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수리를 하려고 4주 정도 임시 거처로 옮겨야 했다. 내 짐은 백 팩 하나로 끝이지만, 고양이를 위한 짐은 캐리어와 백 팩을 동원해서 이틀 전부터 서너 번을 날랐다. 모든 세팅을 끝마치고 드디어 본체를 이동시키는 날. 반려동물 전용 택시 안에서는 ‘고양이 살려’를 목청껏 외치던 녀석이 임시 거처에 도착하자 꿀 먹은 벙어리에 망부석이 되어 이동장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
그러니까, 그러니까, 고양이 묵시록에 따르면, 아, 뭐였더라? 맞다! 집고양이가 길고양이로 되기 전 몇 가지 전조 증상이 있다고 했어. 집사가 갑자기 먹을 걸 많이 준다거나, 아니면 귀찮은 듯 본체만체한다. 집안의 물건들을 커다란 상자에 담아서 늘여 놓거나 내다 버린다. 헉! 요 며칠간 물건들 엄청 버렸는데! 가만, 또 뭐가 있더라? 차에 싣고 가다 어딘가에 내려놓거나 박스나 비닐에 담아서 길거리에 방치한다. 음... 냥... 여기는 길거리는 아닌데? 그, 그래도 불안한데... 이 귀신 같은 아저씨, 내가 고양이별에 암살 모드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려는 걸 알아차렸나? 아, 그래도 치사하게 이건 아니지! 어떻게 홈그라운드를 바꾸냐! 아우, 저 아저씨를 그냥! 어우, 어우, 밖으로 못 나가겠다. 냥. 그니까, 그니까 이따가 어두워지면 나가서 탐색해 봐야겠다. 지금은 여기 찌그러져 있어야지. 응? 킁킁. 까까? 에잇, 내가 바본 줄 아냐, 이 아저씨야! 독을 바른 까까를 먹을 순 없지! 이따가 컴컴해질 때까지 기다리라구! 저기, 누구 없나? 고양이 살려요. 여기 고양이 있는데, 고양이. 아 씨, 목소리도 잘 안 나오네. 고양이 좀 살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