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는 꽃도 있고 열매도 있는 명(名)과 실(實)을 겸비한 인생을 살라는 바람을 담아 내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그래서 하나미(花實)다. 사실은 ‘죽은 후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겠는가’라는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p15

꽃놀이 꽃놀이라며 놀림을 받았던 하나미.
앞뒤 바꿔 미카라 지었으면 더 귀여웠을 텐데 아쉬워하는 하나미.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 하나미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굶주린 늑대라고 표현하면 멋있을 텐데, 엄마는 꼬르륵거리는 배를 안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들개 같다. p18

하나미의 엄마 다나카 마치코.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의 원제는 『안녕 다나카씨』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엄마
작업복 입고 씩씩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엄마
가방끈은 짧으나 항상 신문으로 교양을 쌓는 엄마
불행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노트에 적고, 애도하는 엄마

무엇보다도 음식에 집착하는 식탐 엄마

딸 하나미와 엄마 마치코 단둘이 살고 있는 모자가정이다.

슈퍼마켓 사장님의 딸이 되고픈 하나미.
어느 날 엄마에게 재혼 제의가 들어온다.
맞선 상대는 하나미의 단골인 게키야스가게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규모가 큰 유기농 슈퍼마켓의 사장님이었다. 하나미는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새로운 가족을 상상해 본다. 하지만 인생은 예측할 수 없다. 꿈 꾸는 데로 될 때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책은 읽으며 어느새 12살의 소녀로 돌아간 나를 발견했다.
하나미의 눈을 빌려
어린이의 눈으로 어른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상상했다.
어린이의 눈으로 그때 그 시절 일상을 함께 한 엄마를 떠올렸다.

일과 육아를 했던 엄마
아름다운 엄마(엄마를 닮았으면 했었다)
밖에서는 한없이 친절하다, 집에 들어서면 때때로 무서워졌던 엄마
몰래 봐 버린 엄마 일기장 속 ‘오로지 혼자였던 사람’으로의 엄마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어른인 나, 마흔 넘은 나의 엄마가 아닌
아이인 나, 열다섯의 내가 만났던 엄마 아닌 사람으로서의 엄마
약간의 충격과 서운함이 교차했던 그 당시의 내가 떠올랐다.

<꽃이 있고 열매도 있다> 편

꽃도 있고 열매도 있다는 이름의 하나미
꽃(하나미, 만남, 생각)도 있고, 열매(복숭아)도 있었다.
하나미의 이름의 원 뜻인 죽은 후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겠는가의 말처럼
복숭아. 하나미와 켄토가 먹은 복숭아.
켄타와 하나미는 복숭아의 씨앗을 땅에 심는다.
나무가 될지, 열매가 될지 두 사람은 알 수 없으나,
먹어버린 복숭아를 통해, 가족의 추억을 회상하고, 미래의 복숭아 나무의 풍경을 상상한다.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올 여름 방학
친정에 가면
엄마와 나 그리고 딸들과 함께 복숭아를 먹어보고 싶다.
여름의 맛, 복숭아의 맛, 마음 속 서랍장에 보관한 추억 하나를.
하나미와 겐토처럼 말이다.

만개한 복숭아꽃을 상상했다.
아까 심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커다랗게 자라 꽃을 피운다.
네그루 모두 만개한다.
그 아래에서 꽃놀이를 하는 나와 엄마와 아줌마와 켄토.아아, 마리에랑 미키도 있다,
가자마 씨, 그래, 가자마 씨는 복숭아를 준 사람이니까.
복승아 꽃잎이 춤을 췄다. 주변이 복숭아 색으로 믈들었다.
“도원향이라고 합니다.” 기도 선생님이었다. 역시 선생님은 아는 게 많다.
모두 웃는다, 웃는다. p111

가제본 서평단으로는 두 편만 수록이 되어 있었다.
궁금해서 원작을 주문했다.

원작과 번역본 느낌이 다르다.
대표로 소개하는 글도 다르다.

유쾌한 마치코씨와 다정한 마치코씨






우리나라에 소개된 번역본

“벌레든 동물이든 괜찮으니까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딸이었으면 좋겠어.“

원작

만약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일이 있다면,
일단 밥을 먹자.


엄마와 딸의 관계, 아름다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절망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씩씩한 삶에 관한 이야기

한권의 책이 이미지와 문구로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구나하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와 일본의 정서, 편집자가 전달하고 싶은 생각을 유추하는 즐거움도 준 책이다.

NHK 드라마로도 제작된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딸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
어린이의 눈에 비친 어른
한때 하나미와 같은 나이로, 비슷한 생각을 한 ‘나’를 떠올리는 소설이다.

주말 바쁘다는 핑계로 소원헀던
울 엄마에게 전화 한 통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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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르프.J.뒤부아
엘리즈 루소
다른 출판사

어릴 적 대중목욕탕에서의 쓰라린 기억으로
35년 넘게 물을 무서워하며 살았다.

그러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
물에 미끄러지듯 들어가면
물은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그 당시
물 안이 아닌
물 밖에서 가장 많이 바라본 것은

가느다란 나뭇가지
그것도 맨 꼭대기에 자리 잡은
새 둥지였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내가 땅 위에 붙어 있는 것처럼
하늘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새

그 새가
지친 날개를 접고
안길 수 있는

위태위태한
가느다란 가지 사이의
즐거운 나의 집

나를 안아주던 부드러운 물처럼
새 역시 하늘의 품에 안겨 있는 것 같아서 일까

수영꿈나무는
매일 매일 새와 나뭇가지의 새 둥지를
바라보며 걸었었다.

새를 보고,
새를 생각하고,
나를 느꼈던 시작이었던 거 같다.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조류학자와 철학자가 함께 작은 철학자 새에 관한 이야기이다.
새 한 종 (때론 두 종을 비교하며 이야기 나누기도 한다.)과 사색 하나.

짧지만 강렬하게 마음 속 파도를 일렁이게 한다.
새 안의 나와 나 안의 새를 계속 생각하게 한다.

나의 부모님, 나의 자녀.
마음의 탯줄을 자르고 독립된 개체로서 일인분으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나에게
거위는 자신의 방식을 들려준다.

새들은 한 부모 가족에서부터 공동체 가족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들며 살아간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를 끊는 쪽은 대개 부모라는 사실이다. 때때로 부모 새는 새끼에게 홀로 모든 것을 해나가 할 때가 왔음을 다소 거칠게 알려준다.
이 ‘정신적 젖떼기’는 새끼가 먹이를 스스로 구해야 할 시기에 찾아오며, 만약 새끼 새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면 부모 새는 위협적으로 새끼의 독립을 강행한다.
왜 인간의 경우 자식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기간이 이토록 길어진 것일까?
54 거위의 정신적 젖떼기

어린 시절 동네 예술가였던 아이들은
크면서 틀릴까봐 다를까봐 못 하는 게 들킬까봐
자신을 숨기는 어른이 되었다.
자신은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시키는 자신이 되었다.
이제는 틀려도 달라도 못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 자신을 속이지 말고,
아름다움을 맘껏 즐겨도 된다는 점을 극락조를 통해 이야기 한다.

우리는 너무 자주 자신을 억압하고 스스로에게 굴레를 씌운다. 어린 시절에 즐겁게 만든 창작물이 냉정하게 비판받았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줄 모르고, 도자기를 구울 줄 모르고, 연주와 요리를 할 줄 모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분명 자신에게 어울리는 창조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신에게 주어진 그 무한한 창조성을 아직 알아채지 못해서 한 번도 발산한 적이 없으며, 이를 표현해 본 적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새들과 마찬가지고 모든 존재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93 극락조의 춤
유럽울새를 통해
나에게 세상에서 ‘왜?’라는 의문을 품어도 되고,
‘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길
조금 더 나은 나, 나은 삶으로의 걸음임을 알려주기도 했다.

호기심은 단점이 아니다.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존재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지금까지 진화하고 생존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인 중에는 호기심이 있다. 호기심은 창조적 행위로 발전하기도 한다.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대륙을 찾아 나섰고, 달에 갔으며, 새로운 약을 개발할 수 있었다. 모든 진화의 중심에는 호기심이 있다. 자, 그러니 지금껏 무심하게 봐왔던 유럽울새를 다시 만난다면 호기심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116 유럽울새의 대담함

기나긴 비행을 하는 극제비갈매기의 사례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가끔은 함께 여행을 떠나
여행의 시작, 과정, 결과를 통해 성정해 갈 것을 이야기했다.

“여행은 청춘을 성숙하게 만든다.”
새와 인간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새끼 극제비갈매기는 부모와 함께 첫 이동을 하는 동안 앞으로 평생해야 할 것들을 배운다. 마찬가지로 지도책을 이리 저리 보고 먼 나라에 대해 찾아보며 부모와 휴가를 떠나는 동안 아이는 인생이라는 긴 여행의 첫 걸음을 뗀다.
모든 여행은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세계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자신을 향해서만 접혀 있던 ‘나의 세상’이 조금씩 열린다. 타인을 두려워하고, 밀어내고, 미워했던 마음의 주름도 조금씩 펴지기 시작한다. 여행을 하면 함께 사는 법을 알게 된다. 철새도 그렇다. 하늘을 나는 동안 큰 소리를 내며 서로를 격려한다. 112 영원한 여행가, 극제비갈매기

카르페 디엠
지금 여기를 사는 ‘나’를 느끼는 것
외부가 아닌 내면의 ‘나’와 마주보고, ‘나’에게 몰입하는 경험과 시간의 중요성도 느꼈다.

우리가 아는 진실은 하나다. 새는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것. 새는 그저 행복을 경함할 뿐이다. 걱정하지 않을 줄 아닌 것, 여기서 행복은 시작되는 게 아닐까? 139 절제를 모르는 개똥지빠귀
이치를 너무 따지는 사람의 가슴은 입을 다물어버리고 만다. 깊이 숨겨놓은 오래된 감정들, 또는 매 순간 느껴지는 새로운 감정들과 조화를 이루면 이룰수록, 그리고 내면을 덜 억압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 감정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더 잘 들을 수 있다. 166 그림자에 놀란 방울새

작은 우주를 담고 있는 새
현재를 살고 있는 새

새와 마주하며
작은 새에서 ‘나’를 발견하게 한 책

의안화가 아닌 의조화(?)해서
새를 통해 생각하게 하는 짧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새들에관한짧은철학#필리프뒤부아#엘리즈루소#다른#철학#새#에세이#행복#사색#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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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나 할아버지 사계절 저학년문고 66
박효미 지음, 강은옥 그림 / 사계절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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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뽀족 갈기
뾰족뽀족 머리카락

차가워보이지만
희경이에게는 넘버 원

조금은 닮은 한 할아버지와 이구아나
초등학생 희경이에게 사랑하는 이들이지만

할아버지와 이구아나는
함께 있을 수 없는 사이
절대 사랑할 수 없는 사이에요.


눈빛만 보고도 통하는 할아버지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주던 할아버지가
이제는
무섭고 어렵기시작해요.



할아버지에게
배암으로만 보이는 이구아나

불뿜는 용처럼
뱀 아닌 이구아나에게
모든 나쁜 이야기를 끌어모아
모아모아
갖다버리라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투리로
랩 아닌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구아나가 사라지고
희경이는 한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언니는
이구아나에게 이름이 없다며
초록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반려견이 없는 우리집
대신 이웃집 반려견 반려묘를 떠올립니다.


나중에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언니
깨끗하게 씻겨주고
예쁘게 꾸며주고
맛있는 밥도 챙겨주고
나무에 오를거라고 계획을 들려주네요.
하지만 고양이 화장실 청소는 하지 않겠다며...^^

동생은
토토라는 토끼를 키우는
희경이의 친구(이야기를 상상했대요) 미미를 그렸어요.

털 알레르기가 있는 아빠와 미미 사이에
작은 부딪힘이 있다고 하네요.

동생은
누군가와 함께 사는 동물이 아닌
자유롭게 이집 저집 다니는 고양이와
가끔 찾아와 예쁜 노래를 들려주는
새들을 그렸대요.

그리고 작년
우리집에 유자향을 선물했던
겨울을 못 견디고 하늘로 간
반려식물 유자나무 푸름이를 그렸어요.

둘째도 언니처럼 고양이를 키우고프다며,
언니 대신 화장실 청소를 하겠다고 합니다.
(휴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이들과
책의 이야기를 해 보았어요.

*희경이
기쁠 희 경사 경의 희경이 이름이
이야기 만큼이나 기억에 남는다는 큰 아이

*할아버지
할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하는 둘째 손녀
"우리 할아버지 말은 알아들을 수 있는데,
희경이 언니네 할아버지 말은 모르겠어요.
엄마 한국말로 얘기해 주세요."
라고 해서 엄마를 박장대소하게 한 둘째 아이

*뒷 이야기
할아버지는 태어난 송아지 이야기로
희경이는 다시 찾은, 할아버지 덕에 다시 만난
이구아나 이야기로 서로 친해질 거 같아요.

할아버지도 배암이 아닌 동물
이구아나를 쓰다듬을 수 있고
송아지와 이구아나랑
시골로 소풍을 갈 거 같다고
그 후의 이야기를 만드는 자매였어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우리집의 반려식물
이웃집의 반려동물

집 주변, 학교 주변, 도서관 주변에서 만나는
귀여운 동식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에게 상냥하게 인사하고, 정답게 말거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책 [이구아나 할아버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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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스토리콜렉터 73
헤더 모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랄레 소콜로프.
그는 아우슈비치의 테토비러다.
두 개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에 수감된
자신 같은 민족과 소수 민족의 팔에 문신(죄수 번호)을 새기는 문신기술자.

-
P27
문신을 새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초이지만 랄레가 받은 충격이 시간을 멈춰 세운다.
그는 팔을 움켜쥐고 그 숫자를 노려본다.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얼마나 될지 모를 그의 여생이 지금 이 순간,
이 임의의 숫자 32407에 의해 규정되는 것일까?

p167
일이 끝나자 랄레는 건물 밖으로 나와 철조망이 둘러쳐진 구역을 다시 들여다본다. 아무도 없다. 그는 털썩 무릎을 꿇고 헛구역질을 한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의 몸에 남은 액체는 눈물뿐이다.

p260
그에겐 그들이 그저 번호에 불과하지만 기타에게는 그 번호가 곧 이름을 의미한다는 것을.

-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
수감된 기준도, 죽임 당하는 기준도 모든 것이 물음표인 이 곳에서
휴식 시간 심지어 배변 시간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던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랄레, 아론, 실카와 사람들은 생각하고, 행동했다.

-
p55
‘하나를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다.’

p139
성인 남자들은 매일 그에게 다가와 그들의 운명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소식이 없는지 묻는다. 그는 무슨 얘기든 듣게 되면 전해주겠노라고 약속하며 현재 상황을 최대한 받아들이라고 이른다. 그러곤 어떻게든 아이들을 교육시키라고, 하다못해 그들의 고향이나 가족, 문화에 대해 가르치라고 권한다.

-
랄레는 운명적인 사랑 기타도 만났다.
잠깐의 스쳐감 속에서도 찰나의 행복을 느끼는 랄레와 기타.
랄레는 절망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
p190
그는 하루하루를, 아니, 천 일을, 아니, 기타에게 말했던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게 될 때까지 얼마가 걸리든 버티리라는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진다.

-
기타와 여자 수감자들이 찾아다니는 네 잎 클로버.
수용소 장교들에게는 행운의 상징, 그들에게는 가치 있는 화폐라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미신에 약한 장교들을 보며
그들 자신 역시 유태인과 소수민족들에 대한 행위에 양심에 걸리는 무언가라도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
p266
“제가 보는 거울 속에는 장교님의 세상을 무너뜨릴 세상이 보입니다.”

-
생존 후에도
가정을 이른 후에도
삶의 여정의 끝에 당도했을 때도
아우슈비치와 비르케나우에서 죽어간 이들은 그들의 뇌리에 새겨졌다.

랄레와 기타, 그리고 그들의 아들 게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가 헤더 모리스에게, 책 저편의 내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서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랄레가 귀 기울였던 벽의 소리를 생각해 본다.
-

p191
"소리를 듣고 있어. 벽의 소리.“
“벽이 뭐라고 해?”
“아니. 그저 숨을 몰아쉬고 있어. 이곳에 아침을 나갔다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울고 있는 거야.”

P261
“살아남아서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게 그들을 기리는 방법이야.“

-
아우슈비츠의 문신가가 들려 준 이야기는
생사를 교차한 가운데서 그들이 느꼈을 많은 감정들과 고통들과
그들이 꿈꿨던 떠오르는 해와 하루를 생각하게 한다.

잊지 않을 것이다.
계속 기억하고, 이야기로 행동으로
그렇게 조금 더 나은 ‘나’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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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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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6
이 특별한 가두 행렬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기묘한 점이 있었으니
행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길바닥에 아주 작고 중요한 무언가를 떨어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구부린 채 걷고 있었다.
어딜 보나 차렬 자세로 똑바로 서 있는 건 아이들과 동물들뿐이었다.


p45
잠자리.
족제비,
검은 다람쥐 세 마리.
마지막으로 꽁지깃에 검은 물방울 무늬가 있는 노르스름한 새.
이 세상에는 볼거리가 너무 너무너무 많다. 그렇지 않은가?

-
한 때는 비버섬이었던 섬.

탐욕으로
열린 눈과 귀를 잃은 어른들.
관계를 맺는 법도, 세상을 느끼는 법도 잊고 무감각해진 어른들을 보았다.
100년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 현재의 이야기, 현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

p148
우리의 통제 너머에는 수많은 돌연변이가 있다.
우리 중 일부는 키가 작고 일부는 키가 크다,
일부는 약하고 일부는 강하다.
감사하게도 성품은 본디 못나게 태어나지 않지만, 못난 성품을 학습하게 된다.
우리 이야기 속 왕자는 그의 아버지와 완벽하게 닮았지만, 다를 수도 있다.

-
어디서 생겨난 건지 모를 마음과 생각, 혐오, 고정관념, 편견 등.
자신만의 눈높이,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네모난 틀에 갇혀버린 사람들.
실체를 마주하려 하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어 볼 생각 없이
주입된 데로, 들리는 데로만 세상을 보고, 이야기 나누고, 판단 해 버린다.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나’의 부재.


-
p138
“네가 결말을 만들면 되잖아.”
“결말이야말로 결국 진짜로 중요한 부분이잖아.”

p152
이곳에서는 조니 나이의 어린 소년이 돈을 다발로 모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뭐든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곳, 조니가 살고 있는 땅에서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딱 한 가지만은 살 수가 없는데, 그것이 바로 진정한 친구이다.

-
삐뚤삐뚤 뾰족뽀쪽 해 지는 삶과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져본다.

결말
세상과 만나 소통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진짜로 중요한 결말,

꿈꾸는 세상으로 나가는 길은
내가 원하는 데로 만들어 갈 수 있고 말이다.
-

p152
끊임없이 어리석은 폭력에 휘말리는 인간들을 구원해 낼 절호의 말을.
인간들이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니는 말했다.

“여러분을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

-
마크 트웨인이 두 딸에게 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
세상은 점점 삭막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인사하는 법.

세상과 대화하며, 세상의 많은 볼거리들을 느낄 수 있는 눈.
적이 아닌 친구가 되어가는 법을 이야기 해 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한다.

조니가
전염병과기근이
동물들이
알려준

세상과 인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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