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주문한 베개가 도착해서 포장을 뜯었을 때 아차 싶었다. 이거, 고양이가 자기 방석인 줄 알겠는데.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새 베개를 사용하던 첫날. 자다가 얼핏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완전히 깨어나지는 못한 상태. 드릴로 땅을 파는 요란한 소리에 몽롱하게 떠오르는 의문. 내가 공사장에서 잠이 들었나? 왜? 곧이어 관자놀이에 느껴지는 묵직한 압박감. 내가 돌멩이를 베고 누운 거야? 아니, 어쩌다? 그리고 온전히 정신이 들었다. 내가 깨달은 현실은….***


“저리 가라, 월이. 이거 니 꺼 아니고 아저씨 베개다. 꿈도 꾸지 마라.”


내 방석이 아니라고? 딱 내 꺼 같은데. 위에 앉으면 푹신하고 따뜻할 거 같고. 냐앙...


(시간이 흘러 새벽)


자, 자, 아저씨, 나도 좀 같이 써 봅시다. 머리에 눌린 상태 보니까 딱 좋아 보이는데. (이리저리 올라탈 각을 살피는 중) 아니, 그렇게 양심 없게 한 가운데 딱 버티고 있냐! 소두의 전성시대라는데 머리통은 엄청 커 가지고... 전성기 지난 머리통을 이렇게 써먹기냐! 그렇다면...


(뒷걸음질로 베개로 올라온 후 엉덩이로 아저씨 머리를 조금씩 밀어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지. 넓지는 않은데 이 정도면 됐어. 음, 아저씨 머리가 한쪽으로 꺾였는데 괜찮나? 뭐, 알아서 하겠지. 이야, 쿠션감도 딱 좋고, 몸을 감싸는 정도도 딱이야. 엉덩이도 아저씨 머리에 착 닿아 있어서 따땃하고. 그르렁그르렁(골골송 폭발).


(한쪽으로 목이 휙 꺾인 아저씨, 공사장으로 주변 상황 착각하는 중)


아우, 이 아저씨야, 조금만 더 저쪽으로 가봐. (엉덩이로 더 밀어내보지만, 더 이상 꺾일 목이 아님)


(더 꺾일 목이 없는 아저씨, 관자놀이에 가해진 고양이 엉덩이의 압력을 돌멩이에 의한 것으로 착각하는 중)


“음냐, 아니 왜... ?!”


(이게 뭔 일인가 싶던 아저씨, 상황 파악 완료하고 빵 터짐.)


“야 이 개눔의 자슥, 이거 니 꺼 아니라고!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저리 가!”


(느닷없는 웃음소리에 놀라 후다닥 도망친 고양이) 왜 저래? 무슨 일이야? 미친 거야? 저 물건이 그렇게 중요한 거야? 내가 양보할 테니까 정신 차려라, 아저씨야. 생각 없는 집사도 힘든데 미친 집사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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