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원고>를 리뷰해주세요
사라진 원고
트래비스 홀랜드 지음, 정병선 옮김 / 난장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들어 우연인지 필연인지 '책'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달이었다.책을 통해 또 한 권의 책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신기하게 느껴진다. 마치 브라운관 속에서 또 네모난 공간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주에 읽었던 <노란 불빛의 서점> <쉿, 조용히> 그리고 <사라진 원고>까지 책을 통한 다양한 공간 속에서 많은 책들이 숨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을 볼 수 있고, 만드는 곳 사이사이를 오가며. 책을 통해 만드는 사람, 책을 파는 사람, 책을 아끼던 독자까지 만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우리 삶속에서 지탱해온 책은 그 옛날 파피루스(종이)에 글을 쓰며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소리로 담겨지면서 우리에게 찾아왔다. 우리는 책을 보며 때로는 지식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위안을 받으며, 재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책을 어떻게 다 정의할 것인가.   

사람들 가슴 속에 하나의 목소리를 넣어주듯,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에 '시대'의 물결에 따라 폭풍우의 중심에 섰던 위기의 순간이 많았다. 금서가 되어 보지 못하고, 자신이 아끼던 책 마저도 마음대로 보지 못하던 세상. <사라진 원고>는 암울한 시대에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그 무언가를 이야기한 소설이었다.  

트래비스 홀랜드는 단편 소설집<적군 기병대>를 쓴 러시아 유대인 작가 이삭 바벨을 모티브로 이 소설을 썼다. 1920대 중반 가장 인기있는 작가중 한명이었던 이 작가는 군더더기 없는 가장 강렬한 언어로 글을 써 나갔다. 자신의 롤모델인 키플링과 모파상을 염두해 두며. 진솔한 전쟁문학을 쓰고자 했던 그는 소련에서 반 혁명이 일어나자 세상이 180도로 변해버렸다. 

 순식간에 변해버린 상황속에서 사람들은 동요했다. 어느날 아무도 모르게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 시절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간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잡혀간 이삭 바벨은 그동안 써 놓은 글들도 모두 압수 당했다. 그 시절 누군가에 의해 보고 싶은 책을 읽을 수도 없었고 글을 쓸수도 없던 시대였다. <사라진 원고>는 스탈린 시대의 시대상을 빛대어 소설이 갖고 있는 무게감과 지속성을 소설로 통해 알려주고 있다.  

소설을 통해 또다른 러시아 소설을 만나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인용되었던 소설을 접하지 못해 주인공인 그가 왜 이 소설을 지키고 싶었는지 세세한 감정까지 느낄 수 없던 점이 무척 아쉬웠다. 책을 마음껏 읽고, 쓸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이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수 많은 책들이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소리 소문도 없이 희미한 연기속으로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니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 권의 책을 목숨같이 지키려고 노력했던 그분들께 진정으로 고마움과 감사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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