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알마 인코그니타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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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


 표지에서 보여지는 느낌 그대로의 모습이 우밍이 작가의 글 속에 잔잔하게 묻어나 있다. 옛 시절의 아련함과 순수했던 시절의 이야기는 마치 이제는 보지 않아 장롱 한 쪽에 먼지를 덮어쓴 앨범과도 같았다. 자주 보지는 않지만 빛바랜 사진을 보면 절로 시간여행을 하듯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간. 당시에는 너무 어려 몰랐던 어른들의 모습이 그 시간의 어른들의 나이가 되자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잘 읽혔다. 당시에는 철이 없어 했던 치기어린 행동들은 시간이 지나 그리움으로, 아련함으로 남는다.


다시는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시간 여행은 우밍이 작가의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의 단편 속에서 묻어난다. 각각의 단편이지만 연작처럼 이야기가 이어져 있고, 그 시간 속의 마술사는 한 때 자신들의 세상을 흔들어 놓을 만큼 강력했다. 가벼운 눈속임인 줄 알면서도 아이들은 그 세계를 동경했고, 기어코 장사를 해서 번 돈을 숨겨 마술사가 파는 도구를 샀다. 직접 사서 해 보면 절로 알게되는 눈속임을 그는 마술사가 파는 도구를 모두 사서 해보고야 알았다. 그렇게 콕 찍어 몸소 느꼈으면서도 그는 마술사가 마지막으로 꺼내 놓은 회심의 카드에 넘어간다. 마치 마법처럼 다시 마술사의 세계에 개장이라도 하듯 사람들은 그의 손길에 환호했고, 사람들은 홀리듯 지갑을 열었다는 이야기.


 


우리나라 소설을 포함해 세계의 여러 소설을 읽다보면 그 나라의 색채가 다양하게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특색을 잡을 수 없는 비슷한 느낌에 작품에 흥미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 영미소설과 일본소설의 다채로움과 달리 중국소설은 60~70대의 배경을 그린 소설이 많고, 천안문 사태의 이야기를 빼 놓고는 이야기가 안 될 정도로 그들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었지만 작가만 다를 뿐 다른 색채를 띄는 작품은 많이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중국소설에 대한 관심도 흥미를 두지 않았는데 찬호께이의 <13.67>(한스미디어, 2015)를 읽으면서 다시 중국소설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밍이 작가의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는 찬호께이의 작품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예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도 낯설지 않은 시대와 사람들. 그러면서도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오가는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빛바랜 사진을 다시 꺼내 보는 듯 흐르는 시간의 공기와 분위기가 눈을 감으면 절로 영화처럼 상영되어 흘러간다.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였던 '중화상창'이 1992년 활기차게 돌아갔던 상가 건물이 사라지면서 역사의 저편으로 물러갔지만 우밍이 작가의 글 속에서 다시 되살아난다.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세월은 흘러가지만 그 속의 상처와 아픔이 시간 속에서 묻어난다. 아이들의 눈에서 보여지는 어른들의 모습은 '바르지' 않았지만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묻어났고, 그 시간을 그들은 그것이 폭력이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량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 이해가 되었고, 스스로 그들의 시간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순수했던 시간이 마치 마술사가 마술을 펼치듯 짧게 눈속임을 한 것처럼 손가락 사이로 시간을 흘러가 버렸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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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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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군주의 내면일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을 때 로마의 많은 황제들 중에서도 그는 다른 황제들과 결을 달리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지배한 기간이 비교적 온화하고 평온했던 치세기간이었다. 5현제 시대였음으로 그들은 각기 역량을 다해 로마를 지켜나간다. 16대 왕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다른 로마의 황제와 달리 굉장히 '철학적인' 황제였고, 그런 그의 내면이 잘 나타내는 글이 바로 <명상록>이다. 로마사에 한 획을 그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전쟁기>는 8년간의 갈리아 전쟁을 기록한 글이고, <내전기>는 로마 내전을 기록한 글이라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글은 그와 결이 다르다. 험난한 전쟁터에 몸담아 있지만 그곳 상황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담아 일기를 써왔다.


12살 때 유니우스 루스티쿠스의 지도로 스토아 철학에 입문해 에픽테토스의 담화록을 배운 덕분인지 그의 생애 내내 그의 저작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를 포함해 오현제들의 치세 기간에는 평온했지만 전쟁은 없는 것은 아니었고, 북부 이탈리아와 게르마니아 원정을 가야만 했다. 끊임없이 국경을 지켜야 했고, 그의 발빠른 대처로 국경지대는 안정되었다.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치세까지가 황금기였다면 후에 그의 아들 코모두스에게 국정을 옮겼을 때는 그와 달리 로마의 역사는 낭떠러지로 치다른다. 아버지와 아들의 치세는 극과 극이었고,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황제였지만 '절제'하는 삶을 살며 정진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달리 코모두스는 적의 침략과 재정 악화, 물가등 안 으로 새어나오는 물줄기를 막지 못한다.


현명하면서도 동시에 갖은 노력을 하며 플라톤을 꿈꾸던 황제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스리며 짧은 글귀들을 기록한 책이 바로 <명상록>이다. 그가 얼마나 스토아 학파에 철학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의 글 속에 그가 생각하는 신념들과 가치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그가 쓴 <명상록>의 글귀가 소개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작품들을 많이 보았다. 철학적이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붙이고, 붙이면서 진실을 왜곡하는지 알게 되었다.


스토아 학파 철학 핵심 개념


1. 미덕을 따라 사는 삶만이 행복한 삶이다

2. 인간의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들을 가치 있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느냐와 관련된 신념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사상이다.

3. 인간은 본성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고자 하는 내재된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사상이다.

4. 앞의 세가지와 달리 자연학에 속한 것으로서 윤리학과 자연학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5. 스토아철학자들은 철학을 고도로 통일되고 지식 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해제 속의 스토아 학파 철학 개념을 요약함)


그의 요새에 발을 디디기전 책을 펼치면 옮긴이의 '해제'가 먼저 나온다. 이 책이 어떻게 쓰여 있으며 이 책을 쓴 그는 누구인가를 먼저 알려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쉬이 페이지를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천천히, 오랫동안 읽어야 하는 책이고 얇지만 깊이가 있는 책이다. 그가 써내려간 단문의 문장은 황제가 어떤 생각을 하며 한 줄, 한 줄씩 써내려갔는지 알 수 있게 해주며 깊이감을 더한다. 그 어떤 설명보다 간결하고, 진실에 더하지 않고, 덜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만을 고수 하는 그는 한 길만 바라보는 외통수 같기도 했다. 철학의 의미는 몇 번을 곱씹어 봐도 어려웠지만 손 닿는 곳에 꽂아주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다시금 접하고 싶은 책이었다.

                                                           

49. 네가 받은 최초의 인상이 전해 주는 것에 무엇인가를 덧붙여서 생각하지 말라. 누가 너에 대해 이런저런 악담을 했다는 말을 네가 전해 들었다고 하자. 너는 그 말만을 전해 들었을 뿐이고, 그 말이 네게 해를 입혔다는 말을 전해 들은 것은 아니다. 내가 나의 어린 자녀가 앓아 누워 있는 것을 본다면, 그것이 내가 본 전부이고, 나는 그 자녀가 위험한 것을 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최초의 인상이 네게 전해주는 것만을 받아들이고, 너의 생각에 의거해서 내린 이런저런 결론들을 거기에 덧붙이지 말라. 그렇게 한다면, 네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네가 이런저런 결론들을 덧붙인다면, 그것은 네 자신을 마치 우주에서 일어나느 온갖 일들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여기는 것이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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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에서 카페처럼 - 사계절 홈 카페 레시피
박현선 지음 / 지콜론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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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따라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홈 카페 레시피!


 커피향에 이끌려 커피를 한 잔 마시는 날이면, 밤을 꼬박 센다. 때로는 숨가쁘게 뛰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는 증상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커피와 멀어졌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커피의 맛도 다양하고, 다채로운 레시피의 커피들이 만들어지다보니 절로 손이 가게된다. 평소 음료를 많이 마시면 과당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차를 마시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커피를 만드는 것을 배우게 되고, 만들어 보면서 마시고 싶고, 더 깊은 맛을 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서의 한잔도 좋지만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면서 분위기도 내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펼쳐들었는데 커피에서부터 상큼한 에이드, 달큰한 카라멜 마끼아토, 환절기에 먹기 좋은 사과차와 우유가 들어간 바닐라빈 라떼를 포함해 55가지의 다양한 메뉴가 들어있다.

계절에 따라, 그날의 마음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음료의 레시피가 다양해서 하나하나 다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음료에 대한 레시피가 상세하게 적혀져 있다. 당장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재료나 준비 도구가 없어 눈으로만 봤지만 빠른 시일 내에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사서 만들어볼 예정이다. 상세한 사진과 함께 도구에 대한 설명과 각 계절에 따른 음료의 구성이 돋보인다. 저자가 푸드마케팅 회사에서 몸담고 있어서 그런지 음료 하나하나가 마치 카페에서 파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표현되어있어,자꾸만 만들어진 음료에 눈을 뗄 수 없다. 포인트로 장식을 한 부분도 과하지 않는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워낙 음료를 마시지 않다보니 한 번씩 카페에 갈 때마다 메뉴판을 보고 한참을 망설인다. 언젠가 먹었던 차가 맛있어 다시 시키려고 보면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시즌 음료라 더이상 나오지 않다보니 똑같은 차를 마셔본적이 몇 번 없는 것 같다. 고르고 골라 차를 먹다보면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차가 맛이 없고, 대부분 녹차가 들어간 음료를 시키다 보면 어느 집을 가도 맛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레시피 중에 '말차 큐브 라떼' '말차 라떼'를 먼저 만들어보고 싶었다. 차가운 음료 한 잔, 뜨거운 음료 한 잔. 내가 만들어도 같은 맛이 나는지 궁금하다.

탄산음료를 즐겨먹지 않지만 각종 과일과 청으로 만들어진 에이드 한 잔은 여름에 만들어보고 싶고, 날씨가 쌀쌀 할 때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활용해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싶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이 책을 보면서 느꼈고, 다른 책과 달리 음료 레시피를 더해 홈 카페 주인장의 느낌이 많이 들어간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 저자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보니 동영상으로 음료를 만드는 법을 올려 놓아 책을 보는 것 만큼이나 좋았다. 책을 읽고 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저자의 레시피를 활용해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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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 100세 철학자의 대표산문선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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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깊은 사유

새하얀 꽃이 만개같이 펴 있던 그 자리에는 어느덧 초록잎이 돋아났고, 그 자리 아래에는 꽃비의 흔적만 우수수 남아있다. 은은하게 분홍빛으로 물든 벚꽃을 너무 좋아하는데, 피기가 무섭게 바람에, 미에 날려버려 아쉽다. 봄마다 늘, 짧은 만남이 아쉬웠지만 이번 봄은 특히 더 아쉽다. 봄볕도 좋고, 다른 일련의 꽃이 화사피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지만 봄 다운 느낌 보다는 코와 입을 가리고 다녀야 할 날이 많아 우울함을 더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먹을 것, 입을 것이 풍요롭지만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디서부터 축이 무너졌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양보다 '질'에 무게를 두게된다.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먹게 되고, 하나를 하더라도 조금 더 오래 쓸 수 있을 것을 산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더라도 가벼운 에세이 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에세이를 고르게 되고, 그이의 생각을 읽으며 나의 삶을 되돌아본다.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는 100세를 목전에 둔 김형석 교수의 산문집이다. 그의 대표작<영원과 사랑의 대화>(2017, 김영사)에 엮인 것을 제외하고 남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1세대 대표 철학자인 그의 책은 작설차를 깊이 우려내서 마시는 것처럼 깊은 여운과 시공간을 초월해 느꼈던 인간의 본질적인 물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내를 먼저 보내고 다시 홀로 남아 여생을 보내는 김형석 교수의 남아 있는 시간은 쓸쓸하고 고독하다. 그럼에도 그가 가졌던 회한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들이 더해져 지혜롭고 행복한 날들을 기억해본다. 그의 글들은 묵직하면서도 은은하다. 철학에 관련된 글들은 철학에 조예가 깊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지만 철학자, 음악가, 작가를 포함해 그들이 가졌던 삶의 고독은 예술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공통적으로 똑같이 다가온다.

책은 상실, 인생, 종교, 조금 오래된 이야기들로 묶은 수필들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에서 나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 중에 고독에 관하여라는 수필이 가장 인상깊었다. 고독은 혼자 있어서 느껴지는 부분도 많지만 누군가 함께 살아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빈자리이기에 김형석 교수의 글귀가 더 눈에 들어온다. 한 사람이 100년의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 동시에 그가 살았던 시간의 궤들이 너무나 많은 변천사를 겪어왔다.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김형석 교수와 같은 시간의 흐름을 겪었을 것이고, 그것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여쭤보고 싶을 정도로 100년의 시간은 많은 시간을 함의하고 있다. 각각의 글들은 그 시간의 인연과 이별과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 종교, 삶과 죽음, 그리움에 관한 글들이다. 그의 글 중에서 반가운 것은 시인 윤동주에 관한 이야기와 마지막 검은 고양이 '깜둥이'에 관한 일화였다. 인연이라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빈자리의 허전함이 동시에 드러나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었으며 유명한 대학의 철학교수이지만 일상에서는 그를 별난사람으로 취급하는 이웃사람들의 이야기도 미소를 짓게 만든다.

철학이란 삶의 모든 것에 있고, 가볍든 무겁든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삶의 위안이 되고 근심이 되기도 한다. 철학에 대한 조예가 없어 어느 철학자를 내세워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김형석 교수의 잔잔하면서도 깊은 이야기는 우리가 삶에 있어서 한번쯤 깊이 생각해야 할 주제다. 아직은 노년의 삶을 생각해야 될 나이는 아니지만 인간이 삶아가는 것이 어떤 것이고, 앞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안고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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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마음의 상태라는 말 속에서 '마음'은 인간적인 내용의 표현이며, 따라서 모든 고독은 인간적인 것이다. - p.46


정신이 자란다는 것은 이렇게 고독이 자란다는 뜻이다. 키르케고르의 '그가 지니고 있는 고독의 척도가 곧 그의 인간의 척도'라는 뜻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괴테도 베토벤도 톨스토이도 니체도 키르케고르도 모두가 고독했다고 믿고 있다. 보다 깊은 문제 속에도 보다 높은 이상 속에도 언제나 그와 비례되는 고독이 머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 p.52


예술적인 고독은 미에 대한 그리움이며, 가능성을 동반하지 못하는 그리움은 언제나 고독을 남겨준다. 사랑하며 누릴 수 없는 아름다움은 고독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이 아름다운 고독의 힘을 빌려 예술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토가 고독을 자아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 p.55


영원하다는 것은 삶의 의미가 실재實在로 바뀐다는 뜻이다. 살았다는 뜻이 영원히 남을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예수는 그것이 신의 뜻대로 사는 일이라고 가르쳤고, 석가는 진실에서 중생을 위하는 수고라고 알려주고 있다. 개인적인 삶의 의미가 이웃과 역사에 영구히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 p.78


교육이란 어린이들의 능력을 계발해주며 선한 의지와 신념을 뒷받침해주는 일이다. 그 선의의 뒷받침은 모든 학생에게 필요하며 또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열등감과 좌절을 느끼는 학생들일수록 더 많은 칭찬과 성장을 위한 후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앞서는 학생들보다는 처지는 학생들이 더 많은 칭찬과 격겨를 받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 책임일지 모른다. - p.170~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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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삶과 꿈, 그림으로 만나다 - 민화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5
윤열수 지음 / 다섯수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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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옛 그림, 민화를 만나보다!


 다섯수레에 나온 <서민의 삶과 꿈, 그림으로 만나다>는 판형이 굉장히 큰 책이다. 외국의 많은 명화들이 실생활에 쓰이는 제품에 많이 차용되는 덕분에 그 그림을 제대로 알지 못해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런 반면 우리의 그림은 외국의 명화와 달리 교과서나 그림책, 미술관에 직접 가서 봐야만 그들의 그림을 접할 수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우리 옛 그림을 보는 일이 적은 것 같다. 항상 익숙해지는 그림들과 달리 오랜만에 우리의 그림을 보고 싶어서 접한 민화가 담긴 책은 큰 판형에 시원시원한 도판과 저자의 세밀한 설명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큰 화폭의 그림을 보고 나면 그와 같은 예시의 또다른 그림을 보고파하는 독자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같은 주제의 그림을 하나 더 실어 놓아 비교하며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인 책이다.


같은 민화라 하더라도 실력의 차이 뿐 아니라 색감의 차이가 뚜렷하다. 민화는 서민들이 다양한 주제로 그렸다, 라는 정도만 알고 있는데 실제 민화의 쓰임새는 벽장문이나 다락, 대문에 붙였던 그림이었다. 조선 후기 18, 19세기에는 '속화'라고 불렸다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처음 민속적 회화라는 의미로'민화'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 민중들이 그렸던 그림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내 비쳤던 속내가 드러났는지 그후 우리는 그처럼 속화를 민화라 부르며 민중들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책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그린 민화를 각 주제에 맞게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산수도, 화조도, 어해도, 책가도, 인물도, 문자도, 벽사도, 궁중장식화. 영수도까지 다양한 동식물들과 상상해서 그린 영험한 동물들까지 그린 그림을 담고 있다. 다양한 화폭의 그림은 손에 닿으면 절로 펄떡이며 물길을 헤엄쳐 달려갈 것 같은 물고기 그림도 있고, 커다란 닭벼슬이 위용을 자랑하며 뾰족한 눈으로 자신의 화려한 몸피를 자랑하는 닭 그림이 그려진 그림도 있다. 각각의 그림이 주는 의미는 화합과 건강, 자손의 번창과 금슬이 좋아질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병풍으로 담아 곁에 두었다. 때로는 호랑이의 힘을 빌어 액운을 물리치기도 하고, 학문을 숭상하기 위해 책가도를 그려 병풍을 세워 두기도 했다.


진한 색감과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는 그림은 그들의 생이 평온하고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화폭에 담았기에 그림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가 깊이 다가온다. 이름을 드러내는 화가의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작가미상이기에 그림은 천차만별로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잘 그려진 그림은 색감과 구도 자체가 더 확실하게 드러나 있다. 동양의 그림은 서양의 그림과 달리 원근법이 발달되지 않아 가까운 것과 먼 것의 차이가 없다. 그래서 더 1차원적으로 보이지만 은유적으로 잘 드러나 있어 사실적이다.


요즘들어 외국의 그림들에 젖어서 그런지 색이 튀어 보이지만 우리만의 그림이 주는 의미와 옛 조상들의 그림을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는 그림에 폭 빠져 오랫동안 그림을 감상 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요즘 실생활에 쓰이는 많은 굿즈들을 이용해 민화의 화폭을 담고, 유리잔이나 그릇, 손수건등에 담아 이전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박물관에서 보여지는 굿즈들이 이런 점을 차용해 담았지만 워낙 가격대가 세다 보니 가까이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점을 보완해 책에 담겨진 민화들을 가까이 볼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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