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빛>을 리뷰해주세요.
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미우라 시온의 <검은빛>이전에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북폴리오,2007)로 처음 접했던 작가였다. 전2권으로 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초반에는 밋밋하게 시작되지만 끝에 갈수록 점점 더 감동의 깊이가 더한 소설이었다. 읽고 나서 무척 만족감을 느꼈던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미우라 시온은 이전과 달리 <검은빛>이라는 다른 느낌의 책으로 독자들을 초대했다.

조용하고 작은 외딴 섬에 들이닥친 쓰나미로 인해 모든 것이 파괴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몇 달전 할머니 제사 때문에 시골에 내려가서 제사를 지내고 조카들을 데리고 심야영화를 보러갔는데 그때 본 영화가 바로 <해운대>였다. 부산에 갑자기 쓰나미가 들이닥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눈앞에 보여지듯 <검은빛> 또한 어떤 방어도 없이 쓸어내려간 흔적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였다.자연적인 폭력 앞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 우리는 자연적인 폭력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인 폭력속으로 파고든다.

이야기는 잔잔히 흐르지만 그 속에서 보여지는 무심함, 폭력속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무섭게 다가온다. 비가 많이 오거나, 천둥이 무섭게 몰아칠 때 자연적인 무서움을 느끼곤 한다. 사람의 손으로 못 할 것이 없을 정도로 자연을 파괴하고, 산을 깎고, 도로를 만들며 점점 더 발전해가는 모습 속에서 유독 자연적인 재해만은 매번, 매년 일어난다.  

그런 일들이 점점 더 깊이를 더해가며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더 급상승하게 일어날 때 우리는 우리가 헤쳤던 것들을 다시 되돌려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낸 상처와 폭력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처럼 작가는 자연적인 폭력에서부터 물리적, 정신력의 폭력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담담하게 담고 있어서 더 냉정하게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자연적인 피해는 사람들의 생각을 이전과 달리 허물어 버리게 되는데 때로는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될 선을 동시에 허물어 버린다. 허무의식이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그 억울함과 희망이 없는 자연재해의 피폐함을 다른사람에게 전가시키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 <해운대>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그들의 이웃이 함께 삶과 죽음을 맞이하며 주인공이 즐겁게 잘, 살았다로 끝이 났지만 이 책은 그 이면을 좀 더 담담하게 그 후의 일까지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의 훈훈한 느낌이 아닌 조금은 서늘한 느낌과 아무것도 아닌 듯, 그저 담담하게 이끌어가는 느낌 속에서 이야기는 끝이난다. 미우라 시온의 신간을 기대하고 있었던 만큼 조금 색다르게 이 책을 받아들였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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