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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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갈 수 없는 그리움

<그녀를 지키다>를 읽고 /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장편소설 /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아찔하게 깎아지른 길이 끝나는 곳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피에트라달바에 위치한 사크라 수도원, 천년이 흐르도록 어떠한 흔들림도 아무런 변고도 없다. 그곳엔 보는 이들의 감정을 거세게 뒤흔드는 석상, 피에타 석상에 숨겨진 신비하고 가슴 아픈 진실이 있다. 유일하게 서원하지 않고 40년간 머무는 일이 허용된 여든두 살의 세상을 뜨려 하는 위독한 노인,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 가난과 폭력과 설움, 온갖 시련과 착취를 견뎌낸 굴곡 많은 삶, 전쟁과 무솔리니 집권 파시즘이 득세하던 시절의. 그 생의 끝에서 시작해 청년 시절과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630여 쪽의 이야기가 가파른 산등성이를 넘어가듯 오르락 내리락 하며 마지막 장까지 꽉 긴장하며 몰입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사람들은 미모라고 부른다. 연골형성저하증, 왜소증을 갖고 1904년 11월  7일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삶으로의 희망을 갖고 부모님은 리구리아를 떠나온다. 하지만 아버지는 미모가 어릴 때 전쟁에 나가서 사망하고, 어린 그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주정뱅이 석공 치오 알베르토에게 맡겨진다. 그의 헛간에서 자고 폭력 학대 가혹함도 당한다. 공방에서는 그의 실력을 질투하는 무리들에 못 이겨 서커스단의 일로 생계를 이으며 고된 시절을 살기도 한다. 알베르토는 미모를 난쟁이라 놀리며 맡길 거절했으나 어머니의 두툼한 돈 봉투에 반해 수락한다. 그 안에는 타국살이, 노동, 태양과 소금기에 그을린 피부 점철된 세월이 통째로 들어있는 더럽고 구겨진 소중한 지폐가 들어있었다.


비올라 오르시니. 하늘을 나는 게 꿈인 자유를 원하는 귀족 가문의 딸, 부족함이 없이 모든 걸 가졌다. 가난도 없고 노동할 필요도 없고, 억울하게 권력의 힘에 부당한 착취와 억압을 당할 일도 없다. 그러나 자유가 없다. 타고난 천재적인 지적 재능과 꿰뚫는 통찰을 활용하며 맘껏 펼치고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갈 자유로움을. 16세에는 친구들과 함께 만든 날개를 펼쳐보다가 큰 부상을 당하는 와중에 다른 가문과의 약혼을 통보받는다.


미모와 비올라의 우정에서 사랑 사이로의 감정, 그 안에 끊이지 않았던 믿음과 그리움, 그 긴 시간 동안의 적은 만남 긴 이별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편지마저 편치 않았던 아슬아슬하게 주고받던 그 속에 담긴 길고 진한 그리움, 

보랏빛 푸른 눈을 가진 엄마는 어린 그와 같이 살고 싶어 했으나 가난과 재혼으로 가끔씩 잘 지낸다는 거짓이 조금 섞인 편지로만 달래야 했던 애타는 긴 긴 그리움, 빈곤과 슬픔이 섞인 애닮픔, 읽는 내내 흐르듯 깔린 애잔함.


미모는 오르시니 대 저택의 조각상 수리로 그 집 지붕에 올라가서 작업을 한다. 무거운 짐과 헛디딤으로 추락한다. 열려진 창으로 떨어져 후작의 막내딸 비올라의 침대에서 기절해 잠이 든다. 그렇게 인연이 된 친구 “비올라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렇게, 관습과 계급의 장벽이 파놓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을 한걸음에 건너뛰면서. 그 누구도 말한 적 없는 위업이자 말 없는 혁명. 비올라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바로 그 찰나에 나는 조각가가 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그러한 변화를 의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낮은 초목들과 올빼미가 공모하는 가운데 우리의 손바닥이 합쳐지자 뭔가 조각해야 할 것이 있다는 본능적 깨달음이 생겼다.” -103

“1904년 11월.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서, 우리를 능가하며 그 무엇도 절대 부술 수 없는 힘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을 거란 말이지. 11월 22일. 우리는 우주적 쌍둥이야! 그 아이의 행복이 내 발걸음을 가볍게 했고 어둠을 밝혔다. 생일 축하 카드에서 본 날짜가 갑자기 생각났다. 기쁨을 안겨주는 작은 거짓말은 내 생각엔 거짓말이 아니었다.” -p114


두껍고 쉽게 잘 읽히지 않는 문체로 소설이지만 읽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두 번째 읽을 때도 긴장은 계속된다. 읽으면서 시각적 표현들이 많아서 장면 장면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한 나라의 역사의 흐름과 같이하는 한 장인의 삶과 진한 그리움이 무겁게 가슴에 남는다.


혜진님의 서평단, 출판사에서 도서협찬 @hyejin_bookangel @openbooks21 #그녀를지키다 #장바티스트앙드레아 #열린책들 #공쿠르상 #프낙소설상 #이탈리아역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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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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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통한 치유와 위로 의연함 배우기

<마흔에 보는 그림>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를 읽고 

이원율 지음 / 빅피시


저자는 앞만 보고 십수 년간 일만 하다 어느덧 긴장에 중독된 채 쓰러질 만큼 피곤해도 푹 쉬거나 잠들지 못하는 상태가 돼 있었다고 한다. 인생의 이치에 실망하고는 예술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고 쉼과 위로를 받은 자신의 생각을 떠올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삶에 덜 지치고 새로운 힘을 얻을 거란 생각에서 글을 쓰고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예술가들의 삶과 대표작들을 저자의 메시지와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위로, 용기, 버텨내기, 홀로서기로 구분해서 화가와 그림을 구분해줬다.

* 위로 : 앙리 마티스, 에드워드 호퍼, 빌헬름 하메르스회, 바실리 칸딘스키, 마크 로스코

* 용기 : 잭슨 폴록, 프리다 칼로, 뱅크시, 에곤 실레

* 버텨내기 : 펠릭스 발로통, 폴 세잔, 구스타프 클림트, 클로드 모네

* 홀로서기 : 에드가 드가, 모리스 위트릴로, 일리야 레핀, 에드워드 헨리 포타스트, 알폰스 무하

화가들이 몇 년에서 몇 년까지 어디에서 태어나고 주로 생활한 곳, 가정환경이나 상실의 상처나 경제적으로 고달팠던 시기, 정신적으로 지지받지 못하고 조롱과 비난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확신으로 꿋꿋하게 예술 활동을 하고 성실하게 살아간 삶 등이 나와 있다. 화가들의 삶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출생 연도가 다 있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은 있다. 글들이 소설같이 잘 읽히고 재미도 있다. 위대한 화가들도 지독하리만치 오랜 기간 성실하게 밤낮없이 그리고 노력했다는데 가진 것도 없고 부족한 점 투성이인 내가 이렇게 게으르게 살면 안 될 거 같다는 경고를 받은 듯하다. 소설같기도 하지만 자기계발서 느낌으로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는 에드워드 호퍼이고 이 책의 그림 중엔 자동판매기 식당 그림이 좋다. 세련된 색감과 조화, 외로운 듯 고독한 듯, 고요함. 벽면의 여백에 외로움이 콱 꽂힌다. 콱 (다른 그림에서는 인물의 뒷모습에서) 화가도 분명 외로움 또는 고독이 많이 있었을 듯하다. 결혼을 했고 활달했을 거 같은 부인이 있지만 혼자라고 외롭고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호퍼의 감정에 대해서 더 깊이 알고 싶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나왔을 때 두 번을 봤다. 그래도 풀리지 않았다. 호퍼의 감정 그중에 외로움이나 고독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다. 


앙리 마티스는 건강악화로 더 이상 물감을 가까이하지 못할 때도 가위를 들고 색종이를 잘라 붙이고 몸이 굳어가도 도전에 나서고 색종이를 활용한 대작 <왕의 슬픔>을 구상하고 완성했다고 한다.


저자는 빌헬름 하메르스회의 그림으로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긴장감과 일에 중독되어있고 지친 사람들이 저 화가의 그림이 도움이 될 거 같다.


갑갑한 터널을 걷는 듯하다는 이에게는 알폰스 무하의 삶을. 성실함을 앞세워 긴 무명 생활을 견디고, 끝내 위대한 화가 반열에 오른 그의 여정은 물론 능력을 인정받게 해준 <지스몽다> 포스터와 함께 저자가 추천한다.


가업을 등지고 공방을 차린 후 꿋꿋하게 버티는 이에게는 폴 세진을. 오랜 세월 가족과 동료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강한 확신으로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결국 대체 불가능한 예술가로 거듭난 그의 삶이 힘이 되지 않을까. 저자가 추천한다.


사표부터 내고 봤다는 이에게는 엘리트 법률가의 길을 걷다 걸음을 멈추고 용기 있게 예술의 길로 몸을 던진 바실리 칸딘스키의 삶을 저자가 추천한다.


“현실의 괴로움과 고통,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발버둥 쳤던 그들의 작품이야말로 당장의 제 상태를 비추는 창이자 영감과 위로, 희망까지 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할 수 있었지요.”  -p5


위대한 화가들이 알려주는 삶의 태도에 관하여


우주서평단의 서평단에 당첨되어 빅피시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받아서 읽고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

@woojoos_tory  @bigfish_book #마흔에보는그림 #이원율 지음 #빅피시 #우주서평단 #명화해설집 #앙리마티스 #에드워드호퍼 #빌헬름히메르스회 #바실라칸딘스키 #마크로스코 #잭슨폴록 #뱅크시 #에곤실레 #펠릭스발로통 #폴세잔 #구스타프클림트 #클로드모네 #에드가드가 #모리스위크릴로 #일리야레핀 #에드워드헨리포타스트 #알폰스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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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과학 기술 문명 - 불의 사용부터 우주개척까지
DK 과학사 편집위원회 지음, 박종석 외 옮김 / 북스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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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과학 기술 문명 발전사

<인류의 과학 기술 문명> 불의 사용부터 우주 개척까지를 읽고

DK 과학사 편집위원회 지음/ 북스힐 / 박종석, 박다혜, 전경희, 최지미, 이영미 옮김


300만년 전에서부터 현재까지 연도순 주요 사건별 과학 기술 문명의 발전사가 6개의 장과 참고자료로 생물학, 화학, 물리학, 지구과학, 우주, 인명록, 용어집, 찾아보기까지로 되어있다.

모두 매끈한 종이에 칼라의 그림과 사진으로 설명글과 함께 있다.

맨 밑에는 연대별로 전체적으로 띠지처럼 주요 사건과 간략한 설명이 있어서 흐름에 따라서 이해하기에 도움을 준다. 자료는 광범위하고 넓게 있으나 깊이 알기 위해서는 다른 책이나 참고 자료를 더 찾아봐야 할 거 같다. 지루하지 않게 오래 자주 보긴 좋을 거 같다. 그림들이 많아서 전 연령대 나이를 불문하고 가족 모두 보기 괜찮을 거 같다.


• 300만년전-800년 불의 사용, 농경 시작, 바빌로니아인 천문학, 그리스인 의학, 수학 발전시킴, 로마인  공학 분야 선도,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많은 과학지식 사라졌다.

• 가장 오래된 악기는 조류 뼈와 상아로 만든 4만년이 넘은 피리이다. 기원전18000년 토지 제작(중국), 기원전 14000년 일본의 조몬인이 대규모로 토기 만들었다.

• 기원전10500년 작물재배, 시리아의 아부 후레이라 마을 외알밀 씨앗 뿌린 것이 농경의 시작이다.

• 기원전 8000년경 네덜란드에서 발견된 카누, 가장 오래된 배 만들어짐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튀르키예 남부, 차탈회위크

• 농경의 시작, 정착생활 기원전 8500년, 서남아시아 가축 기르기, 곡물 씨앗 파종

• 금속가공, 기원전 3200년, 최초의 청동생산, 서남아시아 장인들 구리와 주석 혼합해 청동으로 갑옷과 무기 만듬

• 초기문자 기원전 3200년경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등장

• 움마달력 기원전 2100년경 가장 오래된 달력 수메르인이 슐기왕 시기에 만듬

• 금속 가공 기원전 9000년경 유럽 남동부의 발칸반도에서 개발

미라 만들기 기원전 1000년 내부 장기를 제거하고 말린 시신 린넨으로 싸서 보존, 이집트의 왕족과 부유층 위해 사용

• 기원전 438년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 그리스 여신 아테나를 기리기 위해 도리스 양식으로 건설되었다.

• 중세기간 동안 중국, 인도, 이슬람세계는 수학, 의학, 공학, 항해술의 발전으로 과학분야를 선도했다.

• 808년 화약의 발견, 중국의 연금술사들

• 830년 대수학의 탄색, 아랍의 수학자 알 콰리즈미 방정식을 풀기위한 아이디어 소개했다.

• 기원전 300년 ‘해부학의 아버지’ 칼케톤(튀르키예 이스탄불) 출신의 그리스인 헤로 필로스는 최초의 공개 인체 해부 수행

• 주판의 도입 990년경 프랑스 수도사 오리악의 제르베르가 유럽에 처음 소개

• 1040년경 활자 인쇄 중국 연금술사 필승은 글자가 새겨진 점토 블록을 움직일 수 있는 인쇄 방식 발명

• 굴절 망원경 갈릴레이 1609년 망원경 제작해 천문학적 목적으로 최초로 사용

• 1160년 세계 최초 인쇄지도 15개 나라의 지리를 담은 십오국풍지리지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지도 중 하나

• 로저 베이컨 13세기 영국의 프란치스코 수도사 ‘기적의 박사’ 별명

.

(글자 수 관계로……)


참고자료


생물학-생물학의 분야, 생명의 요건, 생물군계, 동물계, 공룡의 진화, 초기 인류, 인체, 식물계, 광합성, 식물의 성장

화학-화학의 분야, 화학적 특성,물질의 상태, 금속 및 비금속, 원소(주기율표, 원소 목록)

물리학-물리학의 분야, SI단위, 공식, 에너지의 종류, 반사와 굴절, 가시광선 스펙트럼, 전기, 자석

지구과학-지구 통계, 암석과 광물, 판 구조론, 화산, 리히터 규모

우주-우주에 무엇이 있을까?, 우주 탐사, 달 탐사 임무, 태양으로부터의 행성 배열 순서, 해왕성 너머, 별, 달, 성운, 은하, 혜성, 유성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받아서 읽고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 

#인류의과학기술문명 #과학사편집위원회 #북스힐 #박종석 #박다혜 #전경희 #최지미 #이영미 옮김 #기술문명 #발전사 

@chae_seongme @bookshill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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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낯선 경험으로 힘차게 향하는 지금 이 순간
조승리 지음 / 세미콜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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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모험가의 삶 여행기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낯선 경험으로 힘차게 향하는 지금 이순간

을 읽고 / 조승리 / ; 세미콜론


저자는 열다섯 살 때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어 지금은 빛 정도만 분별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다. 장애를 갖고 삶을 살아가면서 부딪히고 겪게 되는 차별과 모욕적인 말들, 안마사로 일하면서 손님들과의 마음 통하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일상들, 또 친구들과의 외국 여행기들이 있다. 자신이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계약에서 여러 번 거절을 당하고 순간순간 좌절을 만나기도 한다. 온갖 역경을 만나면서도 재치 있고 현명하게 이겨내고 활달하고 통쾌하게 헤쳐 나간다.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를 준다. 글들이 빵빵 웃음도 터지고 재미있고 감동도 있다. 

저자의 첫 번째 책은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지랄 맞음이 무엇이지 (사전에서는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나와 있다.)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글 한 편만 읽어봐도 웃기면서도 꼬집는 듯한 느낌이 바로 와 닿는다.


뽑아본 문장들

“이렇게 볼품없이 살다 끝나면 억울하지 않겄나?”

“모든 게 억울했다. 눈먼 삶도, 짊어진 책임감도, 나 자신을 버렸던 시간이 후회스러웠다. A에게 전화를 걸어 날 좀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그녀는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있을 것을 권했고 나를 말레이시아로 보냈다.” -p21


“서걱서걱 옥수수 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웅성댔다. 땀줄기가 목덜미 고랑을 타고 흘러내렸다. 바람에 부비적대는 옥수수 잎 소리가 오리 떼의 날갯짓 소리처럼 들려왔다. 『끝없는 벌판』을 읽고 인간은 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지 줄곧 고민했다. 사실 그건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그나마 희망 따위라도 있어야 질긴 생을 견뎌낼 수 있음을 알았다. 뜨거운 바람이 흙냄새를 싣고 잔잔히 몰려왔다. 두통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농사꾼의 딸이었던 나는 바람에서 튼실한 생육의 냄새를 맡았다.” -p35


“아무리 강한 고통이라 해도 일상이 되어버리면 무뎌지기 마련이고 어느 순간 통증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현실을 살아가게 된다. 내겐 장애가 그러했다.

내가 망각하고 사는 것이 장애만은 아니리라

마사지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삶이 엿보인다. 내가 손끝으로 본 그녀의 세월은 험난하고 참혹했다.” -p47, 48  


“장애를 이해하려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용기를 얻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백두산 여행도 나에게는 그 한 걸음이었다. 

암울한 현실을 견뎌내는 방법은 온 힘을 다해 명랑함을 짜내며 버텨내는 것이리라. 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했다. 그건 내 삶의 방식이었다.” -p60


“내게 식사는 때우는 것이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메뉴로 배를 채우는 것. 그게 끼니였다. 라면을 후루룩 삼키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 꼴이 청승맞았고 비루한 삶이 초라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싶었다. 억척스럽게 일 욕심을 냈고 지독하게 절약했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이제는 내 인생을 살겠다며 가족과 거리를 두었다. 그들은 굳이 나를 찾지 않았다. 나는 내 존재를 부인당한 것 같아 괴로웠다.

세상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인도에 불법 주차된 자동차 백미러에 명치를 호되게 얻어맞았다.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찔끔났다. 

‘지겨워! 정말 지겨워 죽겠어.’” -p107, 108


“‘요즘 저런 사람 많이 보이네, 우리 식당에도 꽤 와.’

주인아주머니가 말한 ‘저런 사람’이 나를 지칭한다는 걸 알았다. 순간 나는 F를 떠올렸다. 그 단단한 삶의 태도를 말이다. 당당히 어깨를 펴고 바르게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수저질을 했다. 불쾌했지만 상처로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다짐했다. 당신들이 말하는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야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거야. 그게 내가 정한 나의 사명이야. 내가 씨익 웃자 내 눈치를 보던 활동지원사가 죄지은 아이처럼 자기가 식사비를 내겠다고 했다. 나는 한 번만 더 이런 곳에 나를 데려오면 가만 안 둔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우리는 동시에 깔깔 웃었다.” -p223


출판사에서 도서협찬 


#검은불꽃과빨간폭스바겐 #조승리 #수필집 #에세이 #세미콜론 #지랄맞음 #사람겪어내기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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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 2025.봄 - 125호
시와산문사 편집부 지음 / 시와산문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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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진실성과 개연성

<시와 산문>을 읽고 / 2025 봄 통권125호 / 도서출판 시와 산문사


창의성이라는 ‘기대 착시’와 사실에 기반한 문학정신의 진실성 – 이은숙(본지 편집주간) 

을 읽고


문학의 본질과 작가의 태도 등에 대해,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인식과 선택의 오류 속에 살아간다. ‘선택맹’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스스로를 안다고 확신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적 오류와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일깨운다. 작가라면 이 오류성을 자각하고, 겸허한 자세로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문학은 아레테 탁월성을 지향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 탁월성은 단지 감각적인 표현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개연성과 삶에 대한 치열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 개연성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적 논리이자, 현실을 상상으로 전환시키는 힘이다. 뜬금없는 상상이나 표절된 줄거리는 결코 문학적 울림을 줄 수 없으며, 오히려 문학의 본질을 훼손한다.


작가는 장인으로서 시를 쓰는 일도 건물을 설계하듯 치열한 개연성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 남의 모티브를 무단으로 차용하고, 약속된 청탁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문학정신의 책임과 진실성에 어긋난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처럼,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되는 구조 속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 속 인물처럼, 진실을 말하는 자가 정작 ‘아이히만’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작가의 허영과 무책임은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악을 꽃피우기도 한다.


한국문학은 세계적 가능성을 지녔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문학을 향한 겸허한 자세와, 삶의 진실을 개연성 있게 풀어낼 수 있는 성숙한 창작력이다. 현실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예술적 개연성으로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 자기 인식과 성찰의 중요성

• 문학의 책임과 개연성

• 진실성 결여와 표절 비판

• 악의 평범성과 자기반성

• 세계문학을 향한 문학적 자세와 태도

위의 글쓴이(김은숙)가 엄하게 나무라듯 꾸짖듯 강조해서 말하는 다섯 가지를 중요하게 뽑아 봤습니다.



동백꽃2


찬란하게 사랑하다

흐트러짐 없이


빨간 십자가 수북하다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경건하게 엎드려

발등에 입을 맞춘다


차디찬 설원

언 발끝을 감싸는따스한 기도

불꽃의 넋을 품은 사랑아

겨울의 서늘한 고요도

눈송이에 맺힌 바람의 한숨도너에게 무릎을 꿇는다


그대 또 어느 산기슭에서

촛불을 켜고 있는가


  - 경경이



<시와 산문>이 계간 책은 신작시와 에세이, 단편소설, 독자 단평이 골고루 들어있는, 

음식으로 하면 뷔페이고 상점으로 하면 만물상, 문학 백화점 같은 책이다.

보석 같은 좋은 글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풍요가 곱절이다. 

행복한 읽기였습니다.


시와 산문 글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추천합니다.


북클립 서평단으로 시와산문사 출판사의 도서협찬으로 읽고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


#시와산문 #2025봄 #시와산문사 #계간지 #문학전문지 #통권125호 #문학정신 

#이은숙 #악의평범성 #개연성 #진실성 #문학적자세 #문학적태도

@eunsook3567  @siwa_sanmunoffcial  @bookcli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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