY MAKES MY LIFE HELL”


혈육이 싫어서 호주로 훌쩍 도망가 살았던 때가 벌써 햇수로 7년이 넘어갑니다. “MY FAMILY MAKES MY LIFE HELL”. 한 집에 사는 친구들과 뒤뜰에서 싸 구려 팩 와인을 나눠 마시면서 곧잘 하던 말인데요. 보고 싶다는 엄마 아빠 목소리에 비자 연장을 취소하고 한국행을 택했던 그 때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작금의 현실은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가족과 국가라는 울타리, 이 숙명의 태클질에 진정 답은 없는 걸까요. (흑흑) 모두들 근심과 불안을 잔뜩 미간 사이에 우겨 넣고 이야기를 슬금슬금 풀어 보았습니다.


※ 제 못난 손글씨와 기억에 근거하여 적기 시작합니다. 토론 내용이 말씀하신 분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카페마켓밤삼킨별>에는 모과 나무들이 이렇게 주렁주렁. 카페가 모과향으로 가득했어요!


모임일자: 2015년 10월 24일 토요일 3시

참가자: Hosue90, 시진, 헤르메스, 레삭매냐, 대장물방울, 헬렌, 자렛, 삽하나 + 마욤(뒷풀이)




# <가나>에서 <바벨>, 그리고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이르기까지

대장물방울: 냉정하고 담담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집안일에 대처하는 내 개인적인 성격과도 부합하여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Hosue90: 외국소설보다 한국소설을 편하게 읽는 편이다. 정말 잘 읽히는 글이었지만 내내 한숨이 나왔다. <이국의 소년>, <안부>는 특히 개인적인 경험과 맞물리는 지점이 있어 깊숙이 와 닿았다.

레삭매냐: 가족이야기 아닌가. 독자들이 읽으면서 공감하고 흥분할만한 소재들인데도 내러티브가 참 침착하여 인상적이었다.

삽 하나: 전작에서부터 지금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까지의 흐름에 대해 레삭매냐님이 리뷰에서 ‘하늘에 붕 떠 있다 지상으로 내려온’ 느낌이라고 언급하신 바 있다. 저에게는 작가가 ‘고립된 외딴 섬에서 열심히 노를 저어 육지로 나아가 드디어 땅을 밟았다’라는 모습으로 와 닿았다. 섬에 갇혀 있었을 때, 그러니까 <가나>에서는 개인의 기형, 디스토피아을 다루었다면, <바벨>에서는 그 무대가 가상 세계로 확장되었고, 그리고 이번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이르러 우리가 지금 함께 공유하는 시대로 바짝 다가가, 현 시대의 기형을 다루고 주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섬에 갇혀있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두 번 다시 살기 싫은 망한 인생을 산다.

레 삭매냐: 오늘따라 엄청 잘 떠드신다. 깔깔. 전작 <바벨>만 해도 어딘가 늘어진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전혀 그렇지 않더라. 단편들이지만 어딘가 맥이 끊기지 않고 몰입을 잘 유도했다는 생각. 혹시 이번에 출판사를 옮기면서 편집자와 호흡이 잘 맞았던 것은 아닐까?

헬렌: 외국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작가와 일을 할 때는 상당 부분 창작에 관여를 하겠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각 단편의 구성 정도는 관여했을 듯.

자렛: 이 단편에서 다음 단편으로 넘어갈 때 모티브가 2개씩 연결됐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단편이지만 하나의 소설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헬렌: 그 부분이 아마 편집자의 의도였을 것.

레삭매냐: 저는 “임산부가 운동장을 느리게 걷는다”라는 구절을 두 번이나 봤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의도가 뭘까? 혹시 작가님 아내께서 임신 중에 운동장을 걷는 모습을 인상깊게 보셨던 것이 아닐까?

헤르메스: 그랬을 수도. 개인적 경험이 아무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 아닐까.

시진: 개인적으로 죽음이라는 테마는 참 힘들다. 잔인해서 혼났다. 전작들과 비교하자면 나는 <가나>가 더 좋았다.

헬렌: 그 단편집에 실린 <굿바이 오블로> 너무 잘 읽었다.

삽 하나: 저도 <가나> 참 좋아한다. 고3 이후로 경험하지 못 했던 가위 눌림을 다시 가져다 준 책이 <가나>이다. 언젠가 짓궂은 표정으로 작가님에게 직접 말을 전하였는데, 어쩐지 (의도와는 다르게) 감동받으신 것 같더라. 오감을 자극하는 섬세한 문장력에 나 역시 감동이었다.

# 죽은 자에게도 ‘안부’를

헤 르메스: 개인적으로 8개 단편의 관통 지점은 ‘삶을 끝내고 싶다’에 있다고 본다. <미드윈터>의 경우, 실제 자살 충동이 많은 시기라고 알려진 해가 짧고 밤이 긴 북유럽의 한겨울을 제목으로 내세웠고, <안부>에서는 ‘포스트 세월호’를 통해 시대적 부조리를 드러낸다. 각 단편 속 개개인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변하는 것이 없는 불안한 현실을 안고 있다. 이것이 무력감의 트라우마이며, 이것이 곧 죽음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나: 마!

스: 혈 육이어서, 국가여서 비롯된 숙명성도 생각해보자. 이런 건 정말 개인이 끊을래야 끊을 수 없지 않나. 이러한 무력감이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개인적인 상처와 무력감의 정체를 풀고자 했던 소설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소위의 의문사를 다룬 <안부>가 가장 안타깝게 느껴진다.

레삭매냐: 병사가 아닌 소위가 자살했다니 뒷배경이 궁금해진다.

헬렌: 얼마 전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자니 마음이 착잡한 면이 없지 않다. 듣자 하니 소위라는 직책이 아랫사람과 윗사람 사이에 껴서 힘을 유지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큰 위치라고 하더라.

삽하나: 그런데 목사가 어머니에게 ‘천국’ 언급을 꺼리는 이유가 뭔지? 아무리 자살을 했더라도 천국에서 편히 쉬고 있을 것이라는 말 몇 마디가 완전히 불가능한가?

자 렛: 기독교에서는 자살하는 경우 구원받지 못 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겉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보수적이다. 이런 현실을 어머니가 순간순간 잊고 서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 나도 교인이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참 착잡한 심경이….

레 삭매냐: 내세를 중시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극히 현실적인 기독교의 이율배반적인 성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를 정리하지 못 하고 더 이상 한 발자국 내디딜 수 없는, 앉은뱅이나 다름 없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헤 르메스: 어머니는 곧잘 ‘왜 내 안부만 묻느냐’ 한탄한다. 이것은 ‘왜 죽은 자는 쉽게 있느냐’는 작가의 고발인 셈이다. 특히 <이국의 소년>, <내려>에서 죽은 자들이 유령이 되어 돌아온 설정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죽은 자들을 쉽게 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이렇게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할 정도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죽은 자들이 이처럼 반론의 의무를 가져야 할 정도로 돌아가는 형국이 불안하고 위태로운 지경이다.

레삭매냐: 여기서 돌발 질문. 작가들이 직접적이지 않고 이렇게 우회적이 방식으로 시대적 문제를 다루는 이유는 왜일까 궁금해진다.

헤르메스: 직접적이면 독자들에게 생각을 강요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독자들로 하여금 사유에 참여하게 만드는 데 작가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레삭매냐: 아하.

에브리바디: 아하.

# 여기서 잠깐 - 최근 개장수 트렌드

레삭매냐: <개들>에서 개 잡는 장면이 나오는데, 혹시 다들 목격한 경험이 있는지 묻고 싶다.

대 장물방울: 시골에서 많이 보고 자랐다. 책에서는 개의 목을 매다는 방법으로 죽이는데, 나 어렸을 때는 강가 앞 큰 나무에 어른들이 종일 그렇게 매달아놓았다. 요즘은 개의 입을 고무줄로 꽁꽁 묶어 숨을 못 쉬게 만든다. 그렇게 얼마 간 기다리면 질식해서 죽는다. 털을 그을릴 때도 ‘산소 토치’라는 것을 쓴다. 그래야 잡내가 나지 않는단다. 가장 섬뜩한 건 개들이 개장수 기운을 안다는 것이다. 평범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마구 짖어도 개장수가 나타나면 바짝 얼어 붙어 움직이지도 않는다.

(여기저기 웅성웅성)

헤르메스: 방울님 지식이 개장수 급.

삽하나: (소곤소곤) 경기도 모 지역 영농후계자다.

# 말말말

헤르메스: 이번 단편집은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관련 초대전에도 다녀왔는데 정용준 작가 인기가 대단하더라. 여성팬들이 특히 많았다.

레삭매냐: ‘창비’에서도 내면 3관왕 되시겠다.

삽하나: 네이버 책 소개를 읽다 보니, 무려 제목에 오타가 있더라. ‘우리는 혈육이 아니야’

헤르메스: 우리는 혈육이 아닐까? 우리는 혈육일지도? 아닐지도? 우리가 남이가? 깔깔.

누군가: 자, 이제 그마아안.



* 추천 도서

자렛: 레진코믹스에 연재되는 작가 단지의 ‘단지’를 추천한다. 전통 가족의 해체와 비롯되는 여러 문제들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헬렌: 캐럴 실즈가 쓴 <스톤 다이어리> 참 괜찮다! 아룬다티 로이가 쓴 <작은 것들의 신>도 추천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품절이다. 도서관에서라도 찾을 수 있다면 꼭 읽어보길.

레삭매냐: 김호연의 <연적>, 이거 죽여준다. 옛 여인의 유골함을 들고 두 남자가 경치 좋은 지역을 찾아 다니며 여행을 하는데, 작가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 같기도 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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