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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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서막이 시작되다!


 조엘 디케르의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2013, 문학동네>이 워낙 호평이어서 그의 전작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었다. 그의 두번째 책인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또한 소설의 분량이 만만치 않은데 <볼티모어의 서> 역시 벽돌 두께만큼 묵직함을 자랑하는 책이다. 처음에는 600페이지가 넘는 것에 놀랐지만 책을 읽어보니 묵직한 두께가 나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이 책은 한 가문의 궤를 함께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커스 골드먼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함께 보냈던 찬란한 시절의 볼티모어 가를 기억하며, 소설가로서의 시선으로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해 본다.


모든 명예와 드높은 태양만이 비출 것 같은 볼티모어 골드먼 가의 영광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부와 명예 모두를 손에 쥐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큰아버지 사울과 동갑내기 사촌 힐렐과 우디와의 만남은 늘 즐거웠고, 떨어지는 안타까울 정도로 그들의 사이는 달콤했다. 함께 놀며 같이 생활하다 보니 그들은 '골드먼 갱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우정의 끈끈함을 결성하며 언제나 함께하기를 맹세했다. 큰아버지가 사는 곳인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이 소설은 유년기에 겪는 이야기들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보고, 듣고, 운동하면서 찬란한 시절을 보낸다. 그것이 몸으로 하는 것이든, 마음을 나누는 것이든 모든지 함께했고, 마음에 담고 있는 여자친구의 이야기까지 서스럼없이 할 정도로 마음의 경계를 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영원 할 것 같았던 관계가 알렉산드라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디와 힐렐이 알렉산드라가 다니는 대학에 함께 다니게 되었고, 마커스 혼자만 다른 대학 문학부로 들어갔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혼자만 떨어진 마커스는 그들이 함께 변함없는 정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마커스의 착각이었고, 우디가 유명한 풋볼 선수로 성장해서 나갈 무렵 볼티모어가의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 사건의 여파로 볼티모어가의 화려한 시대는 막을 내렸고, 뜨거운 태양을 한몸에 받았던 가문은 빛을 잃게 되었다.


한 소설가의 시선으로 한 가문의 궤적을 돌아보는 일은 한편의 대하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 여정을 함께하며 그 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이 그들의 관계를 끊어 놓았을까? 항상 큰아버지 가족을 동경했던 마커스는 그 시간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마음의 균열을 가져왔던 그 사건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주인공인 마커스가 조엘 디케르의 분신인 동시에 글을 쓰는 작업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소회이자 용서이고, 마음에 담아 둔 것을 글로 풀어냄으로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음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글을 쓰는 행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고, 삶보다 더 강한 욕구임을 강조한다. 책을 읽고 싶었던 만큼 두툼한 두께가 두꺼워 보이지 않을만큼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완벽한듯 보였던 찬란했던 가문이 서서히 어둠이 들어서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모든 것을 손에 쥔듯 하지만 결국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과 질투라는 감정이 평온했던 일상을 흐트러지게 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이 허물어져버렸다. 눈에 보이는 커다란 균열보다 더 미세하게 누수되는 작은 파열음이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의 전개가 좋았던 소설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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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되었습니다 - 영화 [희생부활자] 원작 소설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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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에 관한 완전한 심판이란 무엇일까?


 ​요즘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는 것 보다 매일 방송되는 뉴스의 소식들이 더 센세이션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뉴스에서 전해주는 소식 보다 책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들의 수위가 놓았다면, 지금은 현실 속 뉴스의 소식들이 강렬한 펀치를 날려주는 것만 같다. 현실 속에 일어난 잔인한 사건들이 내가 읽고 보는 것 이상으로 더 강하고, 잔인하게 사건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자비한 살인과 폭력으로 아이, 어른, 남자, 여자, 부모, 형제, 이웃 할 것 없이 나를 중심으로 어긋난 행동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길을 지나다녀도, 홀로 엘리베이터를 타도 버릇처럼 슬쩍 옆 사람의 동태를 살피게 된다. 다른 어느 동물 보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라는 말이 진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명에 대한 존엄성 보다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인 살인이거나 계획적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박하익 작가의 <종료되었습니다>는 최근에 곽경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희생부활자>의 원작소설이다. 배우 김래원과 김해숙이 주연배우로 출연했는데, 원작소설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영화 보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는터라 이번에도 영화보다는 책으로 먼저 만났다. 죄의 경중을 따져 인간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이에게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피해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준 가해자의 죄의 대가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처벌하는 것 같다.


박하익 작가는 우리가 늘, 뉴스로 보는 잔인한 사건 조차도 그에 합당한 댓가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인지 특이하게도 소설 속의 피해자들이 죽었음에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진홍의 엄마인 명숙 역시 자신이 보는 앞에서 어떤 남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본 진홍은 7년이 지났음에도 늘, 자신이 엄마를 지키지 못했음을 자책한다. 다시 나타난 엄마가 생소하면서도 반가운 진홍이지만 명숙은 자신의 아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그를 죽이려 한다. 왜? 자신을 죽인 범인만을 찾아 죽이고 사라진다는 다른 희생부활자들과 달리 명숙은 자신의 아들인 진홍에게 달려든다.


기억의 전진법칙은 인간이 경험한 사실을 진술할 때 시선은 전방을 향하고 경험도 그와 동일한 방식으로 회상된다는 법칙이다. 반면 거짓말을 지어내는 경우에 인간은 상황이나 장면을 마치 제3자의 시점에서 묘사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예를 들어 진실을 말하고 있는 상화에서는 '집을 나왔다'라고 결과적 행위만 추출해 간략히 말한다. 거짓말을 말할 때에는 필요 없는 사족, '이를 닦고 나서 집을 나왔다'는 과정적 행위까지 굳이 묘사하여 듣는 사람에게 더욱 그럴 듯하게 말하려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 p.54

자신을 죽인 범인을 죽이기 위해 다시 나타나 그 범인을 죽이고 소멸된다는 설정이 기발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명숙에게는 마치 불량품처럼 희생부활자들과 달리 다른 시스템을 작동하고, 진홍은 다시 나타난 이가 진짜 엄마인지 아니면 엄마와 같은 모습을 한 다른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다시는 혼자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항상 명숙 옆에 붙어 있다. 국정원의 직원들이 명숙을 가둬두고 추적 관찰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진홍은 가려진 실체 안에서 엄마가 자신을 공격한다는 이유로 진짜 살인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다. 그를 둘러싼 일들이 마치 진짜 범인은 진홍에게 화살표를 기울인 듯 하지만 진홍은 오롯하게 자신의 엄마만을 지키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7년 전과 같은 불행한 일은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저는 인간의 값어치가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무엇을 욕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 p.162


함무라비 법전처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처럼, 목숨을 앗아갔다면 가해자 역시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는 법칙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 마저도 속이 시원스럽게 내려가지 않는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런 죄와 벌이 동등하게 해결되면 이보다 더 명확한 해결법이 아닌가 싶었으나 읽는 내내 이런 법칙이 주는 결말은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 보다는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지도 않는 사람이 야차와 같은 얼굴을 하며 그를 혹은 그들을 죽인다고 하니 그 또한 한 사람을 오롯하게 인간의 윤리와 도덕적인 잣대를 댄다면 완벽한 심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만 영혼을 가진 게 아니야. '이야기'도 인간처럼 각기 영혼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지. 아무리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도 일단 뼈대가 서고 작동되기 시작하면 그럴 듯하게 진행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괴상한 이야기도 천역덕스럽게. 꿈결처럼 말이야.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고, 어린 아이라도 얼마든지 어른처럼 말할 수 있지." - p.228


책은 시종일관 진홍에게 시선을 두면서도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인 하형과 경채에게도 무게의 중심은 둔다.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무게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진홍의 죄의 무게는 이야기가 계속 진행 될수록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간다. 과연 진홍은 자신의 엄마를 죽였을까? 그의 치명적인 과거가 드러나면서 보여지는 이야기들이 더해져 자꾸만 진범으로 몰리는 그에게 과연 진실의 입이 문을 열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한시도 책을 손에 놓을 수가 없었다. 현실 속에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도 치부 될 수도 있겠지만 죄와 벌에 관한 이야기를 박하익 작가만의 독특한 설정으로 묵직하게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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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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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이라는 두 글자 밖에는 할 말이 없는.


​ 요즘은 책에 쓰여진 이야기보다 현실 속 뉴스가 믿을 수 없는 소식들을 전달한다. '인면수심'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사람이라면 으레 할 수 없는 일들을 자행하고, 그렇게 범행을 저질러 왔음에도 태연하다. 모자이크 처리된 범인의 화면 속에 사건의 동기와 범행 등이 그들의 자백에 의해 서서히 밝혀진다. 피해자의 부모는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들의 이야기는 브라운관 안에서 전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일마다 보는 뉴스 소식은 또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이전에는 상상 할 수 조차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아키요시 리카코의 <성모>는 마치 브라운관 안에서 전해지지 않는 그들의 심정을 이어받아 쓴 이야기 같다. 제목 그대로 생명의 탄생이 보이지 않는 신의 손에 좌지우지 밖에 될 수 없고, 내 안의 생명이 내 손에 오기까지의 길고 긴 과정을 작가는 여과없이 그려내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을 하고, 평범하게 가정을 꾸려가는 과정은 자연의 섭리 중 하나지만 인력으로 할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삼신 할머니'가 점지해 주시는 것이라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신의 영역이기도 하다. 힘든 과정을 거쳐 나의 품에 들어온 아이, 아이의 아빠 보다 열 달 동안 아니 그 전부터 아이의 탄생을 고대하던 엄마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염원하는 것이었고, 그것만이 나의 행복이었을 것이다. 소중한 내 아이에게 그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도록 지켜주는 것. 그것이 모성이고, 내 세상은 오로지 그 아이 하나뿐임을 <성모>에서 보여준다.


누군가의 애달픔이 더해진 가운데 아이이데시에서 벌어진 영유아 살해사건은 아이를 가진 가정에 충격을 던져주고, 낯선 이에게 경계심을 갖게 만든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가오루의 엄마 호나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 가까이에 벌어진 사건에 귀를 쫑긋 기울이며, 살해사건 때문에 조바심을 갖는다. 내 아이에게 혹여나 나쁜 손길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일본의 강간죄, 강간 치사죄 형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가벼운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사카구치는 수사에서 강간죄 피해자를 만날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갔다. 자신에게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절망 끝에 자살한 피해자도 있었다. - p.75


"수사 회의에서 유력한 정보나 증거가 올라오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녀석을 만났다고 받아들이도록 해."  다니자키는 "네?" 하고 잠시 갸웃하더니 이윽고 "아아,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일단 의심하라는 말씀이시군요. 네, 명심할게요!"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칠 무렵에는 이미 아이이데 경찰서 앞에 도착해 있었다.- p.106


책은 얇지만 놀라울 속도로 빠르게 읽힌다. 도저히 손에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사건이 더해지고, 뉴스로 전해지는 사건을 보는 제 3자의 시선이 여럿 더해지고, 그 속에 숨어있는 날큼한 시선이 더해져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친절의 시선이 한 아이에게 독이 되고, 사건이 더해지기까지 우연의 시간이 교차된다. 경찰들은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치밀한 범인은 촘촘한 거미줄 사이를 벗어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여 범행을 저지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굉장한 흡입력 있는 작가의 필력 때문이었지만, 무엇보다 하나하나 벌어지는 사건들이 치밀하고 섬세하게 방향을 틀어나간다.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여럿 있었지만 소개하다보면 스포일러가 나올 것 같아 적어놓지 못할 정도로 아키요시 리카코가 그려낸 문장은 하나도 허투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건을 이끌어가는 힘과 순간적으로 장면이 바뀔 때 순식간에 다시 뒤틀어가는 메세지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매섭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반전은 극의 희열감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연민의 감정이 들었을 만큼 놀라운 결말로 끝을 맺고 있는 작품이다. 놀랍도록 충격적인 이야기 보다는 글을 풀어가는 힘이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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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풍요 - 나노 기술이 이끄는 우리 삶의 변화
에릭 드렉슬러 지음, 임지원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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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미래에 대해 급진적인 미래의 표본을 내려다 보는 책.


 시간이 날 때면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나 영화를 다시 찾아보곤 한다. 어렸을 때는 그저 좋아하는 배우에 이끌려 영화를 봤더라면 요즘은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성이나 극의 배경이 되는 풍경에 눈길이 간다. 몇 년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4명의 남자주인공들이 모여 각자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면서 예전에는 물을 사먹을 줄 몰랐다, 개인 손전화기가 있을 줄이야 상상을 못했다며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페이지가 몇 십장도 넘어가지 않는 가운데 급진적인 기술 발전이 가져 오면서 겪는 풍요로움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몸과 머리는 그 풍요로움에 매치되지 않아 한편으로는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글을 쓰기 이전 까지도 뉴스에서는 내년부터 시급이 오르기 때문에 알바생을 쓰는 대신 무인으로 가게를 운영하거나 기계를 써서 인력을 줄이는 사업장이 많아 졌다고 한다. 우리에게 급진적 풍요로움은 인간에게 좋은 변화를 주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기계를 등에 업고 경쟁적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


4차 산업에 대해서는 대선 때 많은 대선후보들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말을 할 때 처음 접했다. 에식 드렉슬러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력인 '나노기술'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고, 이런 새로운 방식이 어떻게 혁명적으로 산업을 이끌고, 개인의 삶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에릭 드렉슬러는 나노과학의 창시자이면서 동시에 대학에서 우리가 그동안 거쳤던 농업, 산업, 정보 혁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잘 다져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분자 나노기술이라는 분야에 대해 최초로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APM혁명 즉, 원자 정밀 제조 혁명을 통해 물질적 제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수단을 제공 할 수 있다. 농업, 제조업, 컴퓨터 연산 능력의 생산성은 10배에서 100만배까지 치울 수 있고, 생산적인 규모의 범위는 급진적으로 확장해서 문명의 물질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 말하고 있다. 더불어 그동안 산업혁명으로 미쳐왔던 지구 환경이 미치는 효과는 줄어들 것이라 하니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 새로운 물질에 대해서는 빠르게 전파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가 말하고 있는 분자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익숙하게 들어본 개념이 아니라서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양한 산업에서 분자나노기술이 필요하고, 효율적인 결과로 인해 이전의 세대보다 훨씬 더 풍요로움을 만끽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래의 관점으로 '일관성'있게 개발하는 것이 필요로 한다고 에릭 드렉슬러는 조언하고 있다. 맥을 이어가는 개발이 아닌 약간의 나노기술을 써서 잠깐 맛을 보는 것은 인간의 노동력을 줄이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인 부의 양극화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가 개발한 분야의 과학은 디지털 시스템에서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하다. 사람의 몸처럼 하나하나 세포가 있고, 핏줄과 신경이 연결되어 있고 다시, 피부가 덮여져 있는 것처럼 그가 개발한 나노기술 또한 여러 결의 전선과 같다.


아직까지 그의 나노기술을 개발 중에 있어 APM 수준이 서서히 스며드는 중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가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전달될지도 모르겠다. 그의 저서인 <급진적 풍요>를 읽을 때도 새로운 기술 발전에 대한 경이로움 보다는 미래에 대해 무서움을 느꼈던 이유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기술의 진보였다.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간이 느끼는 위축감, 기회, 선택의 폭이 줄어든 상황이 연속적으로 발생되지는 않을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각 분야에 스며드는 기술적 혁신은 더 진보되어 가는 과정에 과연 나는 이전과 같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기술적 혁신을 바라는 쪽에서는 그의 책이 무한한 가능성과 한보 더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큰 그림이 될 수 있으나 과학과 기술의 혁명이 곧 인간에게 여러 환경 면에서 이전보다 더 나아가는 삶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되는지는 깊이 통찰해 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에릭 드렉슬러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좋은점과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내 놓는다.


무조건적인 기술의 도입은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우리는 좋은 점에 대한 부각 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아날로그 시대에도 머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사회의 물결이 이제 정밀하고, 세밀한 기술까지도 나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 4차 혁명의 시대로 빠져 들었음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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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만이 무기다 -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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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힘.

 요즘은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면 사람들의 시선은 늘, 손바닥만한 네모난 기기에 온신경을 담고 있다. 걸을 때도, 차를 운전 할 때도, 심지어 먹으면서도 손에 놓지 않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예전에는 통신기기가 발달되지 않았을 때 지하철을 타면 아저씨들이 가판대에서 파는 신문을 사서 읽고 계셨다. 자리가 없어 서 있을 때는 펼쳐지는 신문의 뒤쪽을 읽어보거나 아저씨가 펼치고 계신 신문을 곁눈질 하며 읽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문화도 옛날의 한 페이지로 기억되고 있다.

<지성만이 무기다>는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어른들을 위한 내면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내면 공부법이라하면 즉,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무기가 바로 지성이고 지성을 쌓기에는 독서만이 답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가 내세우는 강한 어조에 언뜻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일본에서 최고의 인문 베스트셀러로 팔린 <초역 니체의 말>처럼 그는 학교가 아닌 담장 밖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선생님은 책이고, 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섯가지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였을 때는 아이의 시선으로 진로를 위해 공부를 행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그 무엇도 나의 삶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제는 각자의 생존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고, 그렇게 살다보면 다른 이의 시선이나 가치관이 휘둘릴 때가 많다. 오롯하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자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끝없는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배웠던 수학이나 영어가 아닌 지상의 양식인 많은 철학자들의 사유와 종교를 통찰함으로서 삶을 더 확장해 나간다. 단순히 책을 읽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세기의 철학자들이 품었던 사상에 대해 깊이 사유함으로서 스스로 갖는 긍지와 희망, 통찰력을 높이는 길이다.

그의 글은 하나하나 문학이나 철학,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일러두는 동시에 이렇게 실찬하고 공부해야만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의 확신이 가득한 어조는 조금의 반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읽기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어 그가 언급해 놓은 많은 저서들을 기록해 놓고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의 공부법 역시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없지만 공부의 가장 근원이 되는 철학을 앞에 두고 천천히 공부하다보면 서서히 익숙해지는 것과 동시에 이전에 알 수 없었던 철학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을 좋아해서 인간의 보편성을 다루고 있는 책을 여러권 접했지만 그가 콕 찝어 말하고 있는 니체나 괴테, 칸트등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서적은 늘, 읽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그는 그런 독자를 위해 그의 공부법을 세밀하게 써놓았다.

빠르게 책을 훑어 보기 보다는 천천히 용어를 검색하고 하나의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읽고 생각하는 기술은 생각보다 빨리 습득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바로 가능성을 여는 길이고, 우리가 계속해서 추구해야 하는 길임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많은 부분에 그의 생각에 동조하기도 했고, 표현하는 부분에 아쉬움을 느꼈지만 처음 인문학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한번쯤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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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같이 마음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사물의 변화나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매번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더 나아가 이것저것 이해득실만 따지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통한다는 표현이 사실상 사어死語가 된 상태는 아닐까. - p.138

하지만 두꺼운 책이라도 핵심이라 할 만한 문장이 집약된 부분이 몇 군데 있으니 그 부분을 찾아 읽으면 주장이나 요점을 파악할 수 있다. 매일같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러한 부분은 빨리 찾아내게 된다. 전문가들도 그런 방식으로 독서를 한다.

처음 입문하는 사람한테는 당연히 고전의 배경이나 토대가 되는 사상을 이해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전의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부록의 해설 같은 것을 읽으면 훨씬 좋다. 그런 의미에서 추오코론샤中央公論社(중앙공론사)의 '세계의 명저' 시리즈는 해설말고도 사진이나 지도 등이 삽입되어 정말 편리하고 친절한 책이다. 미리 책의 해설을 읽었는데도 내용을 알 수 없다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구절이나 용어를 사전을 찾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등 꼼꼼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연대나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역사 연표 등을 조사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도 일일이 그런 작업을 한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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