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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사실 첨에 이 책을 접한 동기는 약간 불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동안 깊은 상실감등으로 맘이 힘들어있어서 누군가(희생양?)의 이야기가 필요했고, 그 누군가는 다름아닌 겉보기에 나보다 불행해보이는 오토다케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처음부터 중반까지, 저의 기대를 일부러 깨부수려는 듯이 주인공 오토다케의 행복한 자만감에 찬 모습의 연속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오토다케씨의 글은 위선적이며 속좁은 인간의 자위라고 생각되어졌습니다만 이러한 생각도 후반부를 치달으면서 여지없이 깨지더군요.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라는 헬렌켈러의 거창한 말을 인용한 지은이의 진심이 너무나도 강하게 느껴졌기때문이었습니다. 지은이 오토다케씨는 정말 만족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왔던 것이었던거죠. 오히려 그의 불행한 이야기를 기대한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왜 난 나의 환경, 내가 처한 조건,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하게 지내왔는지 너무나 부끄럽더군요. 숱하게 들었던 행복이라는 말의 의미가 다시 한 번 그를 통하여 들려왔던 순간이었습니다. 제 자신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만들었던 저의 본 모습을 보게 되었죠.
또 한가지 그를 통해 본 것은 장애인에 대한 관점입니다. 아주 새롭게 보았죠. 그동안 말로 하기는 쉬웠는데 '만약 나의 자녀가 선천성기형으로 태어난다면...??'라는 스스로의 질문앞에 대답하기 힘들어한 과거에서 이제는 당당히 그래도 낳겠다는 생각으로 기울게 되었죠. 물론 모든 선천성기형이 오토다케씨처럼 단순 사지 이상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아니라 뇌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 경우라도 저의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끝으로 아직 읽어보시지 않은 분이 있다면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