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비용
유종일 외 지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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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사계절이 분명하고, 지천에 꽃과 나무들이 널려 있으며, 우리 고유의 말인 한글을 사용하는데다 예의를 중시하는 대한민국이 좋다. 이렇게나 좋은 점이 많은 대한민국이지만 싫은 것도 있으니 그건 바로 동과 서로 나뉘어진 지역감정과, 친일파를 중심으로 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 거기에 임기를 마친 대통령 중에서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국정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비리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하는 사건에 있어서는 너무도 관대하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피비린내 나는 군화발 정치를 한 그가 버젓이 고개들 든 채 서울 하늘을 활보하고 있고, 나라 재정을 파탄내고 먹튀한 또 다른 그는 그럴싸한 책까지 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에 바쁘다. 대통령 임기 내 잘못한 점이 있으면 시인하면서 용서를 구할 부분은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죗값을 받으면 될 것을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 냥 위선의 모습을 하며 매스컴에 얼굴을 내비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과연 국민을 위한 나라이고,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감정이 폭발해서 책을 던져버리고 말았다. 책이 무슨 죄라고...하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캐나다 하베스트 사의 에너지 인수사업 손실액 3조 7453억 원,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2조 989억 원,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1조 3863억 원, 캐나다 셰일가스 사업 1조 1403억 원, 호주 CLNG프로젝트 8322억 원, 사비아페루 인수 6569억 원, 이 모든 금액은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임기 기간 중 해외자원개발에 쏟아부은 돈이다. 튼튼하고 잘 만들어진 옹기에 돈을 넣었어도 행여 돈은 세지 않을까 전전긍긍일 텐데 밑빠진 독에 이 많은 돈을 쏟아 부었으니 남은 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차용한 빚이요, 이 빚덩이로 인해 휘청이는 대한민국의 경제는 덤으로 딸려 왔으리라. 여기에 ‘한반도대운하사업’ 운운하면서 벌인 4대강사업 예산 22조 원은 공중에 날려버린 돈이 됐으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을지 당최 감이 오질 않는다.


4대강사업의 진실은 일시적으로 물속에 잠겨 있을지 몰라도 엄연히 숨 쉬고 있다. 22조 원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우리 국민들은 오래된 상식을 확인했다. 어서 그들의 몰상식을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 상식을 무시했던 과정을 밝히기 위해 더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한국사회에 더 큰 불행이 될 것이다. 4대강사업은 이미 ‘4대강 게이트’로 이행되었기 때문이다. 거짓이 진실을 덮을 수도 있다는 것이 결코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본문 153쪽 中)


이 책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42조 원의 천문학적 빚을 남기고 자신들이 주름잡던 무대에서 내려왔다고 말한다. 조(兆)가 누구 개 이름도 아니고 그들이 섰던 무대값 치곤 정말로 어이가 없는 액수다. MB정부의 들러리를 자청했던 공기업들은 이미 파산신청을 해도 될만큼 박살이 났고, 묻지마식 투자로 해외에 투자했던 해외자원개발은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대한민국으로 되돌아왔으며, 수질개선과 홍수를 예방한다는 명목아래 행해진 4대강 사업은 흉측한 괴물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으니 이 괴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혹자들은 대통령께서 생각이 있어서 투자한 거 가지고 괜한 꼬투리를 잡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돈을 쓴 결과만을 가지고 꼬투리 잡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돈을 투자한 과정들을 면면히 살펴봤을 때 의혹투성이에 비리와 부실 ,부패가 한 데 엮어져서 내 마음 속 분노를 표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캐나다 원유회사인 하베스트 사를 인수하면서 그들의 자회사인 날(정유시설)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서 약 4조 5500억 원 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하베스트 사의 손에 쥐여줬지만 이 많은 돈을 주면서 하베스트 사의 경제성 평가나 그 어떤 부실검증 없이 인수협상을 마무리 했다는 사실과 캐나다의 현장실사는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 우리를 화나게 하고, 분노케 하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정부의 5년은 어느 덧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이 무대에 선 5년 동안 대한민국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나라를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빚의 수렁에 빠지게 만든 MB정부에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들어나면 무거운 처벌을 통해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길이자 튼튼하고 내실있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느릿느릿 흐르는 영산강의 물줄기를 보면서 과거사나 비리를 청산하지 못하고 느릿느릿 행동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는 거 같아 마음이 더욱 더 아프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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