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내려오는 길. 길 오른쪽엔 성벽이 있고 왼쪽으론 키 큰 나무들과 산비탈이 있다. 털레털레 걷고 있는데 갑자기 ‘쏴아’ 하는 소리가 덤벼들 듯이 나를 훑고 지나간다. 닭가슴살 세 개만 줬다고 모지리한테 솜방망이질 당한 충격에 넋을 놓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바람이 많은 날이라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치며 요란하게 속삭이고 있었다. 분명 여름에도 비슷한 소리를 들었을 텐데 오늘따라 새롭게 들리는 이유는 무얼까? 나에게,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요즘 꿈을 자주 꾼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주 꾼다기보단 꿨던 꿈을 명확하게 기억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오늘 새벽에 꾼 꿈에선 누군가 집을 부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인테리어 업체 사람이었는데 주소를 잘못 알고 들어와서 집을 뜯어내는 중이었다. 기필코 책임자에게 배상을 받아내리라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꿈에서 깼다. 그런데 이 꿈, 잘 뜯어보면 내 일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채 변형된 얘기다. 바로 전날, 지인과 통화하면서 ‘이건 번지수가 잘못된 건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생각과 통화 내용이 이상하게 비틀려서 꿈으로 나타난 셈이다. 내 무의식은 의식이 파악하는 현상을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건가?


따지고 보면, 바람에 부대끼는 나뭇잎 소리나 내가 꾸는 꿈들은 그저 단순한 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거기에 가을이나 일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꿈보다 해몽이긴 해. 모호한 것보단 명확하고 의미 있는 게 재미있긴 하지. 언제나 유혹에 흔들린다. 내 삶을 모호하게, 있는 그대로 두고 싶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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