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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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막 상경했던 그 해, 2009년이었을 것이다. 미 국 CBS의 2부작 드라마 <히틀러, 악의 탄생>을 찾아 보고도 히틀러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했다. 극이 주는 몰입도에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경험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지만, 머릿속에 남은 거라곤 극 중 히틀러의 광기로 -혹은 심리묘사에 치중한 과장된 배우의 연기로- 말미암은 불편하고 찜찜한 공포심 정도였고, 결국 극을 보기 전과 후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바보인증Yo) 그리고 책 한 권보다 드라마가 나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요 못난 게으름벵이에게 이런 식의 투정은 언제나 그렇듯 별반 놀랍지도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만큼이나 쉽게 빠져 들었던 인문학 책은 이것이 처음이다. 작지만 무게있고 방대하지만 복잡하지 않다. 저자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번뜩이는 지성미에 반한 것은 물론이다. 나는 초입에서부터 "히틀러의 생애를 가르는 단면은 종단면"이라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무의식적으로 여태껏 종단면이 아닌, 횡단면으로 갈라 놓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렇게 하프너의 예리한 관찰을 따라가다보면 반복되는 꾸중아닌 꾸중에 익숙해진 못난 학생이 되는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물론 히틀러의 생애를 가르는 단면은 횡단면이 아니라 길게 가르는 종단면이다. 1919년까지는 허약함과 실패, 그리고 1920년 이후로는 힘과 업적이라는 식으로 갈라서는 안 된다는 얘기이다. 그보다는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정치적 삶과 체험에서의 비상한 집중도와, 개인적 삶에서의 정도 이상의 빈약함으로 나누어야 한다.  <p.29,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돌베개>


하프너가 구분짓는 성과와 성공의 개념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로써 우리는 뜻밖에도 히틀러의 성공 곡선의 비밀을 풀 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이 열쇠는 히틀러 자신의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가 상대한 적들이 변한 것과 적들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에 있다.

우리는 히틀러의 성과와 성공을 상당히 신중하게 구분하였다. 성과는 한 개인에 귀속된다. 성공의 경우는 언제나 양측이 있게 마련이고, 한쪽의 성공은 다른 쪽의 실패가 된다. 그러니까 동일한 강도를 갖고도 더 허약한 적을 만나면 성공하고, 더 강한 적을 만나면 실패하게 된다.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이런 자명한 이치야말로 간과되기 일쑤다. 여기서 우리가 그 자명한 이치를 놓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히틀러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가 눈길을 히틀러에게서 떼어내 그의 적들에게 돌리는 순간 금방 설명할 수 있게 된다. <p.100,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돌베개>


하프너는 히틀러가 국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치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흠이 없는 국가체제보다는 혼돈 상태를 통제하는 것에 능숙했다는 점까지 짚어낸다. 어쩐지 어디와 무척 닮아 낯설지 않다. 다만, "우리가 의식에서 밀어내면, 그것은 우리를 압박해 올 것이다."라는 서문의 경고를 잊지 않는 한 -그리고 이 땅의 락이 살아 숨쉬는 한(뭐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히틀러를 향해 지겹도록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애비메탈>은 참 좋은 예이다. 이 시대 살아 숨쉬는 모든 히틀러들에게 애비메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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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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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모임에서는 특별 게스트로 단편 영화 감독 매직퀸씨와 그의 절친 Hong씨가 찾아 오셔서 모임을 꽉 채워주셨습니다. 둘의 콤비가 어찌나 익살맞은지 죙일 웃느라 혼났네요. 두 분이 기대하셨던 불꽃튀는 설전'은 메인 멤버들이 많이 빠진 관계로 보여드리지 못 해 제가 다 아쉬울 지경. 다음에 또 놀러오기로 약속하셨으니, 우린 그동안 내공을 좀 더 다져 놓아야겠어요 //ㅅ // ㅎ


- 일자 : 2014. 04. 19. (토)
- 4월 모임 도서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 참여 회원 : Moonian, Jarrett, SOOM, 기하, 시진, 삽하나, + 특별 게스트 매직퀸, Hong


※ 내 못난 손글씨와 기억에 근거하여 적기 시작합니다. 토론 내용이 말씀하신 분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이건 내 소설이야"

시진: 험버트와 공감할 수 없었다. 롤리타의 나이가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서 놀라기도 했고.

Jarrett: 저는 남자라 그런지 조금 공감이 되었다. 읽으면서 예전 친구 여동생을 좋아했던 순수한 기억이 떠올랐다. (발그레)

Hong: 몇 살인지? 오래 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다.

삽하나: 열두살.

매직퀸: 우리나라 나이로 열네살 정도가 아닌가.

홍대: 그래도 정말 어리다. 적어도 열다섯은 되는 줄 알았는데.

SOOM: 왜 자꾸 만지지 못 해 안달이지?' 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이게 남녀의 차이인가? 이 사람 삶이 정말 지루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지 않나.





모두들: ㅋㅋㅋ

Moonian: 험버트가 어린 아이를 순수한 마음'으로만 좋아한다는 식의 흐름이었으면 거부감이 들었을텐데, 성적인 면으로도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이상하게 좋았다.

삽하나: 롤리타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화 <인더하우스In the house>를 보았다. 롤리타와는 달리 고등학생 남자아이가 주인공이고, 대상은 친구 엄마다. 주인공 남학생이 정말 고왔다. (하앍하앍) 이 영화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험버트의 심리 묘사가 거부감없이 잘 들어왔던 것 같다.

매직퀸: 한 시간을 읽다, "이건 내 소설이야" 했다. 은교와 비교할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과도 급이 비슷한듯. 감명 깊었다.

기하: 솔직히 읽으면서 위안 받은 남자들 많을 것. 성적 열망, 특히 성관계 갖기 직전의 그것을 잘 묘사했다고 본다.






# "잡아 가두는 수밖에"

기하: 나보코프는 문학성보다는 인과관계를 중시한 과학적 글쓰기'를 중시했다고 한다.

매직퀸: 인과관계? 그렇담 어렸을 적 애나벨과의 추억 때문에 롤리타에게 빠져든 것일까? 애나벨 죽음 이후 생긴 트라우마가 면죄부가 될까? 애초에 애나벨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미안하다. 내가 말을 많이 하려하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Jarrett: 애너벨 탓이 아니라고 본다. 험버트는 자신이 희생양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작가는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매직퀸: 실상 소아성애는 범죄 아닌가.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Hong: 잡아 가두는 수밖에.

매직퀸: 소아성애자에 관한 영화가 있다. <애니멀 타운Animal Town>이라고.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은 결국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

삽하나: 약으로 X지는 수밖에 없지 않나.

매직퀸: ㅈ... 커허컼

Moonian: 정신병동에서 잠깐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성 도착자 환자들의 경우 어렸을 때 관련 충격이 큰 영향을 끼치더라. 피해자들도 그렇고.

Hong: 억지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그 원인과 결과를 잘 파헤쳐야...

Moonian: (한숨) 사실 억지스러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환자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 증상이 겹쳐서 나타나고, 또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멀쩡한 사람들도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거다' 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아까 하신 말씀대로 약에 많이 의존해서 치료해나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 험버트에게 면죄부를?!?

기하: 어디서 들은 건데, 요즘처럼 어린아이'의 영역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당시엔 관점이 흐릿해서, 어린아이와 성관계를 한다는 게 그닥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고. 그렇게 들었다. 비난 마시길. 정말 들은 거다. 때문에 당시 사회적 비난은 지금처럼 나이에 초점을 두지 않고, 양부모'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었다는 것에 두고 더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Hong: 저도 어디서 읽은 건데, 험버트가 순수한 돌로레스를 망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순수한 험버트를 돌로레스가 망가뜨린 거라고. 또 롤리타도 욕망에 이끌려간 것이 아닐까. 험버트도 그렇지만, 롤리타도 자신이 만들어 낸 욕망의 노예였다.

기하: 험버트의 잘못이라고 본다. 남자는 이래'라는 걸 다른 방식으로 새겨지게 만들었다. 아무리 애가 까졌다고는 하지만 이 시기,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 아니던가.

삽하나: (헐 요새 연애를 한다더니 )

Hong: 나쁜 사람은 맞다. 성적 욕구를 채운 것도 맞다. 마지막, 임신한 롤리타에게 험버트가 다시 올래?' 라고 묻는 것도 이중적인 모습이 아니던가. 자기 보호 차원에서 나온 양심적 발언이라고 본다.


# 롤리타를 읽는 방법

삽하나: 처음에 읽을 때 험버트가 도덕적으로 이렇고 저렇고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순수하게 작품으로만 봤다.

기하: 문학과 윤리는 다른 거니까.

Hong: 전 조금 다르다. 애초에 도덕적으로 나쁜 놈' 이라고 보고 읽었다. 그렇게 읽으니까 더 재밌게 읽히더라.

삽하나: 맘에 든다! 나도 그렇게 읽을껄.


# 기타 등등

시진: 롤리타는 고전 명작으로 자리잡았다. 그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들?

Moonian: 심리 묘사가 정말 남다르지 않았나.

삽하나: 동의한다. 특히 롤리타와 헤어지고 자동차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정말이지... 나도 같이 울었다.

기하: 롤리타의 액자 구조도 눈에 띈다. 사실감을 주는 효과를 많이 활용된다.

매직퀸: 언어 유희에 많이 웃었다. 이 남자 왜 이래?' 이런 것 있지 않나. 님펫이니 뭐니 너무 웃겼다.






Hong: 혹시 이 사진의 주인공이 영화의 주인공과 같은지?

기하: 책 표지일 뿐이다. 영화 주인공은 얼굴이 다르다.

매직퀸: 맘에 들면 가져가라. 집에 컬러 프린터도 없지 않나. 잘 간직해라.

Hong: (발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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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 러시아 고전산책 6
막심 고리키 지음, 이수경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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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스의 스크루지 영감과 현진건의 김첨지. 언뜻 생각하기에 좀처럼 동시에 조합이 힘든 이 둘은 <마부>를 읽는 내내 머리 속을 헤집어 놓기 일쑤였다. 제일 앞에 실린 단편 <마부> <환영>의 주요 사건이 깨고나니 꿈이었네(아시발꿈)’로 귀결되는 방식에서, 또 둘의 부제가 모두크리스마스 주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찰스 디킨스의<크리스마스 캐럴>, 개과천선의 대명사 스크루지 영감을 떠올린다는 건 독자에겐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하지만 실은 스크루지 -수쿠루지, 스쿠루지, 스크루지, 제기랄, 더럽게적기 힘든 이름 같으니라고- 이전에 일찌감치 떠오른 인물은 다름 아닌 김첨지다. 김첨지는 단편 <마부>에서 <>, 그리고 <아쿨리나 할머니>를 거치며 속속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잔망스럽게. 설렁탕 한 그릇 없이.




1.당해봐야 싸다고 말하면 싸다구 한대.(저질드립 미안)



a. 단편 <마부>

크 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파벨의 꿈 속엔 뜬금없이 마부가 등장한다. 파벨은 마부의 말에 현혹되어 동네 돈 많은 노파를 살인하고, 그 뒤 노파의 재산을 제법 잘 굴려 호사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8년 후. 자신의 죄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마부는 훌륭한 조언자로서 '희생자'가 되면 죄를 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홀연히 사라진다. 잠에서 깬 파벨은 이 모든 게 꿈이었음을 깨닫고 "그래 이해했어"라고 중얼거린다.





"내 안에 규범은 없고 나의 심장은 죽었소! 파괴되고 있는 여러분의 심장을 지키시오. 그리고 규범을 저악시키시오. 무관심해지지 마시오. 무관심은 인간의 영혼은 죽음과 같은 것이오!*" p.37, 마부, 막심 고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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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은 인간의 영혼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오! 라고 다시 읽으면 될까. 군데군데 오타가 많았다.





어쩌면 마부는 지금도 스스로를 크리스마스의 저승 사자로 추켜 세우고 으스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 번 브루주아가 되면 그 같은 실수는 그들에겐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가지고서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할 리가 없다. ‘모든 게 꿈이라는 것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한낱 꿈을 통해 브루주아의 도덕적, 정신적 추락을 보여주려 했다기 보다는, 브루주아에 대한 동경과 하층민과의 갭을 더욱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는 점에서 단편 <마부>는 날카롭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김첨지가 진흙 투성인 축축한 두 발을 슬그머니 내밀어 보인다. …. 아무리 발버둥 쳐본들 운수 좋은 날은 그에게 없다.



꿈에서 깨어난 파벨은 그 마부! 왜 하필이면 마부지?”라고 중얼거린다. 하필 마부였던 이유는 마부가 하층민을 대표하는 적절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파벨은 그저 다음 날이면 까먹을 시시한 꿈을 꿨을 뿐, 하필 마부였던 건 다름 아닌 그 시시함을 강조하는 데 있다. 스크루지 영감 옆에서 속삭이는 저승사자 코스프레를 하고 소위 교훈이란 걸 심어주기 위해 옆에서 쉼 없이 떠들고 부추겼던 마부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마부는 파벨이 꿈에서 깨는 그 즉시 고용 파기되었다.

 


b. 단편 <종>

돈 은 많지만 냉정하기로 악명 높은 안티프는 종탑 꼭대기에 종을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신의 뜻을 기리며 종이 장엄하게 울릴 날만 잔뜩 기대하지만, 겨우 몇 번의 타종으로 종은 깨져버리고 동시에 그의 자존심도 무너지고 만다. 슬픔에 잠겨 신을 원망하기도, 자비를 구걸하기도 하지만 이내 곧 예전의 모습을 찾는다. 그 모습이 아주 야무지다.






"주여! 가혹하십니다!" 탄식하듯 안티프 니키티치가 말했다. 잠시 멈춰 선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뒤 예전처럼 전투하는 자세를 갖추고 단호하고 확신에 찬 발걸음을 옮겼다. p.83, 종, 마부, 막심 고리키





브루주아의 전투 자세. 단호한 발걸음. 깨진 종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브루주아의 꼿꼿이 세운 허리를 굽힐 수는 없다. 가진 자는 노트르담의 꼽추가 아니다. "저 종은 깨져야 한다"고 중얼거린 누군가의 바람은 이상하리만치 너무나 쉽게 이루어졌지만, 돈으로 무장한 브루주아의 단단한 가슴은 쉽게 깨질 수 없다. 돈이면 다 되니까. <마부>의 (꿈 속에서의) 파벨, <종>의 안티프에게 당해봐야 싸다고 말한들 싸다구 한 대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2. 아쿨리나에게 바치는 설렁탕.

-단편 <아쿨리나 할머니>


불쌍한 아쿨리나. 아쿨리나는 맡아 기르는 손주 다섯을 위해 거지 꼴을 하고 뒷골목 험한 인생을 살았다. 이 다섯은 모두 사지 멀쩡히 제 밥벌이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 아쿨리나가 도둑질로 벌어온 푼돈으로 하루하루를 떼우는 데 길들여져 있다.






"할망구!" 마모치카가 그녀의 말을 중단했다. "그만해요, 그냥 오늘 뭘 모았는지 말해봐." p.159, 아쿨리나 할머니, 마부, 막심 고리키






아쿨리나의 마지막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어찌할 바 모르는 손주 다섯. 함께 죽어버릴까 엄포를 놓기도 했지만, 역시나 할 줄 아는 거라곤 역시나 돈타령 뿐이다.






그렇게 도둑, 거지, 자드나야 모크라야 거리의 박애가였던 아쿨리나 할머니를 매장했다. p.164, 아쿨리나 할머니, 마부, 막심 고리키






매일이 운수 없는 날이었던 아쿨리나. 설렁탕을 사다 바치며 비극을 더할 어떤 사람도 곁에 없음이 더 비극적으로 다가왔다. 아쿨리나에게 설렁탕을 바치며 묵 to the 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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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오... 삽하나 님도 알라디너였군요. 몰랐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글은 네이버에서는 흔한 스타일이지만 알라딘에서는 매우 귀한 스타일인데
여기서 보다니 주옥같습니다.. 허허...
고리키와 병맛 만화의 조화라니.... 허허허허...

삽하나 2014-02-01 16:25   좋아요 0 | URL
서평단 당첨돼서 쓰다보니 이렇게... 허허... //ㅅ//
열렬한 알라디너가 되고 싶으나 게을러서 말입니다. 아무쪼록 곰발님 덕분에 앞으로 알라딘 자주 들어올 것 같습니드아.
 
솔뮤직 러버스 온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18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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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에게 월요일이란 무엇인가요. 전 일요일 이 시간 술 마시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내일 출근을 잊고선 꽤 마셨어요. 어차피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월요일. 숙취쯤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아 보입니다. 저처럼 구남친이 페북에 실시간 덧글을 달아 놓는 바람

에 그대 마음이 휘청휘청 흔들리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야마다 언니처럼 쿨하게 버텨보아요.

 

※ 내 못난 손글씨와 기억에 근거하여 적기 시작합니다. 토론 내용이 말씀하신 분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모임명: 달의궁전(cafe.naver.com/darlgung)

-2차 모임 도서: <솔 뮤직 러버스 온리>, 야마다에이미

 

- 일자: 13. 10. 05. 토.


-참가자: 레삭매냐, 찬란햇,기하, 헤르메스, 랑발, 두근두근, JH, 삽하나 + 깍두기 '시진' + 온라인 참여 ‘반짝’(사랑해요 모두!)

 

 

# 작가의 삶과 소설

 

시진 : 20대에 쓴 소설이던데. 실제삶과도 많이 유사한 듯.

 

기하 : 실제 흑인과 결혼을 했었고 지금은 이혼을 해 다른 남성과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지촌에 살았던 것 같다.

 

삽하나 : 생각보단 별로 야하지 않아서 실망.

 

랑발 : 동의한다.

 

헤르메스 : 대체 얼마나 야해야 되는지? (웃음)

 

레삭매냐 :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듯. 흑인 음악 등 그 쪽 문화에도 정통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일본 소설이라는 느낌이 없더라.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구체적인 공간이 상실되어 있더라. 다만 노래를 통해 시대는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삽하나 : 호주 워킹 홀리데이 시절, 유럽의 여러 여자 친구들과 둘러앉아 각 자국의 남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주제는 도대체 왜, 내 나라 남자들은 호주에 와서 달라지는가였다. ‘타국이란 이유만으로 시도하고 싶었던 모든 이상적인 혹은 무모한 사랑은 다 시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눈 앞의 순간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도 있었고.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이 <솔 뮤직 러버스 온리>의 주인공들과 느낌이 굉장히 비슷했다.

 

헤르메스 : 예비군 훈련과 같은 거다. 예비군 훈련을 가서 전투복을 입으면 멀쩡한 사람도 개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 플라톤의 <대화> 중 고르기아스의 반지가 기억난다. 그 반지를 손에 끼고 돌리면 누구나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데, ‘우리 인간은 과연 그 상태에서 윤리적 행동이 가능할까?’ 란 질문을 던진다. 이와 맥락이 비슷한 것.

 

랑발 : 조선시대 선비 정신이 떠오른다. 1%의 선비들은 플라톤처럼 말하고 행동했을 것. 99%는 아니었겠지만. 

 

레삭매냐 : 나는 영화 <더 퍼지>가 떠오른다.

 

헤르메스 : 그거 엄청 별로란 말이 있더라.

 

레삭매냐 : .

 

# 사랑, 사랑, 사랑 - 1

 

헤르메스 : 읽다 보니 육체에 대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 대해 느껴지는 무언가가 잘 표현이 되어 인상적이었다.

 

시진 : 등장 인물들의 감정, 느낌이 잘 와 닿지 않았다.

 

헤르메스 : 이상하다. 혹시 사랑 안 해보셨는지? ‘갖고 싶다 라는 느낌 가져본 적 없는지?

 

삽하나 : 굉장한 디스다.

 

헤르메스 : 갖고 싶은데 상대방이 응해주지 않는 그 마음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여자는 욕망으로 시작해서 욕망으로 끝나고 남자는 욕망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치닫지만 결국 실패하는 패턴.

 

랑발 : Fusion Classic을 듣는 느낌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느낌이랄까.

 

헤르메스 : 사랑이 굴레가 되어버리면 위험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것 같다.

 

기하 : 나는 헤르메스님과 생각이 같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감성에 허세가 있다는 점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What’s going on’만 봐도 그렇다. 옛 남자친구에 대한 감정의 묘사가 그저 작가의 허세로 다가왔다. 하지만 상황, 상황이 정말 적확했다. 다들 이런 경험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일단 있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 개인적으로 검은 밤이 가장 좋았는데, 혹 동전 떨어지는 장면 기억하는지? 섬찟하더라. 이건 체험이 없으면 절대 쓸 수 없다. 좋았다.

 

헤르메스 : 홍상수가 이 책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p. 105를 보면 에 대한 언급이 있지 않나. 홍상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나온 대사와 비슷하다.

 

# 여자는 정말 그래요?

 

기하 : 여자에 대해 궁금한 점 하나. 결혼 상대가 있는 여자가 있다. 이 때 괜찮은 남자가 등장한다면 어떻게들 행동하는지? 혹시 결혼할 남자를 떠나 버리기도 하는지?

 

삽하나 :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드문 것 같다. 잠깐 흔들릴 수는 있어도 결국 안정적인 남자에게 돌아간다.

 

JH : 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던 쓰레기를 5년간 만난 경험이 있다. (사생활 노출 우려로 생략.)

 

삽하나 : 그런 쓰레기들은 꼭 야심한 밤이나 새벽에 전화가 온다. 심지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짖궂게도.

 

헤르메스 : 술에 취해서?

 

삽하나 : 아니. 맨 정신이다. 그래서 쓰레기라는 것.

 

# 사랑, 사랑, 사랑 - 2

찬란햇 : 개인적으로 사랑은 한 사람의 가치관을 흔들어 놓은 정도로 강력하다는 생각. 그래서인지 야마다식 사랑 이야기는 읽는 내내 거부감이 들었다. 정상적인 사랑은 아니지 않나.

 

헤르메스 : 사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사랑의 개념은 19세기에 와서 축소, 자리 잡혔다. 금욕적인 사랑이 등장하면서 몸이 먼저 움직이지 않아도 정신으로만 지속될 수 있는 사랑이 만들어졌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만 봐도 그렇다. 이에는 독일 민족주의 영향이 크다. 중세까지만 해도 욕망이 곧 사랑이었다.

 

랑발 : 굉장히 동의한다. 결국이 소설도 제도화되기 이전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하 : 나는 동의하기 힘들다. 너무 그렇게만 치우쳐서 볼 수만은 없지 않나.

 

찬란햇 : 그럴 수도. 개인마다 파고 들어 본다면 또 다를 것. 어느 시대, 공간의 사랑을 이야기 할 땐 개별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 여자가 쓴 남자?

 

삽하나 : 여자가 쓴 여자 이야기는 굉장히 불편할 때가 많다. 어쩐지 내 이야길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공감 가고 싶지 않은 대목에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또 굉장히 찌질한 상황인데도 아닌 척 고상한 척 할 때가 많지 않나.

 

JH : 정말 그렇다. 그래서 읽다 보면 짜증날 때가 있다.

 

삽하나 : 하지만 <솔뮤직 러버스 온리>는 별로 얄밉지 않았다. 정말 솔직하고 쿨해서 마음에 든다. 그런데, 여기서 남자들에게 질문. Me and Mrs. Jones Mama used to say 등은 주인공이 남자이고, 여자인 작가가 남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야마다 에이미가 쓴 심리 묘사, 행동 등에 이질감은 없었는지? 공감이 가기도 하나?

 

기하 : 대체로 그러했다. 심리 묘사는 여성인 작가가 채우고, 동작, 행동은 작가가 직접 보거나 들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JH : Me and Mrs. Jones의 남자 주인공을 보면 실제로 이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이 있을까 싶다. 이런 생각,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십대가 존재할 수 있을까? 정말?

 

삽하나 : 멍이나 때리고 있을 나이 아닌가.

 

기하 : 있을 수 있다. 대체로 마른 체형의 남자가 그런 경우가 많더라.

 

삽하나 :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 제목따라 노래따라

 

헤르메스 : 각 단편의 제목이 실제 노래 제목과 같다. (흥얼흥얼) 이 노래 정말 모르는가?

 

삽하나 : 정말 모르겠다. 정말 아는 노래도 많으시고. 모르는 게 없으신 것 같다 ㅠ ㅠ

 

랑발 : (진지하게) 한 번만 더 불러보시라.

 

헤르메스 : (빼지 않는다. 다시흥얼흥얼♪)

 

레삭매냐 : 가사도 그렇고 분위기도 소설과 비슷한 듯.

 

기하 : YOUTUBE <솔뮤직 러버스 온리>의 음악만 골라 담아 놓은 채널이 있더라.

 

삽하나 : 다들 감상할 수 있도록 링크 달도록 하겠다.

 


1. WHAT'S GOING ON

  src="//www.youtube.com/embed/F4xQ6StnIFg?list=PLDEF2AB71225FDD09"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px" scrolling="no" width="560px">

2. ME AND MRS.JONES

  src="//www.youtube.com/embed/mWOTdt9Bovk"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px" scrolling="no" width="420px">

3. 검은 밤

  src="//www.youtube.com/embed/-jDRNQtTkTk?list=PLDEF2AB71225FDD09"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px" scrolling="no" width="560px">

4. PRECIOUS PRECIOUS

  src="//www.youtube.com/embed/zXGIN4W5NhY?list=PLDEF2AB71225FDD09"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px" scrolling="no" width="560px">

5. MAMA USED TO SAY

  src="//www.youtube.com/embed/rwTTGnDcwoA?list=PLDEF2AB71225FDD09"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px" scrolling="no" width="560px">

6. GROOVE TONIGHT

  src="//www.youtube.com/embed/g7dGGOuBbEQ?list=PLDEF2AB71225FDD09"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px" scrolling="no" width="560px">

7. FEEL THE FIRE

  src="//www.youtube.com/embed/M4PyxOumgjQ"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px" scrolling="no" width="420px">

8.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src="//www.youtube.com/embed/gOTRsq4Ogns"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px" scrolling="no" width="420px">





# 기타 등등


JH : 나는 단편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 책은 누가 봐도 정말 일본문학. 외로운 느낌이 많이 나더라.에쿠니 아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이떠오르기도 하고.

 

시진 : 야마다 에이미의 다른 책을 읽어봤지만 이 책이 가장 우울한듯. 난 밝은 이야기가 좋은데. 최근 보게 된 120% Coool은 또 다른 느낌로 다가오기도. 예전엔 정말 좋아했었는데자꾸만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기하 : 혹시 우리가 더러워진 것은 아닐까?

모두 : 하하하.

 

헤르메스 : 한 때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야마다 에이미이렇게 불릴 정도로 굉장하긴 했다.

 

시진 : 옮긴이의 말에 이런 말이 있다. ' 야마다 에이미라는 작가의 내면에는 아마도 검열관이 없을 것이다, 또는 검열관 따위 한 발길질에 날려 버릴 강력한 내적 힘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기하 : 아부의 성격이 짙지 않나.<게르마늄의 밤>이란 책이 판금 조치된 적도 있는데 말이다.

 

헤르메스 : 그런데 여자들도 정말 젊은 남자들이 좋은가?

 

기하 : 아는 누님 중 연하 킬러가 있다. (검열 소지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호홍.)

 

모두 : (듣고 나서) 오오 

 

삽하나 : 참고로 에버랜드를 방문하면 푸릇푸릇한 남성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대체로 일하는 남성들이 20대 초반.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그 나이대의 매력이 있다. (하앍하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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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하나 2013-10-19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된 유투브 링크와 함께 여기로 읽어주세요 ㅠㅠ http://cafe.naver.com/darlgung/2059
 
이란의 검열과 사랑 이야기 민음사 모던 클래식 49
샤리아르 만다니푸르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일이면 개천절이군요. 징검다리 휴일이에요, 여러분. 단군 만세! 만세! 만세! 금요일 출근 생각에 다소 씁쓸하기도 하지만 개천절의 의미 따위 등지고서 하루 실컷 놀고도 정상 급여를 받는단 사실 하나에 만세 삼창이 절로 나오는 화요일 밤입니다. 그리고 지금 어쩐지 페트로비치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신다면 이번 모임 도서,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를 참 알차게 읽었다는 증거 아닌 증거이니 각자의 가슴을 뿌듯하게 한 번 쓸어내려 주셔요. , 거기 당신, 세상에, 짓궂어라. 그렇다고 내가 해드릴 순 없잖아요? 그렇지만 그대의 가슴이 태평양처럼 넓고 바위처럼 단단하다면 꽤 고려해 보겠어요.


나란 사람, 참 저질인 걸 숨기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취소선 낭비가 좀 많은 것 같기도 한데, 제가 앞서 쓴 몇 문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이어지는 후기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 아니, '없'습니다. 그 귀한 말씀들 모두 고스란히 담지 못해 안타깝네요. 후기가 말씀 드린 날보다 많이 미뤄진 점 반성하고 있으니 좀 봐주세요. 이게 다 술과 남자 때문이에요.


내 못난 손글씨와 기억에 근거하여 적기 시작합니다. 토론 내용이 말씀하신 분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의 달면 그대 옆구리의 제일 말랑한 살을 골라 꼬집어 버릴테니 알아서들 하세요. 호호호.





-
모임명: 달의궁전 (cafe.naver.com/darlgung)

-1차 모임 도서: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 샤리아르 만다니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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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레삭매냐, 찬란햇,기하, 헤르메스, 랑발, 두근두근, JH, 삽하나 + 깍두기 '시진' + 온라인 참여
반짝



#
책을 읽는 법은 따로 있다!


시진 : 남녀 사랑 이야기에 작가가 직접 나서서 말을 하고, 검열관까지 간섭하는 등 독특한 소설인 듯.

두근두근 : 나도 소설의 형식이 참 특이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중반쯤 읽다 보니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더라.

JH  :
속도가 정말 안 나가더라.또 결말이 중요치 않은 소설이기도 하다.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작가의 의도 등 쉽게 파악할수 있더라. 신선했다.

기하 : 누군가가 내게 이 책을 읽는 법에 대해 조언해주길래 그대로 실행에 옮겨 보았다. 세 번 나눠 읽으라는 것. 첫째, 굵은 글씨만. 둘째, 굵은 글씨와 취소선의 문장만. 셋째, 가는 글씨를 중점에 두며 처음부터 모두 합쳐서. 이렇게 읽으니 의미가 다층적으로 들어오더라. 또 초반엔 굵은 글씨, 가는 글씨 등으로 작가 나름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것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굵은 글씨만 읽으면 내용이 이어지지가 않으니 참고할 것.

삽하나 : 짝짝짝. 굉장한 팁이다. 감사. 



#
페트로비치의 어마어마한 상상력 = 이란, 혹은 우리의 현재 모습


헤르메스 : 이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이란의 감독과 여배우가 시상식에서 가볍게 뺨에 키스를 한 것만으로도 반이슬람적 행위로 비난을 받지 않나. 책에도 모사데크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도 하는데, 당시 정권 전후로 여성들의 히잡이 벗겨졌다 다시 쓰게 되는 변화가 있었다. 탈레반 등장 이후 여성 억압이 두드러진 아프가니스탄도 이들과 비슷하다.

시진 : 사실 우리나라도 문화적으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 사례가 여기 저기서 속출하고 있지 않나. 말 까딱 잘못 했다간 잡혀가기 일쑤.

레삭매냐 : 옛날에
훈족이 온다고 하면 어린아이가 울음을 그친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도 이런 꼴. 특히 자유는 있으나 자본이 이를 통제한다는 사실이 무섭게 다가왔다. 때문에 21세기는 자기 검열의 시대라는 생각. 어찌보면 이란보다 자유롭지 못하지 않나.

어렸을 때 매직으로 줄이 여기 저기 그어진 타임지를 구입한 추억도 떠오르기도 한다. 정치적 발언은 물론 사랑과 같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문장조차 검열의 대상이라니 안타깝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검열관 페트로비치의 상상력이 더 뛰어난 것이 아닌가. 평범한 문장도 페트로비치의 지나치게 과장된 상상력 탓에 검열에 걸려들고 만다. X라는 앞이 보이지 않는 영화 검열 감독관(p.156)
늑대와 함께 춤을 이란 영화를 두고 하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이를 통해 서방에 대한 피해 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나싶다. 또 이런 모습이 역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 폭격에 대한 공포심과 해방감이 대립하고 있는 것. 실제 이들이 미국에서 쏜 위성을 감지하기 위해 미국에서 그 감지장치를 사들여 써먹고 있지 않나. 이 같은 역설이 흥미로웠다.

헤르메스 : 검열하니 이 이야기가 떠오르더라. 두 명의 스님이 순례를 하고 있던 도중 강가에서 매혹적인 여인을 만나게 된다. 스님 A는 여인이 딱한 나머지 과감히 여인을 업고 강을 건넌다. 이를 두고 스님 B는 걷는 내내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자 뒤를 돌아보며 스님 A , 난 이미 그 여인을 강을 건넘과 동시에 떠나 보냈는데 넌 왜 아직도 품고 있느냐? 라고. 검열이란 이 같은 것이 아닐까.

삽하나 : (여인과 스님이 엮이지 않는다며 속으로 실망한다.)



# <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의 정체성은?


레삭매냐 : 숨그네를 쓴 헤르타 뮐러는 루마니아인이지만 책은 독일 문학으로 분류된다.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의 경우 미국에서 이란의 언어로 쓴 책. 그렇다면 어떤 나라 문학으로 보아야 할까?

헤르메스 : 미국에서 썼으니 서양 사람들을 두고 썼을지도. 20년정도 기다려야 이란 문학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읽는 내내 프랑소와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는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는 이 영화와 비슷하게
이란에서 소설이 이렇게 쓰여진다 라고 보여주고 있는 것.

랑발 : 단순하게 난 이란 문학이라는 생각.



#
기타 아랍 문학에 대하여


레삭매냐 : 덕분에 제 3세계 문학권에 관심이 많이 가기 시작했다.

헤르메스 : 이 책의 스타일이 이란 등 아랍의 전형적인 스타일인가?

기하 : 아니다. 이 책은 그들의 일반적인 기승전결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아랍 문학은 대체로 마지막을 틀어버리고, 열어두는 것이 특징. 천일야화처럼 말이다.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는 전통적인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또 민족의 특성을 드러내는데 지역 이름이 많이 언급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걸 참고하면 좋을 듯.

우리나라엔 한국외대에 번역본이 많다. 남산 도서관에 가면 아랍문학이 책장 두 칸 정도만 차지하고있을 뿐. 또 예전에 이슬람 사원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었는데, 이들은 하나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더라. 덕분에 번역된 책도 하나 받기도 하고.

레삭매냐 : <석류나무 그늘 아래> 라는 아랍권 작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스페인 사람들이 아랍책을 불사 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야만적이라고 하며 마치 성벽이 불타는 것처럼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헤르메스 : 이 책에서도 불태워진 작품 등 구하기 어려운 개인의 기록이 많다고 하지 않았나.

기하 : 그냥
더워서 인지도?

모두 : 하하호호.



#
기타 등등 목소리들


기하 : 표지가 인상적. 민음사에서 펭귄판본 표지를 그대로 따왔던데. 표지에 실린 글도 실제 영문판내용.

레삭매냐 : 작가의 블랙유머가 눈에 들어오더라. 미국사람들은 꼭 필요한 것만 발명한다고 하면서 '바이아그라'를 언급한다. 불능이라고 비꼬는 것.

레삭매냐 : 지명이 수시로 언급되는데, 낯설어서인지 잘 와 닿지 않았다.

헤르메스 : 왜 있지 않나, 우리나라에도. 테헤란로.

모두 : 푸헤헷. (정말 푸헤헷- 하며 다들 멍청히 웃었다.)
랑발 : 번역이 정말 좋았다는 생각. 우리말로 풀어낸 듯 자연스럽게 읽혔다. 또 굵게 표시된 까만 글씨를 보니 박민규의 소설이 떠올랐다.

시진 : 마틴 에이미스의 <머니>도 떠오르더라. 이 책에서도 작가가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삽하나 :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 술집에 앉아서 주인공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헤르메스 : 이 작품이 자칫 오리엔탈리즘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란 문학의 성격이 모두
이렇다 라고 보여질 수도. 나쁜 면만 지나치게 부각될 수도 있고.

찬란햇 : 사실 종교 자체로만 봤을 때 여성 억압이 이렇게 심할 수가 없다. 단지 지배자들이 통치라는 수단으로 남과 여를 갈라놓은 것. 또 이슬람 교도여성 중 종교적 신념에 차도르를 쓰는 이도 있는데, 이것이 통치라는 도구적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차도르를 쓰지 않기도 한다고 들었다. 재스민 혁명을 생각해보면 작가적 허구가 과장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근래 들어 서양 문화도 많이 노출된 상태인데, 이 작가의 말처럼
지금도 정말 이럴까 하는 마음에 갸우뚱한다.

랑발 : 미국에서 주목을 받은 책으로 알고 있다. 이란문학이 세계화 될 수 있다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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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에서.







# 코다리탕 집에서-1

삽하나 : 레삭매냐님의 'Viagra' 발언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선 /비아그라/로 통하는데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바이아그라/ 로 발음하시더라.

레삭매냐 : 왜 그런 걸 굳이 기억하고 ㅠ ㅠ


# 코다리탕 집에서-2

삽하나 : 벽화가 특이하네요. 사진 찍을까?

찬란햇 : 저도 찍어볼래요.

이모님 : 그거… 사람 죽었어.

찬란햇, 삽하나 : ?!??!?!?!??!?

(알고 보니 그림 그린 분께서 돌아가셨다는 말 ㅠ ㅠ)







# 해물 칼국수 집에서

모두 : 후루룩. 후루룩. 후루루루루룩.

(정말 맛있었어요! >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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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하나 2013-10-1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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