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엔 나만 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집이 넓어서 비밀의 공간이 있다거나, 어떤 통제로 인해 다른 사람은 갈 수 없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난 평범한 공간에 사는 남다를 거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저 문 앞엔 나만 설 수 있다.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나 역시 저 문의 존재를 몰랐으니까. 그러다 어떤 계기로 문 앞에 서게 됐다. 처음엔 굉장히 낯설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을 헤매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그 건조함만큼은 피부의 감각을 넘어 청각과 시각을 자극했다. 파삭거릴 것만 같은 공기가 손바닥의 마찰만으로도 벌건 불꽃을 날름거릴 준비가 된 느낌이랄까? 피부가 바짝 말라 공기 중으로 흩날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참을 방황했다. 그리고 그곳에 문이 있었다. 빌어먹을.
그곳은 넓고도 좁았다. 무한했으나 이젠 의미 없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삶의 부스러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내가 서 있는 쪽에 가장 몰린 상태였다. 처음엔 이곳저곳 내던지다가 점차 이 위치로 수렴한 듯했다. 문은 그 한쪽 끝에 가로막듯이 서 있었다. 무엇을 막으려 했을까? 완벽하게 막으려면 철문으로 하지 왜 나무문이지? 아니, 기왕이면 아예 막아버리지 왜 문이야? 문은 그 공간만큼이나 이중적이었다. 손을 들어 두드렸다. 쿵쿵쿵. 난 지금도 이 순간을 잊지 못한다. 손이 문에 닿았을 때 온몸을 훑고 지나가던 쾌감과 아득함을. 정신을 차렸을 땐 문은 내 앞에 없었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갔을 거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러다 점차 내 의지에 따라. 강렬한 원색의 부스러기들이 조금 늘어난 듯도 했지만 공간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변화라면, 어둠을 헤매는 시간이 계속 줄어들었다. 지금은 거의 바로 오다시피 했다. 감각의 혼돈 따윈 전혀 없이. 지금 내 손엔 도끼가 들려 있다. 문을 부수고 열 작정이다.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해야겠다. 쿵. 도낏자루를 타고 손에 전달되는 쾌감. 쿵. 밀려오는 아득함에 눈을 부릅뜬다. 쿵. 아찔한 무언가가 나를 불태우듯 온몸을 달군다.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두른다. 쿵쿵쿵쿵. 이 웃음소리는 뭐지? 내가 웃는 소리? 그럴 리가. 하지만 입꼬리가 양옆으로 올라가고 입이 벌어진 내 표정을 깨닫는다. 웃는다. 포효한다. 쩍 소리와 함께 문의 일부가 갈라지고 갑자기 정적이 흐른다. 문이 열릴 것이다. 그러면 확인해야겠다. 뭘? 정말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다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삐이익.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온다. 그곳엔 그 혼자뿐이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내뱉는다. 빌어먹을.
AI가 제시한 문장 :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문이 열리는 소리는 다른 사람이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