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닫히면서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신호음이 다른 때와 좀 다른 거 같다. 제대로 잠긴 거야? 스쳐 지나가는 의문. 1년 전쯤 전자 도어락을 처음 설치한 이래로 여전히 의심을 내려놓지 못한다. 수동 자물쇠를 더 설치할까? 얼마 전 벽면에 걸쇠가 걸리는 부분이 나사가 살짝 헐거워지면서 실제로 잠기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다. 자물쇠가 잠기지 않으면, 자물쇠의 존재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오늘따라 도어락의 신호음이 머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년쯤 됐나? 산 정상에 처음 오르던 날, 나를 불안하게 했던 건 두 가지였다. 산을 타는 행위에 익숙하지 않던 나 자신, 그리고 내가 지금도 걷고 있는 이 길. 이 길을 얼마나 걸어야 꼭대기에 도달할까? 더 궁극적으론 이 길을 따라가면 정상에 닿을 수 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상에 도착했다. 잠깐의 휴식. 아쉬움에 억지로 발걸음을 떼어놓는데 저만치에 모지리가 보인다. 도시락을 먹는 등산객 뒤에 앉아 상황을 살피는 중이다. 아우, 모자란 녀석, 앞에서 굴러도 모자랄 판에. 다가가서 닭가슴살 포장을 뜯자, 얼른 달려와서 허겁지겁 먹어 치운다. 지난번 봤을 땐 배불리 먹은 거 같더니 오늘은 왜 이런대? 너, 이제 여기 혼자뿐인데 아직도 스텔스 모드 걸고 다니니? 좀 당차게 삥뜯고 다녀라, 응? 자꾸 도어락의 신호음이 내 안 어딘가에서 울려 퍼진다.
같은 날 밤. 마룻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댄 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인상을 쓰고 있다. 정확히는 쇼핑 앱에 찜해둔 경량 등산화를 보면서 갈등 중이다. 아직까진 일반 러닝화나 워킹화를 신고서 산에 다니는 게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더 높은 산, 암반이 많이 노출된 산에 갈 거면 지금 신는 신발들은 미끄럽다. 그래서 이 등산화를 예전에 찜해둔 건데…. 문제는 그땐 고관절이 불편하지 않았고, 지금은 무리하면 아프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두 번 정상에 오르는 건 괜찮은데, 세 번 오르면 다음 날 통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앞으로 더 높은 산을 찾아 나설까? 어디선가 도어락의 신호음이 들린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