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에서 살던 작은날개
[푸른하루 7] 박쥐
우리 집은 이백 살이 넘는다. 오두막 같은 방 세 칸을 헐어서 하나로 쓴다. 천장은 둥그스름하다. 아래채에는 마루와 방과 부엌이 있다. 부엌은 새카맣게 그을린 모습이다. 빗장문과 벽에는 삼발이가 있고, 113이라는 글씨도 남았다. 흙과 나무로 지은 집이다. 여기에 시멘트를 덧발라 놓았다.
우리 집에는 담이 따로 없고, 멧자락이 둘러싼다. 아래채 맞은켠에는 동굴이 있다. 마당에서 보면 위채와 아래채 사이 물길 너머로 굴이 보인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올 적을 떠올린다. 그때 굴은 2/3쯤 막혔다. 큰 통을 엎어 놓은 듯했다. 이따금 굴을 들여다보곤 했다. 이제 칡덩굴이 퍼지고 마르면서 굴 어귀를 가린다. 흙도 흘러내려서 실눈처럼 틈을 조금 남긴 채 다 가린다.
마을 어른한테 얼핏 들으니, 일흔 해쯤 앞서 한창 전쟁이 나던 때에, 사람들이 이 굴에서 몸을 숨겼다고 한다. 먹을거리를 넣어두기도 했고, 우리가 오기 앞서도 이럭저럭 썼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에 한 길이 넘는 구렁이 한 짝이 서로 몸을 꼰 모습을 대문 너머 멧자락에서 보기도 했다. 구렁이가 이 굴을 드나들지는 않을까. 아무래도 집에 가까이 붙은 굴을 그냥 둘 수 없으니, 짝한테 굴을 확 트자고 했다.
굴 어귀에 쌓인 흙이 무척 많다. 삽으로 퍼낸다. 굴을 덮던 통도 치운다. 굴 안쪽은 하얗게 말랐고, 정으로 깎은 자국이 있다. 돌처럼 보여서 만지니 흙처럼 부서진다. 이때 굴에서 주먹만 한 박쥐를 보았다. 보라색 줄이 있다. 거꾸로 매달려서 우리를 지켜본다. 날개를 손처럼 포개고 매달렸더라.
“괜찮아, 거기 있어도 돼.”
이제 바닥을 쓸자 박쥐가 휙 날아간다. 고개를 드니 이미 담벼락을 넘어가고 없다. 박쥐는 언제부터 이 굴에 살았을까. 우리가 이 집에 들어서기 앞서부터 살았나. 혼자 살아가나.
우리가 이곳에서 닭을 치기에, 박쥐는 그저 조용히 머물면서 파리에 벌레를 실컷 사냥하며 함께 지냈을 만하다. 이 골짜기에는 모기가 없다시피 한데, 모두 박쥐가 사냥했기 때문일 수 있다.
굴에 있으니 밖보다 서늘하다. 굴에 감자를 넣어둔다. 비트도 넣는다. 나중에 들여다보아도 껍질이 쪼그라들지 않는다. 굴은 어느새 우리 차지가 된다. 우리 살림을 굴에 넣은 뒤로는 박쥐를 보기 어렵다. 박쥐는 어디로 옮겼을까.
낮에는 알록달록한 작은새가 드나들고, 밤에는 조용히 나들이하는 박쥐가 곁에 있는 멧골집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밤에 돌아다니지 않아서 박쥐가 날아다니는 줄 몰랐을 뿐이다.
이러고서 한참 흐른 어느 날, 어둑어둑할 무렵 머리 위로 뭐가 휙 날아간다. 빠르게 지나가는데 날개가 크다. 아니, 길던가. 참새는 아니고, 딱새도 박새도 아니다. 아마 박쥐였을까. 굴에서 살던 박쥐일 수 있고, 그냥 이 멧골에서 살아가는 박쥐일 수 있다.
2026.9.24.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