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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2 -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ㅣ 이어령의 말 2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8월
평점 :

이어령 어록집에서 발견하는 보석들
이어령의 말Ⅱ를 읽고 / 세계사 (도서 협찬)
이어령 어록집Ⅱ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문화란 바로 그 사람 속을 헤아리는 기술이다. 단순히 지식을 쌓고 유물을 보존하는 일이 아니라, 사랑하고 믿고, 상처 입고, 눈물 흘리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기술이 풀지 못한 것을 문화는 해석하고, 삶의 무늬로 길어 올린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세상이 조금 덜 낯설고, 사람 마음이 조금 더 읽힌다. 그가 남긴 말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가슴속에서 오래 머문다. 그 말들이 서서히 빛으로 번져,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물들인다.
그리움은 마음에 남은 글자다. 사라지는 말과 달리 글은 긁힌 자국처럼 우리 가슴에 남는다. 이어령은 그 흔적을 통해 시간이 공간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책은 그렇게 우리의 삶을 붙잡아두는 그릇이다. 그래서 책은 시간의 흔적이고, 우리는 그 흔적을 더듬으며 살아간다. 그 때 그때의 상황들이 남아서 그리움이 되고 그 그리움들이 떠올라 추억할 수 있듯이, 많은 추억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좋은 글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쓰는 게 고통일지라도 많이 남겨야 할 거 같다.
세월이 흐르면 책도 우리처럼 변한다. 다시 읽으면 글자에 주름이 생기고, 저승꽃 같은 반점이 찍혀 있다는 표현, 너무나 재치가 느껴지고 놀라운 상상이다. 살면서 겪은 풍파와 깊이들, 책을 읽는 독자와 함께 책도 나이를 먹는 듯한, 그 세월이 책에도 베이는 것이 저절로 느껴진다.
“첫사랑
거짓된 것은 금세 잊혀지지만 진실한 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오래오래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지요.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진실하고 순수한 것이었기에 죽을 때까지도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게 됩니다.“ p20
“거의
‘거의’라는 말이 좋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기쁨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
‘거의’ 다 왔어. 지루한 기차(완행 같은 것) 안에서 영등포역을 지날 때가 제일 즐겁고 기대감이 컸던 기억.
완성 직전. 화룡점정의 점 하나 찍기 직전의 기쁨과 짜릿함.
그 비어 있는 마지막 공간이 있을 때, 삶은 새벽별처럼 빛난다.” p22
“희망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눈물은 사랑의 씨앗’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지만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기도 한 것이다.” p23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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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다, 그리움, 그림 전부 글에서 나온 겁니다. 책은 글입니다. 말과는 다릅니다. 어떤 흔적을 남기니까 시간이 공간화됩니다. 말한 것은 사라지지만 긁는 것은 흔적으로 남습니다. 그리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그리움은 마치 책에 글자처럼 여러분 가슴속에 긁혀져 있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글은 말과 달리 흔적을 남깁니다.” p48
“청춘
옛날 읽던 책이 생각나 다시 읽으면, 그 뜻이나 이야기들이 많이 변해 있다. 책도 청춘이 있었구나. 같은 글인데도 시간이 흐르면 주름과 저승꽃 같은 반점이 생긴다.” p77
“문화
~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할 때 인간은 여태까지 열 길 물속을 재는 기술만 개발했지,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기술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문화란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기술입니다. 사랑하고 믿고 눈물 흘리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는 오늘날의 기술로 한 치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문화는 그것을 해석한단 말입니다. 절망한 사람들이 시인의 어떤 시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면, 오늘날 식당이나 은행이나 놀이터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을 그 시인이 언어를 통해 그들의 마음속에 호소한 것이지 않습니까. 이게 진짜 문화예요.” p116
“기호
문화는 몸과 마음을 지니고 있는 기호다. 그것은 암호처럼 해독할 수 있는 자에게만 그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p117
럽맹 서평단에 당첨되어 세계사 출판사에서 도서 재공받아서 읽고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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