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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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 막 상경했던 그 해, 2009년이었을 것이다. 미 국 CBS의 2부작 드라마 <히틀러, 악의 탄생>을 찾아 보고도 히틀러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했다. 극이 주는 몰입도에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경험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지만, 머릿속에 남은 거라곤 극 중 히틀러의 광기로 -혹은 심리묘사에 치중한 과장된 배우의 연기로- 말미암은 불편하고 찜찜한 공포심 정도였고, 결국 극을 보기 전과 후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바보인증Yo) 그리고 책 한 권보다 드라마가 나을 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요 못난 게으름벵이에게 이런 식의 투정은 언제나 그렇듯 별반 놀랍지도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만큼이나 쉽게 빠져 들었던 인문학 책은 이것이 처음이다. 작지만 무게있고 방대하지만 복잡하지 않다. 저자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번뜩이는 지성미에 반한 것은 물론이다. 나는 초입에서부터 "히틀러의 생애를 가르는 단면은 종단면"이라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무의식적으로 여태껏 종단면이 아닌, 횡단면으로 갈라 놓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렇게 하프너의 예리한 관찰을 따라가다보면 반복되는 꾸중아닌 꾸중에 익숙해진 못난 학생이 되는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물론 히틀러의 생애를 가르는 단면은 횡단면이 아니라 길게 가르는 종단면이다. 1919년까지는 허약함과 실패, 그리고 1920년 이후로는 힘과 업적이라는 식으로 갈라서는 안 된다는 얘기이다. 그보다는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정치적 삶과 체험에서의 비상한 집중도와, 개인적 삶에서의 정도 이상의 빈약함으로 나누어야 한다.  <p.29,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돌베개>


하프너가 구분짓는 성과와 성공의 개념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로써 우리는 뜻밖에도 히틀러의 성공 곡선의 비밀을 풀 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이 열쇠는 히틀러 자신의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가 상대한 적들이 변한 것과 적들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에 있다.

우리는 히틀러의 성과와 성공을 상당히 신중하게 구분하였다. 성과는 한 개인에 귀속된다. 성공의 경우는 언제나 양측이 있게 마련이고, 한쪽의 성공은 다른 쪽의 실패가 된다. 그러니까 동일한 강도를 갖고도 더 허약한 적을 만나면 성공하고, 더 강한 적을 만나면 실패하게 된다.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이런 자명한 이치야말로 간과되기 일쑤다. 여기서 우리가 그 자명한 이치를 놓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히틀러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가 눈길을 히틀러에게서 떼어내 그의 적들에게 돌리는 순간 금방 설명할 수 있게 된다. <p.100,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돌베개>


하프너는 히틀러가 국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치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흠이 없는 국가체제보다는 혼돈 상태를 통제하는 것에 능숙했다는 점까지 짚어낸다. 어쩐지 어디와 무척 닮아 낯설지 않다. 다만, "우리가 의식에서 밀어내면, 그것은 우리를 압박해 올 것이다."라는 서문의 경고를 잊지 않는 한 -그리고 이 땅의 락이 살아 숨쉬는 한(뭐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히틀러를 향해 지겹도록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애비메탈>은 참 좋은 예이다. 이 시대 살아 숨쉬는 모든 히틀러들에게 애비메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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