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줍는 아이들 1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리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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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고, 잃었고, 결국 삶을 물려준다.

<조개 줍는 아이들2>를 읽고 / 로자문드 필처 지음 / 구자명 옮김 / 리프 출판

 

이 소설은 이상할 정도로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두 권으로 나뉜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일상의 다른 장면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몰입을 요구했다.

밥을 먹는 일조차 귀찮게 느껴질 만큼, 삶의 리듬이 소설의 호흡에 완전히 잠식되었다.

 

페넬로프의 삶은 감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그림과 예술을 사랑하는 섬세함을 지녔으나, 아이들을 키우는 일 앞에서는 한 치의 환상도 허락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타인의 기대에 맡기지 않았고, 끝까지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그림을 끝내 팔지 않고 간직하다 박물관에 기증한 선택은 이 소설의 윤곽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녀가 자식들에게 남긴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이 작품은 유산을 둘러싼 이야기이지만, 결국 남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시간과 사랑,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낸 인간의 품위다.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사랑했고, 잃었고, 그럼에도 감사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가장 값비싼 상속이라는 사실을.

 

 

도리스와 어니는 이제는 절대 되찾을 수 없는 젊은 모습인 채 사라졌고, 늙은 펜버스 부부와 트럽숏 부부, 왓슨 그랜트 부부도 떠났다. 그리고 아빠, 모두들 죽었다. 죽은 지가 오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처드가 갔다. 그가 미소 짓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 그녀는 노련하고 위대한 치료사 - 시간이라는 이름의 치료사가 마침내 자기 할 일을 완수해 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월을 수없이 건너뛴 지금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떠올려도 더 이상 비통함과 슬픔의 소용돌이가 닥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의 추억이라도 없었으면 인생이 얼마나 끔찍하게 공허했을 것인가. 사랑했고 그 사랑을 잃었던 것은 아예 사랑하지 않았던 것보다는 나아.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p284

 

페널로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나 기묘해,’

뭐가 기묘하시다는 거예요.’

처음엔 내 인생이 그랬지, 그 다음엔 올리비아의 삶이, 그리고 그 다음에는 코스모고 이번에는 너야, 지금은 너의 장래를 우리가 의논하고 있어. 기묘한 진행 아니야?’ ” p390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 노엘, 넌 지금 당장 손에 들어올 돈을 원하는 거야. 아무짝에도 못 쓸 허황한 사업 계획에 신나게 써보려고 넌 지금 아주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고 있어. 상품 중개인이라나 하는 거 말이야. 하지만 일단 그 꿈을 이루려고 하다가 가진 돈이 몽땅 다 털리면 이번에는 또 다른 뭔가를 꿈꿀 게다......, 있지도 않은 무지개 저편의 황금단지를 꿈꿀 게야. 행복이란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야. 그리고 부란 이왕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고. 너는 지금만 해도 너에게 돌아올 것이 너무나 많아. 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거냐? 왜 늘 그 이상을 바라는 거냐?” p398

 

 

#조개줍는아이들 #로자문드필처 #리프 #상실이남긴것 #시간의서사 #삶을물려주다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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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줍는 아이들 2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리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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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고, 잃었고, 결국 삶을 물려준다.

<조개 줍는 아이들2>를 읽고 / 로자문드 필처 지음 / 구자명 옮김 / 리프 출판

 

이 소설은 이상할 정도로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두 권으로 나뉜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일상의 다른 장면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몰입을 요구했다.

밥을 먹는 일조차 귀찮게 느껴질 만큼, 삶의 리듬이 소설의 호흡에 완전히 잠식되었다.

 

페넬로프의 삶은 감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그림과 예술을 사랑하는 섬세함을 지녔으나, 아이들을 키우는 일 앞에서는 한 치의 환상도 허락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타인의 기대에 맡기지 않았고, 끝까지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그림을 끝내 팔지 않고 간직하다 박물관에 기증한 선택은 이 소설의 윤곽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녀가 자식들에게 남긴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이 작품은 유산을 둘러싼 이야기이지만, 결국 남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시간과 사랑,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뎌낸 인간의 품위다.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사랑했고, 잃었고, 그럼에도 감사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가장 값비싼 상속이라는 사실을.

 

 

도리스와 어니는 이제는 절대 되찾을 수 없는 젊은 모습인 채 사라졌고, 늙은 펜버스 부부와 트럽숏 부부, 왓슨 그랜트 부부도 떠났다. 그리고 아빠, 모두들 죽었다. 죽은 지가 오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처드가 갔다. 그가 미소 짓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 그녀는 노련하고 위대한 치료사 - 시간이라는 이름의 치료사가 마침내 자기 할 일을 완수해 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월을 수없이 건너뛴 지금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떠올려도 더 이상 비통함과 슬픔의 소용돌이가 닥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의 추억이라도 없었으면 인생이 얼마나 끔찍하게 공허했을 것인가. 사랑했고 그 사랑을 잃었던 것은 아예 사랑하지 않았던 것보다는 나아.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p284

 

페널로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나 기묘해,’

뭐가 기묘하시다는 거예요.’

처음엔 내 인생이 그랬지, 그 다음엔 올리비아의 삶이, 그리고 그 다음에는 코스모고 이번에는 너야, 지금은 너의 장래를 우리가 의논하고 있어. 기묘한 진행 아니야?’ ” p390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 노엘, 넌 지금 당장 손에 들어올 돈을 원하는 거야. 아무짝에도 못 쓸 허황한 사업 계획에 신나게 써보려고 넌 지금 아주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고 있어. 상품 중개인이라나 하는 거 말이야. 하지만 일단 그 꿈을 이루려고 하다가 가진 돈이 몽땅 다 털리면 이번에는 또 다른 뭔가를 꿈꿀 게다......, 있지도 않은 무지개 저편의 황금단지를 꿈꿀 게야. 행복이란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야. 그리고 부란 이왕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고. 너는 지금만 해도 너에게 돌아올 것이 너무나 많아. 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거냐? 왜 늘 그 이상을 바라는 거냐?” p398

 

 

#조개줍는아이들 #로자문드필처 #리프 #상실이남긴것 #시간의서사 #삶을물려주다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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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는 책장수 발도르프 그림책 21
야로슬라바 블랙 지음, 마리나 얀돌렌코 그림, 한미경 옮김 / 하늘퍼블리싱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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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를 건너는 이야기들, 색은 사라지지 않는다

<날아다니는 책 장수>를 읽고 / 야로슬라바 블랙 글 / 마리나 얀돌렌코 그림

한미경 옮김 / 하늘 hanl 출판 (도서협찬)

우크라이나 작가 야로슬라바 블랙이 전쟁 속에서 피워 올린 열다섯 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대개 소리가 크다.

그러나 이 책은 소리를 줄이고, 색과 풍경을 앞에 세운다.

하늘의 빛이 바뀌고, 토끼와 새와 여우가 각자의 아침을 이어간다.

전쟁이 있어도 세계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 대신 관찰로 보여준다.

 

외양간의 크리스마스 장면에서는 천사와 짐승들이 함께 등장하고,

모두가 잠시 얌전해진다.

경건하지만 무겁지 않고,

기적을 말하기보다 살아 있는 하루를 조용히 확인한다.

그림의 녹색과 빨강, 파랑은 분명하다.

색감에 빠져 빨강 녹색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캐럴이나 찬송가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 책이 전하는 위로는 크지 않다.

다만 전쟁 위를 건너는 동안에도,

색과 이야기는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남긴다.

 

 

 

토마스는 벤치에 앉아서 색을 바꾸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첫 서리가 풀잎 위에 은빛 설탕옷을 입혔고, 햇살은 덤불 속의 토끼 가족들을 간질이며 깨웠고, 토끼들은 아침거리를 찾아 깡총깡총 뛰었고, 공기 속에는 박새와 참새들이 날아다녔고, 초원 멀리로 암여우 한 마리가 걸어갔고, 그 뒤를 새끼 여우 세 마리가 졸졸 따라갔습니다.“ p93

 

 

천사들은 놀라고,

황소들은 서로 밀치고,

나귀들은 몸을 비비고,

양들은 기뻐하네.

외양간에서,

건초 속에서,

당나귀 귀 사이에서,

하나님이 우리 곁에 태어나셨네.

 

꼬마 짐승들과 깃털 달린 친구 몇몇이 할아버지의 식탁 아래 함께 앉아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는 거예요. 그날 밤엔 모두 다 얌전했고, 아무도 사고를 치지 않았답니다.“ p72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날아다니는책장수 #야로슬라바블랙 #마리나얀돌렌코 #하늘퍼블리싱 #전쟁과일상 #조용한위로 #그림책 #한미경 #채손독 #chae_seeongmo #hanl_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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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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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울 수 없는 자리

<두고 온 여름>을 읽고 / 성해나 소설 / 창비


그 어떤 배려나 돌봄도 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 결핍은 상처로 남아 끝내 아물지 못했고, 기하의 평생을 조용히 외롭게 만들었다.

한 번쯤은 더 만나도 좋았을 사람들, 해피엔딩을 기대해도 무방했을 관계들이었지만

이야기는 눈물을 한 번 훔치게 만든 뒤, 겨울처럼 시린 자리에 독자를 내려놓는다.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위로가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냉기다.

채워지지 않는 기하의 마음 한구석,

그 허전함이 유독 또렷하게 떠올라 아프다.

표지는 지나치게 예쁘고, 내용은 그만큼 잔인하다.

혼모노보다 먼저 읽게 된 책.

기하와 재하.

가족이면서도 가족이 아니고,

아니라고 말하기엔 이미 너무 깊이 얽혀 있었던 관계.

끝내 마음을 함께할 수 없었던 사람, 기하.

이 소설은 다정하게 말을 걸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정확하게, 아픈 곳만 찌른다.

그 점이 이 책의 미덕이자, 가장 잔혹한 장점이다.


#두고온여룸 #성해나 #창비 #소설 #외로움 #가족 #관계의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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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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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배려나 챙겨줌도 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 상처는 끝끝내 아물지 못하고 기하의 평생을 외롭게 만들었다. 한 번쯤 더 만나도 좋을 사람들과 해피앤딩이길 바랐지만 눈물 찔끔 흘리게 만들고도 겨울을 시리게 만들었다. 기하의 채울 수 없는 한 구석의 허전함이 아프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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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로100s_book 2025-12-2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같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