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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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마인드’ - 인간행동의 법칙 탐구


영화 [뷰티플 마인드]를 보셨는지? 독창적인 게임이론을 체계화시켜 노벨상까지 받았지만 평생 정신질환으로 시달렸던 천재 수학자 존 내시를 그린 영화이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해서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집합적인 인간 행동의 복잡성을 설명하려 했던 내시의 수학이 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양 근대의 초기 수학적 원리를 통한 눈부신 자연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생겨났고 이 믿음은 인간의 행동과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법칙’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고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 혁명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계몽주의가 탄생하고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커다란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동구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부침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역사적으로 많은 한계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학자들은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집단적인) 인간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을까?”하는 화두를 붙잡고 있다. 이 화두의 중심에 내시의 게임이론이 있다.

현대 게임이론은 1928년 발표된 폰 노이만의 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노이만은 2인 제로섬(한 명이 이기면 다른 사람은 무조건 진다는 의미)게임의 경우 언제나 최적의 전략-게임 규칙이나 상대의 전략과 상관없이 가능한 한 자신의 승률을 최대로 높여주는 전략- 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수학적으로 계산된 최적의 전략은 대부분의 경우 혼합전략이다. 카드게임으로 치면 좋은 카드를 가졌을 때만 베팅을 하는 것은 순수전략인데 간단히 말해 혼합전략이란 가끔은 나쁜 카드를 들고도 뻥을 쳐야한다는 뜻이다. 노이만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순수전략을 선택하거나 뻥을 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인지 수학적으로 계산해 냈다.

폰 노이만이 2인 제로섬게임에 대해 수학적인 분석을 했다면 내시는 경기자가 여러 명인 비제로섬게임에 대한 수학적 분석을 했다. 경기자들이 각자 따로따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할 때 게임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전략들의 집합, 즉 모두에게 최대의 이익이 보장되는 안정된 상태인 ‘내시균형’이 적어도 하나 이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이 ‘내시균형’ 상태에서는 누구든 전략을 수정하면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어떤 사회문제든 적절히 대응하는 게임을 만든 다음 내시의 수학을 적용하면 사람들이 안정을 찾고 싶어 한다면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 대략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고안된 게임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부터 ‘공공재 게임’ ‘최후통첩 게임’등 수없이 많은데 책을 보면 대표적인 게임들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수학적으로 ‘내시균형’을 계산해 냈더라도 항상 현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란 때로 자신의 이익보다 공정함을 우선하기도 하고 분풀이로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또한 현실의 사회는 경기자도 많고 보상 규칙도 매우 복잡하므로 내시균형을 계산하는 것이 쉽지 않다.


1979년 캠브리지대학 하퍼교수는 청둥오리들에게 똑같은 크기의 빵조각을 두 곳에서 한 곳은 5초 간격으로 다른 곳은 10초 간격으로 던져 주었다. 이 상황은 빵조각이 보상인 일종의 게임이다. 여러분이라면 빵을 자주 던져주는 곳으로 갈까 아니면 경쟁이 심하니까 가끔 던져 주는 곳으로 갈까? 내시균형을 계산해보면 1/3은 10초에 한번 던져주는 곳, 2/3는 5초에 한번 던져주는 곳이 최적의 전략이다. 재밌게도 오리들은 1분도 걸리지 않아 정확히 게임이론의 예측에 따라 두 그룹으로 갈라졌다. 만약 빵조각의 크기를 다르게 하면? 당연히 횟수에 크기까지 넣어 내시균형을 계산할 수 있다. 오리들 역시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이 균형에 도달한다. 게임이론과 생물학이 만났던 지점이고, 현재 게임이론은 진화의 많은 양상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정글의 법칙을 따르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어떻게 협조적인 행동문화와 문명을 만들어 냈을까? 언어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하는 의문들을 게임이론이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간이 자기 두뇌 속을 들여다보지 못했던 시기에는 관찰 가능한 외적인 행동을 주로 연구하는 행동주의심리학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MRI의 개발로 특정 행동을 할 때 두뇌 속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볼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었고 신경과학과 경제학이 통합되어 신경경제학까지 등장하였다.

예를 들면 연구자들은 최후통첩게임과 뇌스캔을 결합하였다. 이 게임은 당신이 100달러를 받고 그 중 일부를 제3자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당신이 갖는 게임이다. 단 제 3자가 당신이 제안한 일부를 거절하면 100달러 전부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제3자는 당신이 제안한 액수가 아무리 적더라도 무조건 받는 게 이익이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사람들은 작은 액수는 그냥 거절해 버린다. 사람들은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당신의 욕심을 응징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상당히 후한 액수를 제 3자에게 제안하곤 한다.

이런 방식의 게임을 하면서 제 3자의 뇌를 스캔해 보면 적은 액수의 제안을 이 사람이 받아들일지 말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거절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뇌섬엽’과 ‘전측대상피질’ 영역의 강한 활동이 관측된다. 특정 행동에 대한 원인이 고유한 속성일 수 있고 인간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응징자들은 개인적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인류는 응징자 개인에게는 손해일 수 있지만 사회의 이기주의자와 비협조자들을 응징함으로써 협조자들의 이익을 보장하여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의 연구를 통해 인간은 다 다르게 행동하고 사람에 따라 배신과 협력, 그리고 응징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인류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협력자, 경쟁자, 응징자 등의 적절한 혼합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최후통첩게임을 다양한 문화권에서 시행해서 비교해보면 인간의 사회성은 문화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기적이거나 협조적이거나 하는 다양한 편차가 발견되었고, 대체적으로 시장 거래 활동이 활발할수록 전체적인 공정함을 지향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요약해 보면 유전자와 환경, 문화는 서로 뒤엉켜서 다양한 행동 패턴을 만들어 냈고, 자연과 인류는 이런 행동 패턴들의 혼합전략을 선택해 왔다.


게임연구자들은 내시균형같은 고전적인 게임이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학문 분야들을 접목하여 이론의 구체성과 현실성을 확장해 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론에 통계역학, 통계 물리학, 네트워크 수학 등을 접목하여 인간의 집합적 행동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과학으로 ‘사회물리학’ 또는 ‘경제 물리학’이 등장한 것이다.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이 세상의 물리적 실체 자체가 게임이론의 혼합전략을 취하고 있다. 원자의 위치 자체가 원래 정해져 있지 않고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한다. 아원자 세계에서는 모든 실체가 불분명하고 다양한 가능성들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게임이론의 최적 전략이 고정된 순수전략이 아니라 여러 행동 원칙들이 특정 확률분포를 가지고 혼합된 집합인 것처럼 양자물리학에서도 입자의 위치는 특정 확률분포로 존재한다. 저자는 인간의 행동, 사회의 변화 뿐 아니라 생명의 기원, 물질의 기원 나아가 우주 전체에 대한 통합적인 설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게임이론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권으로 읽는 게임이론의 모든 것, 한번 쯤 읽어 볼 만하다는 생각은 없으신지? 내시균형 계산법도 부록으로 달려있다.


호모루두스-게임하는 인간-, 톰 지그프리드, 자음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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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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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문학 책으로는 드물게 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저자는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부터 논의를 끌어간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 하는지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각 개인에게 합당한 몫을 나누어 준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분배 원칙을 만들어야 하는가? 저자는 이 간단하지 않은 화두를 끝까지 붙잡고 다양한 사례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벤담과 칸트와 롤스 등의 이론들을 설명하며 계속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재화 분배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행복, 자유, 미덕이 그것이다. 그런데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고 미덕을 기르는 행위의 의미와 규정이 사람들 사이에 서로 충돌한다. 이 책은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에 대한 장단점을 살펴보고 우리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인지 집요하게 추궁해 나간다.

먼저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도덕의 최고 원칙은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 옳은 행위는 공리(유용성)를 극대화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모두 쾌락을 좋아하고 고통을 싫어한다. 어떤 정책을 통해 얻는 이익을 다 더하고 거기에서 총비용을 빼서 이익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리적인 정책인 것이다. 이 사상은 현재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민 주권시대에 가능한 많은 국민들의 이익에 기여하는 정책의 선택을 누가 쉽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공리주의에 대한 반박은 만족의 총합에만 관심을 두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쉽지 않은 논쟁거리이다. 체니 전 미국부통령은 소수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에게 강력한 고문기술을 사용한다면 엄청난 인명 피해와 고통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국민 중에는 이런 공리주의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테러리스트의 입을 열기 위해 죄 없는 그의 가족을 고문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극심한 고통 속에 나오는 자백은 믿을 것이 못 되고, 우리가 고문에 의존하면 우리 군인이 포로로 잡혔을 때 더 혹독한 대우를 각오해야 한다는 실용적인(공리적인) 이유로 고문을 반대하는 공리주의자도 있다. 어쨌든 공리주의자들은 고문 행위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런 공리주의와 다르게 고문이 인권을 침해하고 인간의 타고난 존엄성을 파괴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리주의에 대한 또 다른 반박은 중요한 도덕적 문제를 쾌락과 고통이라는 하나의 저울로 측정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두 번째 문제에 대해 계산적인 원칙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원칙을 통해 공리주의를 다듬어 살리려 했던 사람이다. 그는 공리를 극대화하되 매 순간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하고 오랫동안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다보면 인간의 행복이 극대화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밀은 벤담과 달리 욕구의 양이나 강도만이 아니라 고급 쾌락과 저급 쾌락의 구별처럼 질을 평가하려 한 것이다.

자유지상주의.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유하는가? 내 몸은 나의 것인가? 대부분의 국가가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해마다 수천 명이 신장 이식을 기다리다 죽어가고 있다. 시장에서 매매가 된다면 신장 공급이 늘어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장 매매 허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몸은 내 것이라는 전형적인 자유지상주의 이념에 근거하고 있는 이들은 목숨을 구하는 도덕성, 신장은 하나만 있어도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 한다. 하지만 2001년 독일에서 일어난 성인들의 합의로 이루어진 식인 행위처럼 자기소유권이라는 자유지상주의 원칙은 무한정 허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정의를 둘러싼 공방에서 자주 거론되는 시장의 역할에 대해 다양하게 질문한다. 자유시장이 공정한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사서는 안 되는 재화도 있는가? 왜 문제가 되는가?
현재는 유급 자원군제이지만 미국에는 역사적으로 세 가지 병역 방법이 있다. 남북전쟁 때의 병역제도인 유급 대리인을 허용하는 징병제와 (유급)자원군제 그리고 (강제)징병제 이다. 공리주의나 자유지상주의 논리로 보면 노동시장에서 자유롭게 고용하는 자원군이 최고의 선택이고 강제 수단을 동원하는 징병제는 최악의 선택이다. 하지만 사회의 제반 여건이 상당 부분 평등하지 않다면 징병제는 법이, 자원군은 경제적 어려움이 강제하는 즉 강제의 형태만 다른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 자원군 구성 계층을 보면 저소득층에서 중간 소득층 지역 출신 젊은이의 비율이 현격히 높다. 프린스턴 대학을 보면 1956년에는 졸업생의 과반 이상이 군에 입대했지만 2006년에는 1%도 되지 않는다. 의회 의원 가운데 자녀가 군에 가는 경우는 2%도 안 된다. 자기 자식을 전쟁터로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전쟁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군을 미국식 자원군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는데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시장을 통해 고용하는 자원군제에 대해 다른 반박도 있다. 모든 시민은 나라에 봉사할 의무가 있다. 군 복무는 여러 직업 중 하나가 아니라 시민의 의무이다. 의무를 시장에 내놓고 거래하는 것은 잘못이다. 실제로 배심원은 시장제도에 맡기고 있지 않다.

다음은 대리모 거래에 대한 논란이다. 대리 출산 계약은 강제할 효력이 있는가? 대리모가 친권을 주장한다면? 자발적 합의라면 문제가 있는 합의라도 인정해야 하는가? 자궁대리모와 난자까지 제공하는 대리모의 차이는 있는가? 인도 같은 외국에서 하고 있는 체외수정 대리임신은? 현재 유럽의 많은 국가는 상업적 대리 출산을 금지한다. 미국은 10여 개 주가 합법화했고, 10여 개 주가 금지했으며, 다른 주들은 애매하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

칸트는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그 이유는 이성적이고 자율적이고 선택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칸트에 따르면 자유롭게 행동한다는 것은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고, 천성이나 사회적 관습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부여한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행동은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를 선택하는 것이다. 공리주의처럼 개인을 전체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목적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 역시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물론 책에는 칸트의 주장에 대한 한계와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서도 잘 정리하고 있다. 더해서 칸트는 왜 자유 성관계를 반대할까? 칸트라면 빌 클린턴을 옹호했을까?(놀랍게도 내용을 보면 이런 종류의 거짓말에 대해 칸트는 긍정적이다.) 흥미 있는 내용이다.

존 롤스의 정의론. 롤스는 정의를 고민하는 방법은 원초적으로 평등한 상황에서 어떤 원칙에 동의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칙을 정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무지의 장막” 뒤에서, 즉 계층, 성별, 인종, 정치관, 종교관 등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말 그대로 평등한 위치에서 원칙을 합의한다면 공정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추론하여 롤스는 정의의 원칙 두 가지를 정립한다. 하나는 언론이나 종교의 자유 같은 기본적 자유에 대한 원칙이고 두 번째는 사회, 경제적 평등에 관한 것으로 소득과 부를 똑같이 분배하지는 않더라도 그 이익이 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이다.
시민들은 기본 자유를 평등하게 보장받고, 소득과 부의 분배는 자유 시장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기회 균등을 공식 인정하는 자유지상주의 정의론이 있다(우리나라는 아직 이 수준에도 미달이지만...). 다음은 부모의 부나 교육 환경 등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자유 시장 체제의 불공정을 다양한 제도를 통해 바로잡는 모든 사람이 계층이나 가정환경에 상관없이 동일한 출발선에 서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위주 사회가 있다. 롤스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다. 능력 위주 사회가 사회적 우연을 제거한다 해도 타고난 능력과 재능이라는 개인적 우연이 불공정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롤스의 ‘차등원칙’은 재능을 개발하고 이용하게 하되 그 대가는 공동체 전체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에 대한 평가 등 롤스의 주장에 대한 학자들의 다양한 논의를 따라가 보는 재미도 그럴 듯하다.

대학 입학 등에서 소수집단 우대정책은 정의로운가? 권리 침해는 없는가? 인종 통합 공동체를 목표로 한 뉴욕의 ‘스타렛 시티’ 아파트의 백인 우대정책은 타당한가? 기부금을 통한 기여 입학제는 정의로운가? 더 나가서 아예 일정 비율을 경매로 입학자를 뽑는다면?

“정치의 목적은 경제적 풍요나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좋은 시민을 양성하고 시민의 미덕을 키우고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고 공직과 영광은 시민의 미덕이 가장 뛰어나고 공동선을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인데 동의가 되시는지?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론적 사고와 본성에 대한 적합성을 중요시 했다. 정의든 국가든 권리든 텔로스(목표, 본질)를 먼저 이해하고 거기에 가장 적합한 행위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와 권리에 대한 논쟁은 결국 사회 제도나 조직의 목적, 분배 원칙, 명예나 포상을 주는 근거 등에 대한 논란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국가나 법이 이런 문제에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좋은 삶의 본질을 거론하지 않고는 공정성이나 정의의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독일은 여러 차례 다양한 방법으로 2차 대전의 여러 범죄적 행위에 대해 사죄했다. 미국은 노예제에 대해, 2차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을 감금한 것에 대해 공식 사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원주민에 대해 공식 사죄했다. 일본은 사죄하는데 인색한 국가이다.
조상의 죄에 대해 후손이 사죄해야 하는가? 배상을 한다면 아무 책임도 없는 현재 시민들의 돈을 사용해야 하는데 정당한가? 도덕적 개인주의 차원의 문제제기이다. 이들에게 자유란 내가 자발적으로 초래한 의무만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런 합의와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개념은 근현대 정의론에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존 로크나 칸트, 롤스의 정의론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부나 법 역시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을 경계해서 특정한 도덕적, 종교적 이상을 권장해서는 안 되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칸트나 롤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을 거부한다. 시민 스스로가 정의와 목적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단적 책임의식이나 공동체 의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공동체가 주는 부담이 억압적일 수 있다는 비판을 극복하고, 공동체의 도덕적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이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한다. 그는 인간을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보는 시각 대신 서사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답하려면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가를 먼저 답해야 한다. 나는 가족, 친족, 부족, 나라에 둘러싸인 사람이고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빚과 유산, 적절한 기대와 의무도 물려받는다. 현대의 개인주의와는 분명히 차이가 나지만 사회계약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제3의 의무인 연대 의무 또는 공동체 의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해석이다.

이어지는 질문들. 애국심은 미덕인가? 국산 애용운동은 정당한가? 연대는 우리 사람만 챙기는 편애인가? 마지막 질문에만 답한다면 역사적 범죄에 대한 사죄나 배상, 미국인의 베트남전쟁 반대운동도 애국심과 연대의식에 기초해서 나온 행동이라는 점이다.

정치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해 존 F. 케네디와 버락 오바마는 양극단의 견해를 보인다. 케네디가 카톨릭 신자라 다수인 개신교 신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지만 정부는 도덕적 종교적 문제에서 중립을 지켜 무엇이 좋은 삶인지는 개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해야 한다는 당시 철학의 반영이기도 하다. 반면 오바마는 자유주의적 중립을 거부하고 진보주의자들은 더 큰 아량을 베풀고 신앙 친화적인 공적 이성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본질적인 도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정의와 권리의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고 보고 오바마의 견해를 지지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 중에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으로 1. 시민의식, 희생, 봉사의 확대 2.시장의 도덕적 한계 극복 3. 불평등의 개선과 연대 의식의 강화 4. 도덕이나 바람직한 삶에 개입하는 정치를 예로 제시하고 있다.

소개하고 싶은 사례들이 더 많은데도 글 길이가 늘어나 참았다. 흥미 있는 생생한 사례들을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꼭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처음에 다소 산만해 보이는 주제들이 후반부에 가서야 정리가 되고, 더욱이 저자의 결론은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더 잘 번역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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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 김열규 교수의 지식 탐닉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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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관한 책을 또 봤네요.다시는읽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제목인데... 고미숙의 호모쿵푸스를 읽고 그래도 조금 인정할만하다고 생각했다가 장회익의 공부도둑을 보면서 이런 자화자찬을 볼 바에는 다른 책 한권을 읽는 게 낫겠다고 굳게 결심했건만 흑흑흑... 

공부를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상당히 다양하고 많은 책들이 있더군요. 유행의 반영이겠죠. 각설하고 이 책은 중딩, 고딩이 독서와 논술을 목표로 하고 읽는다면 나름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도 읽으면서 상당히 가슴을 울리는 수준높은 글솜씨를 보여주는 미덕은 있더군요. 열공 하는 분들에게 은총이 함께 하길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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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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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이 이름이 주는 힘이 이 책의 힘의 바탕인 것 같다. 항상 바쁘고 하루 저녁에도 스케줄을 몇 개씩 소화하는 사람.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넘쳐나는 사람. 시민사회단체에서 하는 일이면 어디든 짠하고 나타나는 사람. 그런 그가 언제 이렇게 발품을 파는 책을 만들었을까? 이 글은 온전히 방문하고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전국을 돌아 다녔을 텐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의문이 절로 나온다. 발품을 많이 판 만큼 내용도 알차다. 우리 교육의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그는 ‘참여연대’ 활동과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에 이어 2006년 3월 ‘희망제작소’라는 조직을 만들면서 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현장을 찾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소신인 “진리는 현장에 있다”를 직접 실천하는 방안으로 4년 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의미 있는 노력들을 찾았다. 그 결과 지역 경제, 친환경 농업, 마을 문화, 지역사회의 교육, 건강, 복지 등의 주제를 담은 ‘박원순의 희망 찾기 1’ -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 를 펴냈고, 이번에는 교육과 관련한 사례만을 모은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 마을이 학교다 -를 내 놓은 것이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다양한 대안학교나 공교육 학교를 새로운 학교로 탈바꿈한 사례들에 눈이 확 뜨일 것이다. 교육 정책이나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나 ‘참교육학부모회’ 같은 단체 탐방에 관심이 갈 것이다. 평생 교육의 성공 사례인 광명시평생학습원이나 삶과 공부의 공동체인 ‘코뮤넷 수유너머’를 소개받는 것도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대안학교 중에도 대표적인 사례를 담았다. 50년 전통의 원조인 풀무학교는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사는 ‘평민’을 기르는 것이 교육 목표이다. 지역에 굳건히 뿌리 내린 풀무신협과 풀무생협 그리고 지역 언론인 홍성신문(지역신문의 대표 주자로 많이 들어 보셨죠?^^)도 이 학교에서 만들었다. 유기농은 1975년부터 도입해서 지금은 생산과 유통 체계가 잘 잡혀있다.


성장학교인 ‘별’학교를 이끄는 교장선생님은 같은 건물에서 병원 원장을 하는 의사이다.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가진 아이들 하나하나는 별과 같다고 해서 ‘별’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교과목이나 수업내용에 대해 1/3씩 결정권을 갖고 있다. 다양한 현장학습이 특징이고, 동네의 파출소, 빵집, 치과, 슈퍼 분들이 교사로 초청된다. 일주의 반은 외부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합기도, 서예, 도예, 탁구 등 동네 안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배운다. ‘별’학교는 교과서도 없다. 교재와 내용은 교사와 아이들, 동네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 ‘별’학교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은 교육청에서 나올 정도로 이미 유명해졌다.


도심 속 마을학교인 ‘성미산학교’는 마을학교, 생태학교, 도시학교를 추구한다. 조한혜정교수를 비상근 교장으로 모셨고, 동네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른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과 아이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마을학교의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정원의 10%가량은 특별 전형으로 장애인을 뽑아 장애인 통합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해 보는 미니숍 프로그램도 참신하고 재미있다.


대안학교가 대학까지 잘 보내 유명해진 ‘이우학교’의 현황과 고민도 잘 담았다. 2009년 한 해만 해도 다른 학교 교사 2천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이우학교는 명성이 자자하다. 야간 자율학습도 사교육도 안 한다. 농사도 짓고 여행도 다닌다. 수능 시험은 고3 1년만 집중한다. 그런데도 100대 수능 학교에 들었다. 입학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고민이고 이미 낡고 있는 교육과정을 넘어 서는 새로운 ‘이우’를 설계하는 것도 고민이라고 한다.


하자센터는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다. 서울시의 민간위탁을 받아 연세대가 운영하는 일, 놀이, 자율의 청소년 문화 작업장이다. 초기에는 음악, 영상, 디자인, 웹, 시민 문화 다섯 개의 작업장을 만들고 도제식 교육을 했다. 프로그램이 좋아 아이들 성장이 빨랐고 상을 휩쓸기도 하고 좋은 대학에도 갔다. 그러다 보니 대학 갈려고 오는 아이들이 몰려서 방향을 조금 바꾸기도 했단다.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실험하고 있다. 창의력이 톡톡 튀는 즐거운 하자센터!!!


방송에도 집중 보도되어 유명해진 ‘남한산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교육의 꿈을 공교육에서 실현해 보자고 기획해서 만든 학교이다. 성남 지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학부모를 모집하고 교사를 모셔오고 방향과 커리큘럼을 논의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2000년 학생수 20명에 불과한 폐교 직전의 학교에 갑자기 90명 이상이 단체로 전입해서 새로운 학교를 만든 것이다. 이 실험은 대박을 터뜨렸다. 전입생이 쇄도했다. 숲 산책, 차 마시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80분 수업에 30분 휴식, 체험과 현장 수업이 대부분인 즐거운 학교.

공교육 학교인 거산초, 삼우초, 세월초, 송산분교, 조현초... 공교육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우리 교육에도 희망이 있지 않나요?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 공간인 ‘품’이나 대전에서 “공부하지 말고 놀아”라고 외치는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청춘’도 눈여겨 볼 의미 있고 즐거운 공간이다.


고산산촌유학센터는 참 애정이 가는 곳이다. 지금은 이런 산촌유학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무작정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과잉행동장애, 아토피, 비만, 컴 중독 아이들이었고 정말 무지 힘들었단다. 낮에는 인근 공교육학교로 보내고 이곳에서는 자연을 배우고 관계를 배우고 노는 역할을 한다. 4년 째 되었는데 벌써 입학 경쟁률이 5:1이고 방학 중 캠프도 인기란다. 일본은 100군데가 넘는 지자체에서 산촌유학을 시행하고 있고, 법과 보험제도 정비까지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와 연계해서 보편화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은평구 대조동의 꿈나무어린이도서관은 우연히 엄마들이 뭉쳐 도서관 하나 만들자고 나섰다가 눈덩이 굴리듯 일이 커져간 경우이다. 20명의 자원봉사 엄마들이 도서관 운영과 ‘도서관 학교’ ‘책잔치한마당’ 같은 의미있는 활동과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평생학습도시 프로젝트 일환으로 광명에서 진행한 광명시평생학습원‘도 지역운동이나 지방자치제도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다. 지역 내에서의 다양한 인문학 강좌나, 노인 프로그램, 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교육, 대안화폐 ‘그루’의 사용 등 참고할 만한 시도들이 많다.

시민운동가이자 학자인 이신행 교수가 만든 신촌의 ‘풀뿌리사회지기학교’는 대안대학이다. 학부 과정과 대학원 과정을 다 가지고 있다. 학생은 ‘배울이’이고 교수는 ‘가르칠이’인데 가르칠이를 자청하는 전문가와 형벗들이 100여명에 이른다. 캠퍼스 이름은 ‘카페 체화당’인데 카페이고 도서관이자 마을 문화 중심지의 역할을 한다.


새로운 교육모델과 정책을 찾는 장에서 사교육 불패신화에 거침없이 도전하고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새로운 밀착형 교육운동을 고민하고 있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드는 의문 하나. 그러면 박원순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면 우리 교육이 달라질 수 있을까? 박원순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대표에게 던진 질문이다. “송대표가 교과부 장관이 된다면?” 답변은 “장관이 뭐 힘이 있나요? 아무것도 못합니다.” 결국 정권과 정책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해당사자인 학교, 학부모, 기업 등이 사회적으로 대타협하는 방식으로 가야 해결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시민의 힘이 뭉쳐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대지기학교의 인기 강사 이범 씨가 이번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밑에서 일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한 번 기대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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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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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박원순

박원순!!! 이 이름이 주는 힘이 이 책의 힘의 바탕인 것 같다. 항상 바쁘고 하루 저녁에도 스케줄을 몇 개씩 소화하는 사람. 여기저기 강연 요청이 넘쳐나는 사람.  그가 언제 이렇게 발품을 파는 책을 만들었을까? 이 글은 온전히 방문하고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전국을 돌아 다녔을 텐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의문이 절로 나온다. 발품을 많이 판  만큼 내용도 알차다. 우리 교육의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그는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에 이어 ‘희망제작소’라는 조직을 만들더니 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현장을 찾기로 했나보다. 그의 말 대로 희망이 철철 넘쳐흐르는 교육 현장들과 단체들을 담았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다양한 대안학교나 공교육 학교를 새로운 학교로 탈바꿈한 사례들에 눈이 확 뜨일 것이다. 교육 정책이나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나 ‘참교육학부모회’ 같은 단체 탐방에 관심이 갈 것이다. 특이한 삶과 공부의 공동체인 ‘수유너머’를 소개하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그러면 박원순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면 우리 교육이 달라질 수 있을까? 박원순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대표에게 던진 질문이다. “송대표가 교과부 장관이 된다면?” 답변은 “장관이 뭐 힘이 있나요? 아무것도 못합니다.” 결국 정권과 정책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해당사자인 학교, 학부모, 기업 등이 사회적으로 대타협하는 방식으로 가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무엇보다 시민의 힘이 뭉쳐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대지기학교의 인기 강사 이범 씨가 이번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밑에서 일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한 번 기대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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