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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 구호 현장에서 쓴 생생한 기록 ㅣ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1
케이트 에번스 지음, 황승구 옮김 / 푸른지식 / 2018년 3월
평점 :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내다.
어느 한 도시의 바닷가에 아이의 시체가 너울거리는 파도 속에 휩쓸려 다니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종종 티비를 통해서 난민들의 소식을 들었고, 비정상회담에서 각국의 패널들이 난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지 방송을 보기도 했지만 '난민문제'에 대해서 깊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에 일어난 그들의 이야기가 마치 먼 나라의 일처럼 여겨졌다. 방송에서도 짧게 그들의 이야기를 뉴스로 다뤘을 뿐 깊이 있게 그들을 관찰하거나 리포트를 상세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먼 일처럼 여겨졌는지 모르겠다. 현재 세계의 전체 난민의 수가 5천 만 명이고, 아프리카를 비롯해 중동 출신이 많은 그들의 나라는 전쟁과 가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살던 곳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살면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전쟁 무기와 폭력으로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그렇지 않으면 먹고, 입을 것이 없어 가난으로 그들을 절망 끝으로 내몬다. 그래서 그들이 희망을 안고 유럽으로 목숨을 걸고 들어오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등 엄청나게 밀려들어오는 난민들에 대해 그들은 단호한 입장을 고수한다. 그들을 위해 도시 한쪽에 임시 막사를 세우지만 그들의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수급되어 오는 많은 보급품은 그들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들이 쓰지 않는 것들을 모아 난민들이 거처하는 곳에 들어오지만 굽높은 하이힐을 비롯해 실제 필요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출신들의 난민들이 한데 모여살고 있지만 임시 난민 캠프가 종료되어 철거를 당하기도 하고 때론 난민들의 임시 수용소가 너무 열악해 많은 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기도 한다. 그들은 이유없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늘,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그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갔는지 알 수도 없고, 저마다 다른 이유로 그들의 존재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은 저자인 케이트 에번스가 프랑스 칼레에 가서 직접 자원봉사자가 되어 구호 현장에 있으면서 쓴 기록들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날것 그대로를 드러내는 난민들의 삶은 오도가도 할 수 없는 자유가 없는 삶을 살고 있었고, 물자 조차도 풍부하게 받지 못해 여러모로 피폐하다.
유럽의 많은 나라는 그들을 받아들을 것인지, 아닌지 각기 정치적으로 '난민문제'를 언급한다. 많은 유입에 차단을 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는 나라도 있다. 각 도시에 임시 막사를 세워 그들을 받아들였지만, 더 이상은 무리라며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도 있어 난민들의 희망을 꺾어 놓는다. 그들의 삶은 지옥과도 같다. 나라없는 설움과 더불어 각 나라에서 온 난민들이 모여든 난민촌의 삶은 그들의 나라에서 겪는 것 이상으로 모든 것이 미비하다. 인류적인 가치를 둔다면 그들을 그렇게 방치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전쟁은 그들이 앞으로 더 나아갈수도, 머물수도 없음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들이 유럽으로 발걸음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멀리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입장이지만 난민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그들에게 희망은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그림책이기에 그 어떤 매체의 영상보다 더 긴밀하게 그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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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뼈저리게 깨닫는다. 난민들에게 불은 있다. 하지만 불쏘시개를 만들 도끼가 없다. 텐트를 지탱하는 쇠살대가 없어서 천막이 헐거워지고 납작하게 눌린다. 그들은 캠핑용 주전자를 얻었지만 플라스틱 손잡이는 불에 녹아버렸다. 초는 있지만 초를 넣을 램프는 없다. 촛불이 바람에 위태롭게 펄럭거린다. - P.25
프랑스 정부는 새로운 난민촌을 건설 중이다. 125개의 컨테이너 박스. 울타리. 환한 조명. 출입을 관리하는 생체인식 시스템. 컨테이너 한 대에 침상 12개. 조리 시설도, 사생활도 없다. 자율성도 없다. 영국으로 망명 신청을 할 수 없다. 형이 울버햄프턴에서 함께 살 보금자리를 준비하며 기다린다고 해도 말이다. - P.58
나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습니다. 나는 일정한 둥지 없이 사는 새가 된 느낌이에요. 내 심장은 언제나 두근거리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항상 떨고 있어요, -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