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아프리카>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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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권리의 <눈오는 아프리카>를 읽으며 며칠동안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얀 캔버스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그 안에서 고유의 색깔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 힘이 들듯 <눈오는 아프리카>의 여정은 쉬이 옮길 수가 없었다. 개미 걸음으로 행군하며 조금씩 옮겨가고 있었다. 읽기 힘이 든다고 말하듯 이 책은 빠르게 읽혀지지 않았다. 지.독.하.게.도. 39개국을 돌며 여행을 한 스무살의 여정은 빠른 터치의 붓놀림 보다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내용은 미술적인 호기심과 방대한 스케일속에서 각국을 돌아다니며 그 속에서 한 층 더 성숙해진 유석이를 만나고 쇼타를 만날 수 있었지만 이야기는 뭔가 '펑'하고 터지기 보다는 평면속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 굵은 느낌보다는 잔가지가 불쑥 불쑥 올라오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았다. 작가의 후기를 읽어보면서 비로소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분신이 되어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전에 읽었던 <완득이>와 최근에 읽었던 <유령이 쓴 책>이 생각났다. 왜 이 두 소설이 생각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닮은 듯, 닮지 않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는 <완득이> 큰 스케일은 <유령이 쓴 책>이랄까. 어렴풋하게나마 책을 읽으며 책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전달이 되었지만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나 구성은 쉬이 공감이 가지 않았다. 유석이 뿐만 아니라 우리는 우리가 어릴때 갖고 있던 보호막을 벗어나 성장 할 수록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하듯 그가 여행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틀에서 발걸음을 옮겨야 비로소 한발자국 성장하는 일일 것이다.
틀 안에서 한 걸음을 내 딛기가 힘든 것인지 새삼 이 책을 보며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것이 뭘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몸은 성장하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어린 아이인 사람도 있고 몸은 자라지 않았지만 마음이 어른인 사람도 있다. 성장에 있어서 경험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어떻게 성찰하고 깊이 있는 시각을 가졌느냐에 따라 사람은 조금 더 크는 것이 아닐까. 나 또한 아직도 어른이기 보다는 어른이 되려고 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물론 나이는 어른이지만 어른의 길이란 무릇 나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세상이 일깨워준다. 그렇게 하나둘씩 배우다 보면 어느새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눈오는 아프리카>는 책의 제목뿐 아니라 많은 의미를 둔다. 아무런 색깔도 없는 백색이 든 그것은 어느 색깔이든 모든 걸 흡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어떻게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길이 나올 것만 같은 하얀 안개같은 느낌.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그 정점에 서서 길을 묻듯 쳐다보고 있었다. 길에서 길을 묻듯, 지도 없는 그 하얀 눈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 한 사람뿐, 내 자신이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미로같은 이 소설은 그 길을 알려주기 보다는 내가 찾아야 할 수수께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