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상고사, 국사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민국의 역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파란만장’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그 오래전 고조선의 시작부터, 신라의 삼국합병, 고려와 발해, 조선,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굴곡의 역사가 우리와 함께 했다. 이 와중에 많은 시련과 좌절, 왜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왔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건 정말 장하고 대단한 일이지만 고대사의 왜곡이나 사대주의적 역사관과 식민사관 등 대한민국 역사의 왜곡이나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버린 책이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다. 단재 선생이 옥중에서 뇌출혈로 순국할 때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피를 토하며 외쳤던 고대사의 진실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한다.


신채호 선생은 그의 저서 <조선사 연구초>에서 묘청의 난(서경천도운동)을 ‘조선 역사 1천 년 이래 최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학교 때 배웠던 역사적 상식으로는 승려가 일으킨 반란 정도로 각인되어 있었던 묘청의 난이 신채호 선생의 언급으로 인해 세상밖으로 나온 것이다. 묘청과 이를 제압해려 했던 김부식을 가르켜 낭불양가(낭가사상. 불가사상)  대 유가의 싸움이요, 독립당 대 사대당의 싸움이자 진취사상 대 보수사상의 싸움으로 보았고, 이 싸움은 김부식의 승리로 끝났기에 조선의 역사가 보수적, 유교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 반대로 김부식을 물리치고 묘청이 승리를 거뒀다면 조선의 역사가 자주적이고 진취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고, 지금쯤 대한민국은 어떻게 변해있을지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면서 벅차오르는 느낌이다.


신채호는 두 가지 부류의 역사학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그는 <조선사 연구초>에 실린 논문인 <조선 역사상 1천 년 이래 최대 사건>에서 밝혔듯이, 12세기에 사대파 유학자인 김부식이 자주파 승려인 묘청을 제압하고 <삼국사기>를 편찬한 이래로 이 땅의 역사학계는 기본적으로 사대적이고 퇴보적이 되었다고 말했다. 신채호가 도전한 첫 번째 역사학자들은 1천 년 가까이 이 땅을 지배한 유교주의적 역사학자들이다. 이들과 똑같다고 볼 수 없지만, 궤를 같이하는 또 다른 부류가 신채호 시대에 급성장하고 있었다. 일본제국주의 역사관을 받아들이는 식민사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본문 34쪽 中)


이 책에서는 우리가 머리로만 배웠던 단군, 기자, 위만, 삼국의 역사체계를 부정하는 대신에 대단군조선, 삼조선, 부여, 고구려, 신라, 백제로 이어지는 새로운 역사인식 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조선의 민족은 태백산 수림을 모방한 ‘수두’라는 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각각의 수두에 단군이 모여서 대단군왕검이 탄생하게 된다. 기원전 10세기경부터 대략 오륙백 년간은 대단군조선의  전성기였고, 기존 역사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삼조선’이란 명칭이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단군, 기자, 위만의 세 왕조를 뜻하는 게 아니라 신한.불한.말한, 세 한이 분립한 것으로 신한은 대왕大王을 뜻하고 ,불한과 말한은 부왕副王을 말한다. (덧붙이자면 신한.말한.불한은 이두문자로 진한.마한.변한이라 표기했고, 신조선.말조선.불조선은 이두로 진조선.막조선,번조선으로 표기함) 그리고 삼조선의 영역이 길림성.흑룡성 및 지금의 연해주 남쪽(신조선)과 요동반도(불조선)와 압록강 이남(말조선)이었다고 하니 그 위력이 상당했다.


삼신설(천일.지일.태일)의 파탄으로 인한 삼조선이 붕괴되고 중국과의 격전시대인 열국쟁웅시대의 도래, 그리고 고구려, 신라, 백제의 활약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중요한 것은 신채호 선생의《조선상고사》는 김부식이 서술했던 <삼국사기>처럼 신라를 위주로 해서 역사를 서술한 게 아니고,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부여,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의 역사를 동등하게 서술했다는 점에 있다.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우리 한민족 역사 자체를 서술하려고 했던 신채호 선생의 의지가 아니였으면 이렇게 새로운 역사체계를 알 수 없었다는 의미에서 본인은《조선상고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이다.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의 내용에 눈을 부릅뜨며 반발할 역사학자도 있을 거란 생각이다. 많은 책을 참고해 썼다지만 신채호 선생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오류도 분명 존재하리라. 하지만 검증하고 확인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모두가 쉬쉬하며 왜곡해버린 조선의 상고사上古史를 차디찬 감옥에서 우리의 조국을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그의 애국심을 생각한다면 박수는 못 칠지언정 비난은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동북아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고, 일본은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자주적이고 진취적인 단재 선생의 역사관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란 사실을 명심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我와 비아非我를 헷갈려서는 결코 안될 것이며. 미완으로 끝나버린 조선상고사의 마지막을 우리 스스로가 완성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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