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 - 역전 흥부, 당찬 춘향, 자존 길동, 꿈의 진실게임,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2
유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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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을 꼭 꼭 읽어보고 싶구나

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 / 유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역전 흥부, 당찬 춘향, 자존 길동, 꿈의 진실게임,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나예님이 리뷰 서평을 써줘서 알게 되고 읽어본 책,

도서관 간 김에 훑어만 보려다 다 읽게 되었다.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니 우리 고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반전의 흥부전과 춘향전, 홍길동전이 나오고 맨 나중에 구운몽에 대해 나온다.

다른 부분도 좋았고 괜찮았지만 특히 난 구운몽 부분에서 와닿는 게 많았다. 그리고 구운몽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속도가 느린 나지만 하루가 안 걸렸다. 고전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하고 싶다.

 

 

나만이 진실이고 나만이 옳으며 나만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옳고 그름이란, 그런 구분이란 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규정하고 판단하는 아집에 사로집힌 허망한 꿈같은 것이니 말이다.” p279

 

작가 김만중의 이런 놀랍고 획기적인 구성은 꿈에서 깰 때의 반전 때문만이 아니라, ‘윤회란 꿈을 꾸는 것과 같다는 날카로운 철학적 성찰을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성진이 퍼뜩 꿈에서 깨게 함으로써 독자들도 충격과 함께 퍼뜩 깨어나 인생이란 꿈처럼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구조화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진리를 깨닫지는 못한다. <금강경>의 핵심인 공 사상이나 경전을 수십 번 읽어도 좀처럼 쉽게 깨우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그렇다 꼭 꿈에서 깨어난 성진처럼 생각하기 마련이다. ‘, 모든 게 꿈이었구나. 다 거짓이었어. 환상이었어라고 말이다.” p264

 

소설의 가치는 명쾌하고 명징한 작가의 주제의식을 찾아가는 즐거움과 그 과정의 재미에 있다. <구운몽>은 이런 명쾌함과 즐거움, 과정의 재미를 잘 보여주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것이다.

<구운몽>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깨달음에 대한 텍스트이며, 읽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깨달음의 텍스트다 깨달음의 주제를 직접 외치지 않고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세련되게 드러냄으로써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높은 위치에서 외치는 교훈적 주장보다 더 효과적인 목소리를 낸다.”

 

창작 이유가 효자인 김만중이 어머니 윤씨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제가 높은 벼슬을 지내다가 지금은 귀양살이를 하고 있듯이 인생의 부귀영화가 모두 꿈같고 환상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어머님, 슬퍼하지 마세요라는 절절한 표현으로 어머니의 외롭고 슬픈 마음을 위로한 것이다.” p232

 

“<구운몽>은 얼핏 인생이 일장춘몽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깊이 있는 통찰과 깨달음이 담겨있다. 독자들이 그렇게 읽어내든 아니든 작가 김만중은 그렇게 창작했다. 효자 아들이 어머니를 진심으로 위로하고자 피눈물 나는 마음으로 귀양지에서 쓴 희대의 고전이 바로 <구운몽>이다.” p236

 

주체성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어떤 일을 실천할 때 나타내는 자유롭고 자주적인 성질로 자기의 의지에 의해 무언가의 대상에 능동적으로 작용하는 자세를 말함. 자신의 자신다움이란 절대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고 종종 오해해서 자신다움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주체성이 아니라 아집일 경우가 많음. 내가 주체적인 것처럼 남들 역시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진정한 주체성을 확립할 수 있음.“ p282

 

#조선고전담 #욕망으로읽는 #흥부전 #춘향전 #홍길동전 #구운몽 #유광수 #21세기북스

#반전의우리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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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품격 - 착하게 살아도 성공할 수 있다
양원근 지음 / 성안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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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믿음 갖기와 철학공부의 필요성

부의 품격을 읽고 / 양원근 지음 / 도서출판 성안당

착하게 살아도 성공할 수 있다

 

처음엔 큰 기대 없이 펼쳤지만, 생각보다 깊이 와닿았다. <부의 품격>은 돈을 쌓는 법을 넘어, 돈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궁핍했던 어린 시절의 고백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역경을 견디는 힘을 전한다. 또한 성과 중심 사회에서 잃어버린 존엄과 선의지를 철학 공부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은 부자 되기가 아니라 품격 있는 부자 되기라는 더 큰 질문을 던진다.

 

라는 단어가 나와서 저축이나 투자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그건 아니고

돈을 모으는 기술서가 아니라, 돈과 삶을 바라보는 철학적 태도를 묻는 책이다. 저자는 궁핍했던 어린 시절을 솔직히 고백하며, “긍정적인 믿음이 있다면 역경은 나를 매만지고 성장시켜 주는 도구로 변화한다”(p240)고 말한다. 이 구절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내일을 살아낼 힘을 건넨다.

 

또한 저자는 오늘날의 성과 중심 사회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람들이 철학을 공부해서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p293)고 말하며, 부의 문제를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결국 부의 품격이란 개인의 부를 넘어 공동체와 함께 어우러지는 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깊이 와닿은 대목은 철학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철학은 성취해 나가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해준다”(p297)는 말처럼, 이 책은 돈보다 더 큰 질문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부를 다뤄야 하는가를 말한다. 부의 품격은 바로 그 질문 속에서 태어난다.

 

 

나도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결핍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덕분에 성장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당신은 반드시 잘될 것입니다. 꼭 이겨 낼 것입니다.’라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 긍정적인 믿음이 있다면, 역경은 나를 매만지고 성장시켜 주는 도구로 변화한다.” p240

 

오늘날 많은 기업이 일 중심, 성과 중심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과도하거나 위험한 업무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풍토 속에서 사람들은 선의지를 잃어 가고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철학을 공부해서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p293

 

철학을 공부하면 나와 타인 그리고 우리가 공존하는 세상에 대해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삶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 큰 성취를 이루고도 불행한 이가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성공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외면하거나, 심지어 희생시켰을 수도 있다. 그러니 정점에 서도 함께 축하하며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는 것이다. 철학은 성취해 나가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해 준다. 그렇기에 선의지를 가진 이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공부이다.” p297

 

작가의 무료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저자의 책 몇 권 사왔다.

<쓸수록 돈이된다><나는 죽을 때까지 지적이고 싶다><부의 품격>
그중에 이 책이 가장 맘에 들었다.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다시 또 읽어봐야겠다.

 

#부의품격 #양원근 #성안당 #착하게살아도성공할수있다 #선의지 #철학공부의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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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손수연 옮김 / 저녁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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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치유, 위로와 사랑으로 확신까지의 3

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를 읽고 / 비르지니 그리말디 소설

VIRGINIE GRIMALDI 손수연 옮김 / 저녁달 (도서협찬)

 

이 소설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에게 조용히 건네는 위로의 이야기다. 장례상담사인 엘사는 아버지를 잃은 뒤 일상의 균형을 잃고, 소설가 뱅상은 오래된 상처와 우울 속에 머물러 있다. 두 사람은 정신과 대기실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사소한 인사와 대화 속에서 뜻밖의 안도와 웃음을 발견한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도, 작가는 작은 연결이 어떻게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지를 담백한 문장으로 보여준다.

상실의 시간을 견디는 법, 그리고 세상은 우리의 고통과 상관없이 묵묵히 흘러간다는 사실. 그 무심한 흐름 속에서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의 빛이 된다. 상처가 치유되고 사랑이 확신으로 자리 잡기까지 3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서로에게 기대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다정한 동반자가 된다.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도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같은 프랑스 여성 작가의 작품인데, 두 책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준다. <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가 상실과 우울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 이야기라면,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는 억눌린 일상에서 과감히 탈출해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가는 항해의 서사이다. 하나는 현실에 뿌리내린 치유, 다른 하나는 현실을 벗어난 해방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만, 결국 두 작품 모두 삶의 무게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묻는다는 공통된 울림을 남긴다.

 

 

엘사는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완벽한 목소리와 일렉기타 소리가 그녀를 과거로 데려갔다. 뱅상은 엘사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녀의 내면 여행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흐려놓기 전에 기억을 새기는 이런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167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이건 거의 신체적인 고통에 가까워, 가슴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고, 바로 그 구멍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아, 이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사람뿐일 거야.” p169

 

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열여덟 살이면 누구나 부모를 아주 먼 과거에서 온 사람처럼 여긴다는 걸. 그리고 자신들의 부모가 위로받지 못한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걸. 동시에 그 부모들도 자신들의 부모를 먼 과거에서 온 사람으로 여겼다는 것까지도.” p195

 

여든 정도로 보이는 여성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인생을 살아낸 사람의 강한 힘으로 뱅상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정말 다 고마워요, 뱅상. 당신이 제게 주는 행복을 상상도 못 하겠죠. 절대 그만두지 마세요. 이렇게 부탁할게요. 당신은 마법사 같아요.’

감정이 북받쳐 오른 뱅상은 사랑하는 할머니와 오렌지꽃 향기가 나던 할머니의 케이크를 떠올렸다. 뱅상은 그 순간을 오래 붙잡으려 했고, 마디가 굵은 그녀의 손가락을 쥔 채로 그녀의 쇠약해진 목소리를 들었다. 뱅상은 힘을 얻으려 엘사를 찾았지만 그녀 역시 울고 있었다. 그 노부인이 떠났을 때, 감정의 홍수가 모든 사람들을 덮쳤다. 서점의 주인도 눈물을 흘렸고 뱅상의 옆 테이블 사람도 울고 있었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친구들도 눈물짓고 있었다. 뱅상은 그 노부인 같은 사람들 덕분에 인류에게 여전히 희망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p218

 

바깥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지만 나한텐 모든 게 달라 보였어. 햇살이 피부를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지 새삼 깨달았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의 소리도 알게 됐어. 내 감각은 아주 고조됐지. 세상을 갓난아기의 눈으로 보는 것 같았어. 예전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아주 사소한 것들조차도 경이롭게 느껴졌어. 그게 그렇게 오래 가진 않았어. 어쨌든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 그래도 여전히 구불거리는 구름이나 고래 영상 같은 것에 감동 받아, 결국 그때 내가 깨달은 건, 삶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부서지기도 쉽다는 거야. 그런 깨달음이 내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헤집어놨어. 상반된 감정들로 가득 차 있었지, 그리고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든 거야.” p225

 

#세상이라는왈츠는우리없이도계속되고 #비르지니그리말디 #손수연 #저녁달 #프랑스소설

#상실과치유 #엘사 #뱅상 #장례상담사 #상실의고통 #상실의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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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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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위안을 얻는 낙원을 만나다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를 읽고 / 하태완 지음

북로망스 (도서협찬)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이 책은 제목만 보았을 때는 다소 흔한 감성 산문집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열어보니 기대와 달리 따뜻한 문장들이 마음에 안기듯 착착 와닿았다. 평범한 듯 보이는 일상의 조각들을 섬세하게 길어 올려, 독자가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준다.

 

책 속 글들은 단순히 감성적인 문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잔잔히 마음을 어루만지며 공감과 위안을 건넨다. 사소한 말에 쉽게 상처받는 이들, 잃어버린 인연에 대한 그리움을 품은 이들에게 이 책은 특히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읽는 내내 낙원이라는 말이 먼 이상향이 아니라 지금 내 곁의 작은 순간과 소중한 사람들 속에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한 번 읽고 덮을 산문집이 아니라, 두고두고 꺼내 보며 마음을 다독이게 될 따뜻한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삶은 언제나 균열이 생기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 틈에서 조용히 자란다. 눈에 보이지 않게 무뎌진 것들이 있고 말로 꺼내지 못하는 외로움도 있다. 누군가에겐 별일 아닌 하루가 어떤 이에게는 견딜 수 없는 날이 되기도 한다. 세상을 좋게 바라보려는 의지는 자주 조롱당하지만, 그 마음이 내내 순수하고 쉽게 사라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p54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 그중에서도 사랑을 말하고자 할 때는 숨기는 것과 거짓 하나 없이 하얀 마음을 건네야 한다. 옳은 감정의 교류란 서로가 서로에게 한 뼘씩 더 다가가고자 용기 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 p67

 

지금껏 나를 무척 슬프게 했던 건 대다수가 나의 시절을 바쳐 사랑한 것들이지만, 지레 겁먹고 다음 날의 마중을 머뭇거리기엔 남은 기쁨이 아직 많다. 가볍게, 가끔 힘차게 매일을 살자, 낭비하기엔 우린 너무 청춘이니까.” p69

 

꾹꾹 눌러 쓴 여름

 

여름 위에다 편지처럼 마음 하나 꾹꾹 눌러씁니다.

 

너무 흔한 초록을 마음껏 가져다 쓰고

해 질 녘 눅진한 노을도 한 폭 뜯어와 쓰고

화들짝 놀랄 만큼 차가운 빗물도 방울방울 모아다 씁니다.

 

여름에 사랑을 합시다.

 

이 한 문장 쓰는 데에 계절 하나를 전부 빌렸습니다.

 

내가 아는 여름의 좋음을 이 고백에 가득 담았습니다.

세게 눌러쓴 탓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마음입니다.

 

그러니 이제 내 여름도, 내 사랑도 다 그대 것입니다.

 

건넨 여름 받아 든 그대가 별처럼 웃어주기에

나는 붉게 그을린 얼굴로 덜컥

여분의 계절까지도 모두 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p75

 

 

 

 

책의 글씨 크기가 적당하고 여백도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가끔씩 자주 꺼내 볼 거 같다. 잔잔히 위로가 되는 글들이 넘 좋다.

 

#우리의낙원에서만나자 #하태완 #산문집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위로의글 #마음에와닿는글 #감성에세이 #따뜻한책 #두고두고읽고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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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갈까마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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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끝내 다 드러나지 않는다. 어둠 같은 미스터리

어둠 속의 갈까마귀 / 캐드펠수사 시리즈 12를 읽고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도서협찬)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번째 어둠 속의 갈까마귀는 독자를 애타게 만드는 작품이다.

누가 범인일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의문은 끝없이 쌓이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다. 범인이 빨리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는 동안, 독자는 어느새 사건의 수수께끼보다도 시대의 어둠과 인간의 욕망에 더 깊이 빠져든다.

 

어둠과 까마귀라는 제목처럼 음울하게 시작된 교구신부의 죽음, 범인은 누구일까? 궁금해서 책장을 놓지 못한다. 하지만 결말은 흐리멍텅하고 의외로 허망하다. 범인의 정체는 밝혀질 듯하지만, 이유도 해명도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남는 것은 궁금증과 허무함이다. 하지만 바로 그 허무함이 이 소설의 독특한 힘이다. 모든 범죄가 명확히 설명되고 모든 동기가 논리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현실에서 드물다. 오히려 진실은 불완전하게 드러나거나, 끝내 다 알 수 없는 채로 묻히기도 한다. 이유나 동기 같은 것도 자세히 설명되지 않아 이게 다인가? 하게 된다. 12세기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 영국처럼, 사건의 진실도 끝내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완벽하게 정리된 미스터리의 쾌감 대신, 모호하고 찜찜한 감정을 남기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계와 닮아있다. 캐드펠의 시선이 보여주는 것은 법의 이름으로 내리는 정의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켜내려는 작은 빛이다.

 

 

캐드펠 시리즈의 시대적 배경은 12세기 영국, 1135년부터 1153년까지 이어진 내전기 무정부 시대, The Anarchy’라 한다.

 

왕위 계승 전쟁이 있었다 하고

1135, 헨리 1세 왕이 죽자 정통 후계자인 딸 마틸다(엠프레스 모드)와 사촌 스티븐 블루아가 왕위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스티븐이 먼저 왕위를 차지했지만, 많은 귀족과 성직자들이 마틸다 편에 서면서 영국 전역이 내전에 휘말렸다고.

 

혼란스러운 사회였다고

이 싸움은 단순히 왕좌 다툼이 아니라, 지역 영주들의 권력 다툼까지 겹쳐 전국적으로 치안이 무너지고 약탈과 학살이 일상처럼 벌어졌습니다. 당시 연대기에는 그때 영국은 신 없는 땅처럼 보였다라는 기록까지 남아 있다고.

 

이 불안정한 시대에 수도원은 단순한 신앙의 공간이 아니라, 지식과 법, 치유와 중재의 중심이었다고. 캐드펠이 속한 슈루즈베리 수도원도 그런 역할을 했고, 작가는 바로 이 수도원을 중심으로 흔들리는 시대와 인간 군상을 그렸다고.

 

어둠 속의 갈까마귀가 허무하게 끝나는 것도 단순히 서사의 빈틈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시대 자체가 명확한 해답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일노스 신부는 한순간도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는 성무일도를 틀림없이 지켰고, 기도를 할 땐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자 했다. 여전히 준엄한 강론을 펼치고, 미사의 의식들을 경건하게 행하며, 환자들을 방문하고, 신앙심이 약해진 사람들을 훈계했다. 병자들에게 주는 그의 위로는 엄격하다 못해 오싹할 지경이었으며, 신자들은 지금까지와 달리 고해성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그로서는 자신의 직무상 요구되는 모든 것을 온전히 수행하는 셈이었다.” p60

 

캐드펠 수사는 이리저리 흩어지는 수사들 틈에서 베넷을 발견했다. 그는 놀라고 긴장한, 아니 그보다는 죄책감과 당혹감이 뒤섞인 듯 정신없는 표정이었다. 캐드펠을 보자 그는 불안한 듯 아랫입술을 내밀며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무언가 비합리적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환영을 떨쳐버리려는 사람 같았다.” p109

 

캐드펠에겐 그 계획의 모든 면면이 불안했다. 그러나 불신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이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건 더욱 혼란스러운 노릇이었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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