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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평점 :
철학적인 군주의 내면일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을 때 로마의 많은 황제들 중에서도 그는 다른 황제들과 결을 달리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지배한 기간이 비교적 온화하고 평온했던 치세기간이었다. 5현제 시대였음으로 그들은 각기 역량을 다해 로마를 지켜나간다. 16대 왕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다른 로마의 황제와 달리 굉장히 '철학적인' 황제였고, 그런 그의 내면이 잘 나타내는 글이 바로 <명상록>이다. 로마사에 한 획을 그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전쟁기>는 8년간의 갈리아 전쟁을 기록한 글이고, <내전기>는 로마 내전을 기록한 글이라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글은 그와 결이 다르다. 험난한 전쟁터에 몸담아 있지만 그곳 상황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담아 일기를 써왔다.
12살 때 유니우스 루스티쿠스의 지도로 스토아 철학에 입문해 에픽테토스의 담화록을 배운 덕분인지 그의 생애 내내 그의 저작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를 포함해 오현제들의 치세 기간에는 평온했지만 전쟁은 없는 것은 아니었고, 북부 이탈리아와 게르마니아 원정을 가야만 했다. 끊임없이 국경을 지켜야 했고, 그의 발빠른 대처로 국경지대는 안정되었다.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치세까지가 황금기였다면 후에 그의 아들 코모두스에게 국정을 옮겼을 때는 그와 달리 로마의 역사는 낭떠러지로 치다른다. 아버지와 아들의 치세는 극과 극이었고,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황제였지만 '절제'하는 삶을 살며 정진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달리 코모두스는 적의 침략과 재정 악화, 물가등 안 밖으로 새어나오는 물줄기를 막지 못한다.
현명하면서도 동시에 갖은 노력을 하며 플라톤을 꿈꾸던 황제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스리며 짧은 글귀들을 기록한 책이 바로 <명상록>이다. 그가 얼마나 스토아 학파에 철학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의 글 속에 그가 생각하는 신념들과 가치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그가 쓴 <명상록>의 글귀가 소개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작품들을 많이 보았다. 철학적이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붙이고, 붙이면서 진실을 왜곡하는지 알게 되었다.
스토아 학파 철학 핵심 개념
1. 미덕을 따라 사는 삶만이 행복한 삶이다
2. 인간의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들을 가치 있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느냐와 관련된 신념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사상이다.
3. 인간은 본성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고자 하는 내재된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사상이다.
4. 앞의 세가지와 달리 자연학에 속한 것으로서 윤리학과 자연학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5. 스토아철학자들은 철학을 고도로 통일되고 지식 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해제 속의 스토아 학파 철학 개념을 요약함)
그의 요새에 발을 디디기전 책을 펼치면 옮긴이의 '해제'가 먼저 나온다. 이 책이 어떻게 쓰여 있으며 이 책을 쓴 그는 누구인가를 먼저 알려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쉬이 페이지를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천천히, 오랫동안 읽어야 하는 책이고 얇지만 깊이가 있는 책이다. 그가 써내려간 단문의 문장은 황제가 어떤 생각을 하며 한 줄, 한 줄씩 써내려갔는지 알 수 있게 해주며 깊이감을 더한다. 그 어떤 설명보다 간결하고, 진실에 더하지 않고, 덜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만을 고수 하는 그는 한 길만 바라보는 외통수 같기도 했다. 철학의 의미는 몇 번을 곱씹어 봐도 어려웠지만 손 닿는 곳에 꽂아주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다시금 접하고 싶은 책이었다.
49. 네가 받은 최초의 인상이 전해 주는 것에 무엇인가를 덧붙여서 생각하지 말라. 누가 너에 대해 이런저런 악담을 했다는 말을 네가 전해 들었다고 하자. 너는 그 말만을 전해 들었을 뿐이고, 그 말이 네게 해를 입혔다는 말을 전해 들은 것은 아니다. 내가 나의 어린 자녀가 앓아 누워 있는 것을 본다면, 그것이 내가 본 전부이고, 나는 그 자녀가 위험한 것을 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최초의 인상이 네게 전해주는 것만을 받아들이고, 너의 생각에 의거해서 내린 이런저런 결론들을 거기에 덧붙이지 말라. 그렇게 한다면, 네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네가 이런저런 결론들을 덧붙인다면, 그것은 네 자신을 마치 우주에서 일어나느 온갖 일들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여기는 것이다. - 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