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화 농사가 여러 해 동안 흉년인데, 다행히 황해도와 평안도의 작황은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부상(富商)들이 독점해 이익을 농단하는 폐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물화의 거래는 저절로 이루어지게 놔두어야 합니다. 법을 세워 금하면 오히려 백성을 동요시켜 원근의 상인들이 소문을 듣고 모이지 않을 것이니, 이는 실로 난처한 일입니다.”


“물가는 억지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근래 포도청에서 곡식을 무역하는 경강상인을 마치 도적처럼 대우합니다. 무릇 시기를 틈타 이익을 꾀하고 물가가 오를 때를 이용해 물화를 농단하는 것이 상술입니다. 이는 포도청에서 간섭할 일이 아닙니다.”


조선 후기, 대상인들의 독점과 횡포로 백성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때 일부 대신들이 했던 말이 위의 두 인용문이다. 상업을 천시했던 조선에서 마치 시장 경제의 자유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듯한 논리다. 조선은 상업에 대해서 큰 원칙 아래 나머지는 불간섭한다는 태도로 대응하긴 했다. 하지만 저 발언의 이면에는 상업의 이익이 권력의 주머니로 들어올 것이라는 현실이 숨겨져 있다. 완벽한 통제도 말이 안 되듯, 완벽한 자율도 그만큼이나 불가능하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말만큼 자본주의와 자율 경쟁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말은 없겠지만, 그 말은 언제나 의심하고 곱씹어 봐야 한다.


“근대적 인간형에 가까웠기 때문에 중세에 천대를 받았던 상인들. 그런 그들이 끝내 자신들이 속한 사회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그 사회의 논리에 포섭되어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스스로 사회의 주체로 나서지 못했고, 조선 사회를 변화시키지도 못했던 것이다.”


우린 이 사회를 변화시킬 주체로서 나설 수 있을까?


꼬리말) 모든 인용문은 <민음 한국사 : 19세기, 인민의 탄생>에 나온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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