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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ㅣ 내가 좋아하는 것들 17
길정현 지음 / 스토리닷 / 2025년 5월
평점 :

그릇으로 쏟아내는 삶의 희노애락, 삶의 기록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을 읽고 / 길정현 지음/ 스토리닷
독서토론에서 미국문학이란 주제로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소설을 읽었다. 읽다가 어려움을 느꼈고 집어 던져버리고 싶단 충동도 일었다. 네 번을 읽고서야 줄거리 가닥이 잡혔고 와 닿았다. 이 책이 좀 어렵긴 한가봄. 나만 그랬던 건 아니고. 나에게 문해력에 문제가 있나? 하던 중에 길정현 작가님의 책을 만났다. <나는 왜 제대로 못 읽을까>라는 문해력 키우기 위한 책으로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위의 책이 도움이 되었고 책에 나온 대로 실천을 많이 안 해서 대부분은 잊어버렸지만 책이 참 괜찮았었다는 느낌은 남아있었다. 책을 통해서 먼저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번 그릇 책으로 인연이 이어졌다.
읽어보니 이번 책도 역시나 작가를 믿었던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내용이 좋아서 저번에 산 거 언니와 동생들에게 주고 친구들한테 줄 것은 다시 구입해야 한다.
두서없이 써봤다. 대부분은 책에 나온 그릇 순서이고
혼자 읽다가 재밌는 표현들에 웃음소리가 저절로 커진다.
삼치가 아니라 이거 ‘상어아냐?’ 삼치를 구입했는데 엄청 큰 게 왔다고.
‘지옥에서 온 듯한 비주얼’, 삼치솥밥을 하다 실패하고 구입한 솥과 내용물을 몽땅 쓰레기장에 버렸다는 일화에.
스타우브 라이스 꼬꼬떼, 기어이 의도에 맞게 구입에 성공한 ‘깜찍한 비주얼의’ 주물냄비
터키식 차이 세트, 터키 - 세계에서 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1인당 연간 7kg이상 소비) 어딜 가든 묻지 않고 차 한 잔 내어준다고. 2단 찻주전자를 고단한 여행길 끝 미로 같은 공항에서 몇 번이나 ‘그냥 버리고 갈까’ 생각도 들고 끙끙거리며 이고 지고 왔다는 예쁜 그릇들을 그릇장에 넣고 봉인한 사연.
스테인레스, 성가신 연마제 제거 작업으로 사라진 구매 욕구.
에그스탠드, 물건에 대한 가성비나 효용성을 논하지 말자, 소유했고 가까이 두고 원할 때 만지고 보는 것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레이디 칼라일, 예쁘고 또 예뻤다던 이 그릇들은 사진이 없어서 무척 궁금했다.
빌레로이앤보흐 트루바두르, 음유시인이 생각나는 커피팟에 얽힌 수입 시 겪었던 일화
델타 에스프레소 잔, 악몽을 꿀 정도로 애증의 시간들 포루투갈이 생각나지만 흔들리지 않고 에스프레소로 다시 단단해지는 일상을 찾는다고.
쇼트즈위젤 와인잔, 집에서도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리잔으로 인한 베이는 사고가 증가한다고 하니 술에 취했을 땐 설거지를 미루라고 또 다쳤을 땐 빨리 병원치료 잘 하라는 친절한 덧붙임도 있다.
포토메리온 블루 하비스트, 당근앱을 통해 구입했다고, 이 글에서 작가는 화가 많이 난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이해를 못 한건지 이유를 못 찾았다. 그릇에 문제가 있었나로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닌거 같다. 독자로 궁금하긴 하다. 물론 몰라도 괜찮고.
아라비아 핀란드 똔뚜, 빈티지 머그잔이 40~50만원 한다고?, 그렇구나! 세상 물정 하나 주워들음.
전시를 통해 본 예뻤던 이건희 회장님 소장의 피카소 도자기를 보고 온 날,
작가의 해박한 문학적 지식도 나온다.
세상의 불공평 속 허무는 공평하게 찾아온다고, 헤밍웨이의 단편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에서 중년 웨이터의 기도문이 떠올랐다고 한다. 기도문도 책 한 편에 있다.
헤밍웨이 단편집에 나오는 술란, 주전자와 커피잔, 은식기들이 나오고 작품들의 간략한 느낌들도 언급해 줬는데 덧붙임 말의 글들도 짧지만 좋았다.
앤슬리 브램블리햇지, 질 바클렘의 그림이 좋다. 이 책의 사진 들 중에서도 그 꽂그림의 커피잔이 제일 갖고 싶었다.
더블하트 유리 젖병,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아주 어릴 적 안 먹는 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겪었다고 한다. 우울증과 탈모까지 올 정도로, 작고 약한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었고. 그 해결책으로 만났던 유리 젖병, 지금은 계량용으로 쓴다고 한다.
빈티지에 대한 설명과 수입 시의 문제점으로 인한 표기문구에 대한 얘기도 있다.
작가의 그릇장은 사랑이 가득한 보물상자이고 삶의 위로가 된다고 한다.
작은 책이고 191쪽으로 얇은 편이지만 많은 것들을 전해준다.
예쁜 꽃그릇들을 만나서 행복했다. 나도 작은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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