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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아틀리에 - 제31회 분카무라 뒤마고 문학상 수상작
호리카와 리마코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2년 8월
평점 :
바닷가 아뜰리에
할머니의 방을 좋아하는
소녀가 있습니다.
" 나는 할머니 방이 좋아.
왠지 모르게 그냥 편안해."
그날도 소녀는 할머니의 방을 둘러봅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칩니다.
할머니 방 벽에 걸려있는
소녀를 응시하는 또 한 소녀,
정확히 말해 소녀의 그림입니다.
"할머니 이 아이, 누구예요?"
질문으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이런저런 이야기.
아이는 바로 소녀의 할머니 입니다.
할머니와 소녀는 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할머니의 어린시절 특별한 추억,
특별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요.
그림책에는 두 소녀, 두 어른,
그리고 두 개의 방이 등장합니다.
이야기의 소녀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집을 떠나
다른 사람의 집으로 혼자 가게 됩니다.
액자 속 소녀, 즉 소녀의 할머니는
어머니의 오랜 친구인 화가 아주머니와
일주일의 시간을 보냅니다.
천장이 높고
바다가 보이는 곳.
그리다 만 그림,
꼬리 긴 검은 고양이와 검은 소파가
있는 아틀리에 였습니다.
무엇을 했을까요?
소녀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그리던 그림을 그리고,
소녀는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시간을 잊고 - 소녀의 존재도 -
몰두하는 사람과
시간의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
한 공간 안에 있었습니다.
공간을 즐기고,
공간 안과 밖의 변화처럼
즐거움의 농도를 더해갑니다.
소녀의 아무가 무엇이 되는 순간입니다.
혼자와 함께 그리고 혼자.
하루가 지나 새벽,
시간의 농도도 침전해 갈 즈음
거꾸로 서 있는 화가 아주머니.
아주머니의 물구나무는
소녀에게 나에게 신선함을 줍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나는 깜짝 놀랐어.
날이 완전히 밝은 환한 방 안에서 화가 아줌마가 물구나무서 있었어. 물구나무 한 상태 그대로 빙그레 웃으며 '잘 잤니?'이러는 거야.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세계를 거꾸로 본다나?"
바로, 거꾸로
안으로, 밖으로
알쏭 달쏭한 나의 세계를
주어진 공간 안에서 충분히 마주합니다.
맛본 단 무지(장소에서 얻은 깨달음)를
하얀 종이 위에 자유롭게 그리고, 만듭니다.
즐겁게. 신나게.
일어나서 먹고 나가고.
자거나 읽거나 보거나 그리거나.
반복되는 일주일
되풀이의 행위 속에 되풀이 되지 않는
지금 여기 밖에 없는 나의 존재, 기분, 감정과
경험을 책은 이야기 합니다.
혼자되는 공간,
혼자의 시간이 존중되고,
혼자를 아는 혼자의 존재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지금 여기 밖에 없는 나의 존재,
늘 있는 나, 인정받아야 마땅한 나를
알아 주는 사람, 눈 마주쳐 주는 사람,
사람이 절실히 필요함을 알아갑니다.
만나거나, 곧 만날 소중한 이 말입니다.
"너는 이제부터 너의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될거야.
쭉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그런 날이 반드시 온단다."
눈이 가는 곳,
눈이 닿아 현실로 연결되는 문.
그 누구도 아닌 나,
나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P.S: 아이와 함께 오늘은
가까이 그리고 멀리, 바라봐야겠습니다.
물구나무도 서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