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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갈까마귀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진실은 끝내 다 드러나지 않는다. 어둠 같은 미스터리
어둠 속의 갈까마귀 / 캐드펠수사 시리즈 12를 읽고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도서협찬)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번째 〈어둠 속의 갈까마귀〉는 독자를 애타게 만드는 작품이다.
누가 범인일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의문은 끝없이 쌓이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다. 범인이 빨리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는 동안, 독자는 어느새 사건의 수수께끼보다도 시대의 어둠과 인간의 욕망에 더 깊이 빠져든다.
어둠과 까마귀라는 제목처럼 음울하게 시작된 교구신부의 죽음, 범인은 누구일까? 궁금해서 책장을 놓지 못한다. 하지만 결말은 흐리멍텅하고 의외로 허망하다. 범인의 정체는 밝혀질 듯하지만, 이유도 해명도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남는 것은 궁금증과 허무함이다. 하지만 바로 그 허무함이 이 소설의 독특한 힘이다. 모든 범죄가 명확히 설명되고 모든 동기가 논리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현실에서 드물다. 오히려 진실은 불완전하게 드러나거나, 끝내 다 알 수 없는 채로 묻히기도 한다. 이유나 동기 같은 것도 자세히 설명되지 않아 이게 다인가? 하게 된다. 12세기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 영국처럼, 사건의 진실도 끝내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완벽하게 정리된 미스터리의 쾌감 대신, 모호하고 찜찜한 감정을 남기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계와 닮아있다. 캐드펠의 시선이 보여주는 것은 법의 이름으로 내리는 정의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켜내려는 작은 빛이다.
캐드펠 시리즈의 시대적 배경은 12세기 영국, 1135년부터 1153년까지 이어진 내전기 ‘무정부 시대, The Anarchy’라 한다.
왕위 계승 전쟁이 있었다 하고
1135년, 헨리 1세 왕이 죽자 정통 후계자인 딸 마틸다(엠프레스 모드)와 사촌 스티븐 블루아가 왕위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스티븐이 먼저 왕위를 차지했지만, 많은 귀족과 성직자들이 마틸다 편에 서면서 영국 전역이 내전에 휘말렸다고.
혼란스러운 사회였다고
이 싸움은 단순히 왕좌 다툼이 아니라, 지역 영주들의 권력 다툼까지 겹쳐 전국적으로 치안이 무너지고 약탈과 학살이 일상처럼 벌어졌습니다. 당시 연대기에는 “그때 영국은 신 없는 땅처럼 보였다”라는 기록까지 남아 있다고.
이 불안정한 시대에 수도원은 단순한 신앙의 공간이 아니라, 지식과 법, 치유와 중재의 중심이었다고. 캐드펠이 속한 슈루즈베리 수도원도 그런 역할을 했고, 작가는 바로 이 수도원을 중심으로 흔들리는 시대와 인간 군상을 그렸다고.
〈어둠 속의 갈까마귀〉가 허무하게 끝나는 것도 단순히 서사의 빈틈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시대 자체가 명확한 해답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일노스 신부는 한순간도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는 성무일도를 틀림없이 지켰고, 기도를 할 땐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자 했다. 여전히 준엄한 강론을 펼치고, 미사의 의식들을 경건하게 행하며, 환자들을 방문하고, 신앙심이 약해진 사람들을 훈계했다. 병자들에게 주는 그의 위로는 엄격하다 못해 오싹할 지경이었으며, 신자들은 지금까지와 달리 고해성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그로서는 자신의 직무상 요구되는 모든 것을 온전히 수행하는 셈이었다.” p60
“캐드펠 수사는 이리저리 흩어지는 수사들 틈에서 베넷을 발견했다. 그는 놀라고 긴장한, 아니 그보다는 죄책감과 당혹감이 뒤섞인 듯 정신없는 표정이었다. 캐드펠을 보자 그는 불안한 듯 아랫입술을 내밀며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무언가 비합리적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환영을 떨쳐버리려는 사람 같았다.” p109
“캐드펠에겐 그 계획의 모든 면면이 불안했다. 그러나 불신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이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건 더욱 혼란스러운 노릇이었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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