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선 반팔과 긴팔을 번갈아 입는 요즘이다. (일주일 전에 썼던 글이다) 점심시간쯤 산에 갈 때도 어느 날은 바람막이를 걸치고 나왔다가도 집에 다시 들어가 옷을 벗어놓고 나오기도 하고, 어느 날은 그냥 오를 때도 있다. 햇볕이 따뜻해서 무심코 창문을 열다가 덥석 맨살에 들러붙는 찬 기운에 화들짝 놀라 얼른 문을 닫기도 한다. 원래 가을이 이토록 변덕스러웠던가? 화장실에 다녀오던 고양이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뛰더니 비닐 위로 점프, 비닐을 타고 그대로 마룻바닥을 미끄러져 나간다. 제멋대로인 고양이와 변덕스러운 가을. 그렇게 미끄러지듯 흐르다 곧 겨울이 될까 봐 조바심이 난다.


산 정상. 어쩐 일인지 오늘은 모지리가 아주 적극적으로 영업 중이다. 며칠 전 봤을 땐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 뒤편에 앉아 등만 바라보고 있어서 한숨짓게 했는데. 오늘은 당당하게 젊은 커플 앞에 앉아 자릿세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들이 내놓은 자릿세는 조그마한 사과 한 조각. 뭐 이딴 걸 바치냐는 산고양이의 바람직한 뻔뻔함에 쾌재를 부르며 닭가슴살 포장을 뜯는다. 귀신같이 알아들은 모지리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닭가슴살을 물고 성벽 구멍으로 들어간다. 하나 둘 셋, 마지막 네 개째. 시원함에 땀이 금방 식었다. 아까 산을 오르며 산 중턱에서 봤던 고등어와 흐리멍텅 노랑 점박이, 둘의 모습이 떠오른다. 서로 몸을 꼭 붙이고 휴식을 취하다 인기척에 나를 쳐다보던 녀석들. 모지리도 겨울을 나려면 체온을 나눌 친구가 필요할 텐데.


자리를 뜨려고 발걸음을 떼자, 구멍에서 뛰어내린 모지리가 따라온다. 손을 내저으며, ‘저쪽으로 가서 저기 있는 사람들한테 들러붙어라.’ 했더니 알아들었는지 방향을 튼다. 아마 1년 넘게 정상을 지키면서 사람들이 손을 내젓는 게 어떤 의미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씁쓸한 느낌이 들어 내젓던 손을 거둬들이고 뒤를 돌아본다. 모지리가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에게 모델료를 뜯어낼지 고민하는 녀석을 보면서 발길을 돌린다. 사람이 많아지니 녀석의 영업도 따라서 성황이라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눈앞 가득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하늘은 높고 고양이는 살찌는 계절이다. 그래, 걱정은 나중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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