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이나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KBS <슈퍼차이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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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는 찬밥 신세였다. 먹을 것에서부터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생활하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중국산 제품을 사용했는데 그 제품 자체가 조악하고, 약해서 금방 고장이 나던지 아니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하루 건너 들을 수 있을 만큼 인간에게 해로운 제품들이 태반이었다. 이랬던 중국산 제품들이 서서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예전엔 질 대신 양을 생각해서 많이 만들어 팔면 된다는 생각에서 저가의 이미테이션들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싼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휴먼 마인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이 한국의 제품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우리보다 더 잘 만들고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중국! 그 중국의 힘이 지금에 와서는 무섭기만 하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김난도 교수가 진행한 <차이나 3.0>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IT에 있어서 중국의 성장과 시간이 흘러 미래의 중국이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서게 될 것인지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이었는데 내용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눈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봤었다. 그리고 이 책 《슈퍼차이나》는 텔레비전에서 방송한 <차이나 3.0>을 내용 그대로 책으로 가지고 왔다고 보면 된다. 오늘날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중국, 비약한 발전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힘의 근원이 바로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13억 인구가 먹고, 마시고 잔다고 상상해보라! 이 인구가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게 상상이 잘 되지 않을 만큼 중국의 인구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처럼 중국은 13억의 소비자가 존재하는 나라다. 13억이 소비하는 나라인 만큼 내수력이 강하니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이 안되면 내수시장으로 돌려버리면 된다. 인구가 많으니 그 인구들이 소비하는 돈만 해도 상당하고,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현금 자산가는 240만 명에 이를만큼 그 수도 굉장히 많다. 이처럼 쓸 사람이 많으니 만들기 바쁘고, 만들기 바쁘니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중국이란 나라다.


중국의 거대한 소비력은 2014년 11월 11일에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날 새벽 12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싱글데이를 겨냥한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단 38분 만에 1조 7,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하루 전체 매출은 무려 10조 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본문 23쪽 中)


‘중국의 식습관이 변하면 세계 곡물 가격이 올라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3억이 소비하는 곡물 또한 대단하다. 세계 곡물 시장이 중국인들의 입에 좌지우지되는 실정인 것이다. 인구가 많기에 소비하는 곡물의 양도 엄청나서 세계 여러나라의 농지를 구입하는가 하면 아르헨티나의 드넓은 대초원이 중국인이 먹는 콩을 키우는 재배지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소들이 먹고 뛰어놀아야 할 목초지가 콩재배지로 바뀌었단 사실만으로도 13억 중국의 입이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세계를 먹어치우는가를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짝퉁 천국이었던 중국이 서서히 세계 1위를 향해 날갯짓을 하고 있다. 단 하루 만에 거래액이 10조원을 돌파한 거대 공룡 알리바바의 탄생은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간편성과 안정성이라는 장점을 통해 ‘알리페이’라는 온라인 간편 결제 시스템의 도입으로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80%을 장악한 알리바바의 기세가 정말 무섭다. 여기에 짝퉁 기업에서 세계 제 1의 기업을 꿈꾸는 샤오미의 탄생은 중국 IT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살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샤오미의 사명(社名)처럼 스마트폰의 선두두자인 애플과 삼성을 제치고 샤오미가 세계 제1의 IT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 이외에도 “고객은 항상 옳다.”는 마인드로 백색가전 세계 1위를 차지한 하이얼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사뭇 궁금하다.


세계의 흐름을 한 나라가 바꿀 수 있다면 이처럼 무서운 일도 없다고 본다. 한데 이 일을 중국이 해내려 하고 있다. 차이나 머니를 주머니에 넣고 세계의 이곳 저곳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원이 되는 광물이나 돈이 되는 기업은 무조건 사들이고 부동산, 철도, 항구, 초원, 등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미국까지 차이나 머니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중국의 발전과 성장,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 무엇이라도 사버리는 그들의 구매욕이 세계의 흐름을 바꿔버릴 수 있기에 중국의 성장이 더 두렵고 무서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이외에도 중국의 경제력을 통헤 움직이는 막강한 군사력이나 한반도의 43배에 이르는 대륙(땅)이 지닌 잠재력, 그리고 이 큰 땅덩이리에 지구 상에 존재하는 15가지가 넘는 희토류 대부분이 존재하고, 전 세계 희토류의 23%나 되는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신실크로드 구축과 세계로 뻗어나가는 고속철도를 통해 경제대국을 꿈꾸며 시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여기에 문화적인 강국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는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과 크로스 되었을 때 그 힘은 중국을 넘어 세계를 지배할 거라고 본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경제력은 곧 힘이고 권력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정부, 국가 등 모든 집단의 발전과 미래는 경제력에 달린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 국가의 군사력은 경제력에 기반을 둔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이 군사 대국으로 세계의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막강한 자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비를 늘리며 군사 강국으로 올라서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패권을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본문 173쪽 中)


슈퍼차이나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를 지배할거란 생각도 하게 됐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바로 내 조국인 대한민국의 걱정이었다. 거대한 중국과 기술로 뭉친 일본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 거대한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생존할 수 있을는지......앞으로 슈퍼차이나의 힘은 세계 곳곳에서 더욱 더 힘차게 불어닥칠 것이다. 점점 더 강하고, 점점 더 무섭게 몰아닥칠 슈퍼차이나의 힘! 대한민국도 하루 빨리 슈퍼차이나의 힘에 버금가는 코리아의 힘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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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 시 한 수, 그림 한 장
김주대 지음 / 현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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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피천득 선생님이 쓴 <인연>의 마지막 구절이다.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캬, 정말 명문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운 감정이 복받치도록 올라온다. 아니 없는 감정도 상기시켜야 할 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리운 마음이나 감정을 마음 속에 품으면서 이 풍진(風塵)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힘들거나 슬플 때 각자 마음 속 그리움을 꺼내 놓고 내 안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사코를 세 번 만났을 때의 설렘처럼 각자의 그리움이 나를 위로할 수 있다면 마지막은 아사코를 만나지 말았어야 함을 알면서도 만나버린 그를 이해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다.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이란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그리움이 빛의 속도처럼 빠르게 온다면 감당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그리움이란 감정은 언제 들어도 반갑다. 이 책은 ‘SNS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주대 시인의 시화집(詩畵集)이다. 시화집답게 시와 그림 100편이 실려 있다. 시 한 편에 그림 한 폭이 그려져 있는데 짧은 시 한편에 많은 게 함축되어 있으면서 그림 또한 한 폭의 문인화를 보는 것처럼 수준급이다. 시를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김주대 시인의 그림이 시와 매치되면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가히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리움이 크다는 건 그만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책에서는 그 그리움의 대상을 한정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고 함축적인 소재들을 우리의 주변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투영시키고 있다. 제일 첫 장에 나오는 <시작>이란 시를 보면 ‘시작’은 마음 다잡고 맞이해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항상 수행해야 하는 그 무엇이란 것, 그리고 그 무엇은 반복적으로 순환된다는 말이 약간 난해하기도 하지만 무엇을 이룬 순간에도 우리는 끝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 이미 또 다른 ‘시작’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헤어짐은 또다른 만남이란 말과 비슷하다고 본다. <고요를 듣다>란 시에서도 대한민국의 한쪽에서는 많은 소란이 일어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그 소란을 막으려 대치하는 상황에서 ‘고요’가 사람을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그래서 소란스럽고 웅변스러움보다 고요함과 침묵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고요을 듣다>


꽃 지는 고요를 다 모으면 한평생이 잠길 만하겠다 (본문 14쪽 中)


세월호의 아픔을 담은 <유류품>을 읊조리면서는 가슴 한쪽이 아려왔고, <부녀>란 시를 읊조리면서는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는 거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앎>이라는 시를 통해서는 너무 편협한 지식 세계에 갇힌 내 자신을 보는 듯 해서 뜨끔하기까지 했다. 사랑에 있어서도 얕은 지식 속에서 헤매는 내 자신처럼 내 안에 가두어 구속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되돌아보고, 느껴보고, 그리워해보는 감정들이 이 책 속에 녹아내려져 있다면 <죽음>이란 시를 통해 이런 감정들이 극대화되고 있다. 시를 읽으면 죽음을 미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죽음 앞에선 모든 게 부질없으니 돈이나 명예, 권력을 쫓는 삶을 살지 말고, 나보다는 우리 모두를 위해 살아가자는 말로 귀결되는 시라고 생각한다.


<죽음>


그 한 번의 경험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죽음은

가장 위대한 통찰

가장 먼 탈출

(본문 171쪽 中)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평생을 나와 같이 가는 친구같은 존재다. 힘들 때 나를 위로해주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해주며, 슬플 때 같이 공감해줄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여러분들은 살아가면서 이런 친구 한명 두고 있는가? 만약 있다면 시간이 많이 흘러 그 친구와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애석하게도 그런 친구가 내 옆에 없다면 김주대 시인의 시화집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을 읽으면서 그리움의 감정을 되살렸으면 좋겠다. 아사코를 세 번째 만난 걸 후회하면서도 만났던 그처럼, 우리의 그리움도 때론 후회스럽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더라고 시간이 흘러 나중에 끄집어 냈을 땐 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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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비용
유종일 외 지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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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사계절이 분명하고, 지천에 꽃과 나무들이 널려 있으며, 우리 고유의 말인 한글을 사용하는데다 예의를 중시하는 대한민국이 좋다. 이렇게나 좋은 점이 많은 대한민국이지만 싫은 것도 있으니 그건 바로 동과 서로 나뉘어진 지역감정과, 친일파를 중심으로 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 거기에 임기를 마친 대통령 중에서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국정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비리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하는 사건에 있어서는 너무도 관대하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피비린내 나는 군화발 정치를 한 그가 버젓이 고개들 든 채 서울 하늘을 활보하고 있고, 나라 재정을 파탄내고 먹튀한 또 다른 그는 그럴싸한 책까지 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에 바쁘다. 대통령 임기 내 잘못한 점이 있으면 시인하면서 용서를 구할 부분은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죗값을 받으면 될 것을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 냥 위선의 모습을 하며 매스컴에 얼굴을 내비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과연 국민을 위한 나라이고,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감정이 폭발해서 책을 던져버리고 말았다. 책이 무슨 죄라고...하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캐나다 하베스트 사의 에너지 인수사업 손실액 3조 7453억 원,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2조 989억 원,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1조 3863억 원, 캐나다 셰일가스 사업 1조 1403억 원, 호주 CLNG프로젝트 8322억 원, 사비아페루 인수 6569억 원, 이 모든 금액은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임기 기간 중 해외자원개발에 쏟아부은 돈이다. 튼튼하고 잘 만들어진 옹기에 돈을 넣었어도 행여 돈은 세지 않을까 전전긍긍일 텐데 밑빠진 독에 이 많은 돈을 쏟아 부었으니 남은 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차용한 빚이요, 이 빚덩이로 인해 휘청이는 대한민국의 경제는 덤으로 딸려 왔으리라. 여기에 ‘한반도대운하사업’ 운운하면서 벌인 4대강사업 예산 22조 원은 공중에 날려버린 돈이 됐으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을지 당최 감이 오질 않는다.


4대강사업의 진실은 일시적으로 물속에 잠겨 있을지 몰라도 엄연히 숨 쉬고 있다. 22조 원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우리 국민들은 오래된 상식을 확인했다. 어서 그들의 몰상식을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 상식을 무시했던 과정을 밝히기 위해 더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한국사회에 더 큰 불행이 될 것이다. 4대강사업은 이미 ‘4대강 게이트’로 이행되었기 때문이다. 거짓이 진실을 덮을 수도 있다는 것이 결코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본문 153쪽 中)


이 책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42조 원의 천문학적 빚을 남기고 자신들이 주름잡던 무대에서 내려왔다고 말한다. 조(兆)가 누구 개 이름도 아니고 그들이 섰던 무대값 치곤 정말로 어이가 없는 액수다. MB정부의 들러리를 자청했던 공기업들은 이미 파산신청을 해도 될만큼 박살이 났고, 묻지마식 투자로 해외에 투자했던 해외자원개발은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대한민국으로 되돌아왔으며, 수질개선과 홍수를 예방한다는 명목아래 행해진 4대강 사업은 흉측한 괴물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으니 이 괴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혹자들은 대통령께서 생각이 있어서 투자한 거 가지고 괜한 꼬투리를 잡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돈을 쓴 결과만을 가지고 꼬투리 잡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돈을 투자한 과정들을 면면히 살펴봤을 때 의혹투성이에 비리와 부실 ,부패가 한 데 엮어져서 내 마음 속 분노를 표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캐나다 원유회사인 하베스트 사를 인수하면서 그들의 자회사인 날(정유시설)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서 약 4조 5500억 원 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하베스트 사의 손에 쥐여줬지만 이 많은 돈을 주면서 하베스트 사의 경제성 평가나 그 어떤 부실검증 없이 인수협상을 마무리 했다는 사실과 캐나다의 현장실사는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 우리를 화나게 하고, 분노케 하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정부의 5년은 어느 덧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이 무대에 선 5년 동안 대한민국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나라를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빚의 수렁에 빠지게 만든 MB정부에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들어나면 무거운 처벌을 통해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길이자 튼튼하고 내실있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느릿느릿 흐르는 영산강의 물줄기를 보면서 과거사나 비리를 청산하지 못하고 느릿느릿 행동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는 거 같아 마음이 더욱 더 아프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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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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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책만큼 수면제 역할을 해주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난해하면서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인문학이나 철학 책을 읽고 있으면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리니 책 앞에서 불면이란 말은 무용지물일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에도 불면일 때 책을 읽고 있으면 잠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가다가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책 속에 빠져서 날을 꼬빡 세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의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기쁘고 행복하다. 잠에 굴복당하지 않았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양질의 책을 내 스스로가 재미를 느끼면서 읽었다는 기특함이 나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거 같다. 요즘 들어 이런 기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


깊은 바다 한 가운데서 잠수을 하고 있는 한 사람, 그는 과연 누구일까?


장석주 시인의 책은 요근래 벌써 3권째다. 한 권은 여러 명사들과 함께 쓴 문장 강화에 관한 책이었고, 다른 한 권은 장석주 시인이 30년 동안 글 쓴 노하우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는 ‘장석주의 서재’란 부제와 함깨 그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통해 읽었던 책들과 그 책들을 통해 받았던 사유를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영화배우의 수상 소감처럼 장석주 시인이 차려논 밥상에 숟가락만 얹고서 넑고 깊은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면 되는 것이다.


노란 개나리가 피었다가, 4월의 크리스마스처럼 눈보라가 치기도 하는 봄에 장석주 시인은 원주에 있는 토지문화관에 들어가 책을 읽는다. 시도 쓰고, 여름에 나올 책의 원고도 검토하면서 책 100여 권을 읽는다는 그의 말에서 묘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이렇게 책 읽는게 생활화된 그의 모습이 한편으론 부러우면서 다른 한편으론 책에 완전히 빠져버린 그의 모습이 두렵기까지 하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날엔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를 읽으면서 사유하는 기쁨을 맛보고, 앞마당에 핀 목련과 개나리를 보면서는 헤르만 헤세의 『정원』을 읽으면서 봄이 주는 선물을 만끽한다. 폭염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여름이 오면 지방의 기숙사에 내려가 책을 읽으면서 더위를 이기곤 하는 그인데, 폴 오스터의 『선셋 파크』, 마르탱 파주의 『숨은 용을 보여주는 거울』을 통해 한 여름의 더위를 즐긴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면서 쌀쌀해지는 가을이 오면 그의 독서량은 절정에 오른다. 알베르 카뮈, D.H.로렌스, 니체, 앙드레 지드의 외국 작가부터 현진건, 최인호, 은희경, 박현욱의 한국 작가들까지 그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곤 친철하게 그들의 책에 대한 설명이 깃들여지는데 이것이 장석주 시인만이 내뿜는 매력이요, 날마다 읽고 쓰는 장석주 문장노동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첫얼음이 얼고, 첫눈이 내리는 겨울엔 질 들뢰즈, 지그문트 바우만, 슬라보예 지젝과 함께 ‘철학’이라는 겨울잠에 빠지는 그의 모습에서 ‘문장노동가’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그다. 


책이 없었다면 나는 하품하는 개나 뒷발질하는 당나귀나 나뭇가지 위에서 뜻 없이 우는 까치와 다를 바 없는 비천한 존재로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동물들이 열등한 것은 스스로 ‘운명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사람에게 스스로 운명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준다.(255쪽 中)


중국의 시인인 베이다오(北鳥)의 시 한 구절에서 빌려 와 썼다는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란 책엔 장석주 시인이 추천하는 수많은 책들과 그가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느꼈을 사유와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오랜 기간 그가 공들여 쌓아온 이 노력의 결과물을 읽는 거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이 미안함보다 그가 전해주는 사유의 기쁨이 더 컸기에 장석주 시인에게 미안함 대신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내 자신을 만나기도 했고, 지식의 짦음에 자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니깐. 다가오는 봄에서부터 겨울까지는 장석주 시인이 권하는 책들과 함께 2015년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발터 벤야민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넓히고 싶고, 눈오는 겨울에는 질 들뢰즈의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 속 불면의 등불이 나를 인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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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국사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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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역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파란만장’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그 오래전 고조선의 시작부터, 신라의 삼국합병, 고려와 발해, 조선,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굴곡의 역사가 우리와 함께 했다. 이 와중에 많은 시련과 좌절, 왜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왔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건 정말 장하고 대단한 일이지만 고대사의 왜곡이나 사대주의적 역사관과 식민사관 등 대한민국 역사의 왜곡이나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버린 책이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다. 단재 선생이 옥중에서 뇌출혈로 순국할 때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피를 토하며 외쳤던 고대사의 진실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한다.


신채호 선생은 그의 저서 <조선사 연구초>에서 묘청의 난(서경천도운동)을 ‘조선 역사 1천 년 이래 최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학교 때 배웠던 역사적 상식으로는 승려가 일으킨 반란 정도로 각인되어 있었던 묘청의 난이 신채호 선생의 언급으로 인해 세상밖으로 나온 것이다. 묘청과 이를 제압해려 했던 김부식을 가르켜 낭불양가(낭가사상. 불가사상)  대 유가의 싸움이요, 독립당 대 사대당의 싸움이자 진취사상 대 보수사상의 싸움으로 보았고, 이 싸움은 김부식의 승리로 끝났기에 조선의 역사가 보수적, 유교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반대로 김부식을 물리치고 묘청이 승리를 거뒀다면 조선의 역사가 자주적이고 진취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고, 지금쯤 대한민국은 어떻게 변해있을지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면서 벅차오르는 느낌이다.


신채호는 두 가지 부류의 역사학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그는 <조선사 연구초>에 실린 논문인 <조선 역사상 1천 년 이래 최대 사건>에서 밝혔듯이, 12세기에 사대파 유학자인 김부식이 자주파 승려인 묘청을 제압하고 <삼국사기>를 편찬한 이래로 이 땅의 역사학계는 기본적으로 사대적이고 퇴보적이 되었다고 말했다. 신채호가 도전한 첫 번째 역사학자들은 1천 년 가까이 이 땅을 지배한 유교주의적 역사학자들이다. 이들과 똑같다고 볼 수 없지만, 궤를 같이하는 또 다른 부류가 신채호 시대에 급성장하고 있었다. 일본제국주의 역사관을 받아들이는 식민사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본문 34쪽 中)


이 책에서는 우리가 머리로만 배웠던 단군, 기자, 위만, 삼국의 역사체계를 부정하는 대신에 대단군조선, 삼조선, 부여, 고구려, 신라, 백제로 이어지는 새로운 역사인식 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조선의 민족은 태백산 수림을 모방한 ‘수두’라는 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각각의 수두에 단군이 모여서 대단군왕검이 탄생하게 된다. 기원전 10세기경부터 대략 오륙백 년간은 대단군조선의  전성기였고, 기존 역사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삼조선’이란 명칭이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단군, 기자, 위만의 세 왕조를 뜻하는 게 아니라 신한.불한.말한, 세 한이 분립한 것으로 신한은 대왕大王을 뜻하고 ,불한과 말한은 부왕副王을 말한다. (덧붙이자면 신한.말한.불한은 이두문자로 진한.마한.변한이라 표기했고, 신조선.말조선.불조선은 이두로 진조선.막조선,번조선으로 표기함) 그리고 삼조선의 영역이 길림성.흑룡성 및 지금의 연해주 남쪽(신조선)과 요동반도(불조선)와 압록강 이남(말조선)이었다고 하니 그 위력이 상당했다.


삼신설(천일.지일.태일)의 파탄으로 인한 삼조선이 붕괴되고 중국과의 격전시대인 열국쟁웅시대의 도래, 그리고 고구려, 신라, 백제의 활약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중요한 것은 신채호 선생의《조선상고사》는 김부식이 서술했던 <삼국사기>처럼 신라를 위주로 해서 역사를 서술한 게 아니고,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부여,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의 역사를 동등하게 서술했다는 점에 있다.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우리 한민족 역사 자체를 서술하려고 했던 신채호 선생의 의지가 아니였으면 이렇게 새로운 역사체계를 알 수 없었다는 의미에서 본인은《조선상고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이다.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의 내용에 눈을 부릅뜨며 반발할 역사학자도 있을 거란 생각이다. 많은 책을 참고해 썼다지만 신채호 선생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오류도 분명 존재하리라. 하지만 검증하고 확인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모두가 쉬쉬하며 왜곡해버린 조선의 상고사上古史를 차디찬 감옥에서 우리의 조국을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그의 애국심을 생각한다면 박수는 못 칠지언정 비난은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동북아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고, 일본은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자주적이고 진취적인 단재 선생의 역사관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란 사실을 명심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我와 비아非我를 헷갈려서는 결코 안될 것이며. 미완으로 끝나버린 조선상고사의 마지막을 우리 스스로가 완성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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