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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문신가 ㅣ 스토리콜렉터 73
헤더 모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랄레 소콜로프.
그는 아우슈비치의 테토비러다.
두 개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에 수감된
자신 같은 민족과 소수 민족의 팔에 문신(죄수 번호)을 새기는 문신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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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
문신을 새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초이지만 랄레가 받은 충격이 시간을 멈춰 세운다.
그는 팔을 움켜쥐고 그 숫자를 노려본다.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얼마나 될지 모를 그의 여생이 지금 이 순간,
이 임의의 숫자 32407에 의해 규정되는 것일까?
p167
일이 끝나자 랄레는 건물 밖으로 나와 철조망이 둘러쳐진 구역을 다시 들여다본다. 아무도 없다. 그는 털썩 무릎을 꿇고 헛구역질을 한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의 몸에 남은 액체는 눈물뿐이다.
p260
그에겐 그들이 그저 번호에 불과하지만 기타에게는 그 번호가 곧 이름을 의미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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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
수감된 기준도, 죽임 당하는 기준도 모든 것이 물음표인 이 곳에서
휴식 시간 심지어 배변 시간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던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랄레, 아론, 실카와 사람들은 생각하고,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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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5
‘하나를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다.’
p139
성인 남자들은 매일 그에게 다가와 그들의 운명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소식이 없는지 묻는다. 그는 무슨 얘기든 듣게 되면 전해주겠노라고 약속하며 현재 상황을 최대한 받아들이라고 이른다. 그러곤 어떻게든 아이들을 교육시키라고, 하다못해 그들의 고향이나 가족, 문화에 대해 가르치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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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레는 운명적인 사랑 기타도 만났다.
잠깐의 스쳐감 속에서도 찰나의 행복을 느끼는 랄레와 기타.
랄레는 절망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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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0
그는 하루하루를, 아니, 천 일을, 아니, 기타에게 말했던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게 될 때까지 얼마가 걸리든 버티리라는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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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와 여자 수감자들이 찾아다니는 네 잎 클로버.
수용소 장교들에게는 행운의 상징, 그들에게는 가치 있는 화폐라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미신에 약한 장교들을 보며
그들 자신 역시 유태인과 소수민족들에 대한 행위에 양심에 걸리는 무언가라도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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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6
“제가 보는 거울 속에는 장교님의 세상을 무너뜨릴 세상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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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후에도
가정을 이른 후에도
삶의 여정의 끝에 당도했을 때도
아우슈비치와 비르케나우에서 죽어간 이들은 그들의 뇌리에 새겨졌다.
랄레와 기타, 그리고 그들의 아들 게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가 헤더 모리스에게, 책 저편의 내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서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랄레가 귀 기울였던 벽의 소리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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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1
"소리를 듣고 있어. 벽의 소리.“
“벽이 뭐라고 해?”
“아니. 그저 숨을 몰아쉬고 있어. 이곳에 아침을 나갔다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울고 있는 거야.”
P261
“살아남아서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게 그들을 기리는 방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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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문신가가 들려 준 이야기는
생사를 교차한 가운데서 그들이 느꼈을 많은 감정들과 고통들과
그들이 꿈꿨던 떠오르는 해와 하루를 생각하게 한다.
잊지 않을 것이다.
계속 기억하고, 이야기로 행동으로
그렇게 조금 더 나은 ‘나’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