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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4년 7월
평점 :
오래전 내가 과외라는 것을 통해 돈을 번 시절이 있었다.
지나고 보면 대학생 과외라는 것이 나름의 장점이 있었겠지만 한계가 분명히 있다보니 지금 내 아이들에게 결코 추천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과외를 받는 것도 하는 것도...
다른 것은 접어두고 (좀 편협하고 극단적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지는 몰라도...) 많은 시간을 들여 아이들에게 가르칠 내용을 연구하고 공부한 전문 강사 또는 교사에 비해 대학생이라는 신분에선 직전까지 대학 입시를 준비했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가르치는 실력 차이가 분명히 있다는 입장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어떤 것을 설명하여 이해시킨다는 것은 어렵다.
그 사람의 수준에 따라 설명의 수준은 초등학교 수준이 될 수도 있고, 보다 전문적인 수준일 수도 있겠다.
그것을 맞추어 해설한다는 것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 책... 제목부터 남다르다.
'무엇을 알기쉽게 설명해줄께' 라는 정도가 아니라 '너를 이해시킬 자신은 당연히 있는 데 그게 어떤 것까지 인지가 내 스스로에게 궁금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ㅡ.ㅡ
최근에 다시 본 마스터셰프코리아2의 최강록 셰프의 요리에 대한 노희영 심사의원의 평가처럼 "좀 오만한" 제목을 가졌다고 해야할까...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물리학자들이 문제의 답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찾은 답에 사람들이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설명할 때는 정말로 형편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p10)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대답은 미국 언론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한 말을 옮긴 이 표현... "(학계가) 통찰을 복잡하고 따분한 산문으로 암호화하고 대중이 소비하지 못하도록 이중 잠금장치를 걸어놓은 후 이 까다로운 말 잔치를 난해한 학술지 안에 숨겨버렸다" (p10)라는 것으로 대치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래서 대답이 뭐라고? 라는 메아리를 듣기에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ㅋㅋㅋ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떤 과학적 통찰과 그 결과는 유사 과학, 유사 종교에서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혹의 근거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면서 부풀려지기도 하고 쪼그라들기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유사 과학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물리학자들이 "현재 우리가 아는 한에서" 물리학에서 제기된 물음을 물리학자들은 어디까지 얼마나 어떻게 알고 있는 지를 들려주겠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런 말에 대해 '그래? 어디 한번 들어보지 뭐... 또 얼마나 못알아먹게 말하는 지...'라는 일견 고까운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읽어보기로 했다.
(참으로 장황스럽게 이러저러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이런 저런 핑계요 변명이자 넑두리를 풀어놓았다. 그래 이제 책에 대해 정리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ㅡ.ㅡ;;)
"과거는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는가"
"물리학은 우주의 시작과 끝을 밝혀낼 수 있는가"
"물리학적으로 젊음을 되돌릴 수는 없는가"
"우리는 그저 원자가 든 자루일 뿐인가"
"정말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가"
"물리학은 자유 의지를 부정하는가"
"우주는 우리를 위해 만들어졌는가"
"우주는 생각하는가"
"우주는 예측 가능한 존재인가"
한번쯤 궁금해했을 그런 주제이지 않은가?
과거는 어딘가에 존재하는가라는 문제는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가라는 문제와 합쳐졌을 때 그 세계와 내가 있는 세계 사이에 시간 차가 있는가라는 또 다른 문제를 파생하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뉴턴이 견고하게 쌓아올린 고전역학의 이론과 법칙은 우리가 사는 이 자연 세계에서 많은 부분 설명 가능하고 수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이후의 아인슈타인의 탁월한 인식과 양자역학이라는 범주는 고전역학이 만능이 아님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파인만의 "그 어느 누구도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해도 무방하다"는 말처럼 이런 이론과 통찰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란 어렵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가지 주제를 통해 저자는 상대성 이론, 빅뱅, 엔트로피, 양자역학, 다중우주, 시뮬레이션 우주 등등의 현대 물리학의 여러 분야에서 과학적으로 적절한 지 들려준다.
저자의 결론은?
저자의 생각이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저자의 생각처럼 어떤 문제에서 초기 조건과 결말적인 상태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이론적 주장의 일부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믿음에 기반한 추측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나의 뇌 바깥에 우주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증명할 수 있을까?
증명할 수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실재하고 있는 데???
실재와 환상을 구분할 수 없는 데 구태여 구분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그래서...
그저 믿고 싶은 대로 아는만큼 알고 인정하며 산다는 것...
이렇게 하자는 결정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
나는 이렇게 살려고... ㅎ
가끔 저 위에 나열된 주제가 생각나고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뜬 구름 잡으려는 듯 이 궁리 저 궁리 하겠지만...
그저 이렇게 한마디하고 갈 길 가려고...
알바여?
여기까지 쓰고 나니 정말 저자에게 미안한 느낌을 갖게된다.
오랜 시간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 이런 책을 썼을 것인데...
난 이렇게까지 밖에 알아듣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알바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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