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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12월
평점 :

도포와 갓을 챙겨입은 남자의 모습과 세인트 헬레나라는 지명은 무척이나 이질적이다.
왜 하필 세인트 헬레나일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말기 순종 시대다.
안동김씨의 세력이 조선을 말아먹고 지역에 대한 차별,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판을 치던 그때...
백성들의 눈물과 분노를 해소하고자 한 사내가 결연히 난을 일으켰으니 그 사내의 이름은 홍경래다.
시작은 대단했을 지 몰라도 끝은 안좋았다.
울분에 찬 항거는 그 기세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중심이 확고해야하고 의기를 투합할 수 있는 명분도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이 아쉬운 민란이었다.
안지경이라는 무과에 급제하였으나 차별받아 임용되지 못한 자가 홍경래를 따랐다.
쫓겨다니다 영국 선박으로 도망치고 어찌저찌 영국인의 도움을 받아 세인트 헬레나 섬까지 흘러간다.
거기서 나폴레옹을 만나고 프랑스 혁명에 대해 알게된 안지경은 다시금 조선에서 백성이 다스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혁명을 꿈꾼다.
안지경은 이전 홍경래의 민란이 성공한 혁명이 되지 못한 이유를 고민한다.
대의 명분과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여 사람들이 호응하고 함께해야 이루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이를 위해 애쓰지만 결과는 같았다.
'조선은 아직 진정한 혁명을 낳을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르지'라던 지난 민란 속의 스승의 말을 안지경은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다.
조선 말기의 온갖 폐단과 부정부패는 이루말할 수 없었다.
이런 불만과 분노가 쌓일만큼 쌓였을 터인데도 조선에서 혁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선이 뿌리깊은 나무와 같은 역사를 가졌다면 혁명의 시도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이 지속될 것이라고 안지경은 말했지만 그렇게 반복하고 반복하면 더 나은 세상이 열렸을까?
어떤 고비만을 넘으면 성공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데 그 고비를 넘지 못하게 발목을 잡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소설 속에서 안지경은 지난 날 결혼을 약속했던 차홍련과의 인연에 조금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무언가를 위해선 버리지 못할 것 같지만 버려야 하고 취하지 말아야 하지만 취해야 할 것이 있을게다.
그렇게 저울질 하다가 해야할 것을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어쩌면 우리는 알게모르게 내가 쥐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싶어졌다.
놓치고 싶지 않고 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그래서 실패하고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는 말이다.
안지경은 나중을 기약하며 또 다시 조선에서 도망친다.
하지만 다시 그가 돌아온다고 해도 조선에서 혁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싸우고 이겨 내 세력을 키워나간다면 이루어낼 수 있겠다.
군사력을 독점하고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있어 그 추종자들과 함께라면 되겠다.
남의 힘을 빌어 기존 세력을 몰아낼 수 있어도 되겠다.
일순간에 몰아쳐 승부를 낼 수 있는 정도의 무력을 가졌다면 가능하겠다.
하지만 혼자서는 안된다.
뜻을 모으고 마음을 나누고 힘을 기른다는 것...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할게다.
그렇게 혁명이 일어나야 할 세상이길 바라지 않지만...
그래야 할 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스스로가 깨어있고 관심갖고 지켜야하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요즘 세상의 뉴스를 보며 문득 가져본 생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