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
크리스토퍼 엣지 지음, 민지현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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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별에 있을 나는

[읽는하루 5] 나를 찾아가는 나



《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

 크리스토퍼 엣지

 민지현 옮김

 크레용하우스

 2017.8.30



  《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를 읽어 본다. 앨비는 보름쯤 앞서 죽은 엄마를 찾아가고 싶다. 이곳에서는 엄마가 죽었지만, 다른 차원에서는 엄마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 여긴다. 엄마가 옆에 있을 적에 함께 이야기하고 해본 여러 가지를 떠올린다. 양자물리학 실험을 제대로 해낸다면, 틀림없이 아직 살아서 나를 따뜻하게 안을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고 여긴다. 오늘 이곳에 있는 아빠하고는 아무 말을 할 수 없다. 아빠는 엄마가 떠나고 난 뒤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되겠기에 다른 차원으로 다녀와서 엄마한테 도움말을 듣고 싶다.


  언젠가 수영을 하다가 물밖으로 나와서 의자에 앉았다가 다시 물속에 들어가려는데, 또 다른 내가 앞으로 걸어가서 뛰어들려고 선 모습을 느낀 적이 있다. 꿈에서 내가 하는 일을 바라볼 때도 있다. 산꼭대기에 서서 어깨를 젖히다가 내가 다른 곳에 온 듯이 낯설기도 하다.


  우리는 먼지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별에서 온 먼지와 같다고 한다. 얼핏 보면 먼지이지만, 빛이라는 에너지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움직이지 않는 듯해도 문득 움직여서 이곳에 있고, 내가 하는 모든 일도 아직 이루거나 일어나지 않았지만 문득 일어나서 어느 곳에서 움직인다고 한다.


  내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하루를 돌아본다. 앞에서 입으로 밥을 먹고, 몸을 거쳐서 뒤에서 똥으로 나온다. 먹으면 먹은 대로 다 나온다. 배가 고프다고 여겨 밥을 먹으면 몸에서 힘이 생긴다. 힘이 생기고 나면 이제부터 밥찌꺼기를 내보낸다고 할 만하다.


  사과를 먹지만 사과가 되지는 않는다. 고기를 먹어도 고기가 되지 않는다. 사마귀가 메뚜기를 잡아먹어도 사마귀는 메뚜가기 되지 않는다. 새가 벌레를 잡아먹어도 새는 벌레가 되지 않는다. 그저 작은 다른 목숨이 우리 몸을 움직이는 빛에너지가 되는 듯하다.


  《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에 나오는 어린 엘비는 또 다른 지구가 있고 또 다른 엄마가 있다고 여긴다. 아마 나도 여기에 있는 ‘숲하루’가 아니라, 다른 지구에 있는 ‘별하루’나 ‘바다하루’가 있을 만하다. 나는 또 다른 지구에서 여자 그대로일 수 있고, 남자일 수 있겠지. 착한 나일 수 있고, 못된 나일 수 있다.


  엄마를 찾으러 끝없다고 할 양자물리학 여행을 하는 엘비는 또 다른 엄마를 만나기 앞서 ‘또 다른 나’인 ‘또 다른 엘비’를 하나둘 만난다. 나랑 같은 나(엘비)를 만날 적마다 놀라면서도 설레고,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바로 ‘나’일 테니까 죽은 엄마하고 다르더라도 나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엄마라고 여긴다.


  다른 별에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다른 별 나는 말을 잘 할까. 배운 만큼 나를 잘 드러내면서 즐거울까. 노래는 잘 부를까. 잘 하는 내가 있다면 나도 좀 우쭐해 보고 싶다. 또 다른 나를, 마치 쌍둥이 같은 다른 나는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다.


  어제 겪은 일은 무엇일까. 오늘 지내는 일은 무엇일까. 아직 태어나기 앞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 엄마 뱃속에서 자라는 나는 무엇을 그렸을지 알고 싶다. 내가 여기에서 그리는 모습대로 생각이 자라서 또 다른 나를 다른 별에서 자꾸자꾸 지어내지는 않나 궁금하다. 



2026.9.20.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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