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을 때 점심을 먹으려고 상을 차리면, 고양이는 쪼르르 캣타워로 올라간다. 굳이 졸려 보이지 않는데도 그렇게 한다. 그럼 난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며 숟가락을 뜬다. 밥 먹는 시각이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내가 행동을 취하면 녀석은 언제나 자신의 잠자리를 찾아 들어가고 휴식을 취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고양이는 경험상 내가 밥을 먹고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거창하게 양보나 배려란 단어를 쓰는 게 맞나 싶지만, 어쨌든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런 셈이다.


밤 9시 전후. 고양이가 내게 다가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사냥놀이를 시작한다. 이 시간에 해야 제맛이다. 반이 뚝 잘려 나간 너구리 꼬리를 5년 가까이 사냥했지만, 이 시간만큼은 항상 열정이 넘친다. 궁둥이를 실룩실룩. 실전은 고요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겠으나 녀석의 사냥은 요란스럽다. 덮치면서 기합을 넣기도 하고, 저 멀리서 응응거리며 뛰어오기도 한다. 어차피 실전을 뛸 일은 없을 테니 봐준다. 귀여우니까. 하루 중 이때는 고양이의 시간이다.


같이 살다 보니, 서로 알아가다 보니 상대를 배려하면서 나를 맞춰가기도 한다. 하지만 간혹 이럴 때도 있다.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된 비일상적 외출 후 간식을 주고 숨을 돌리는데 녀석은 또 간식을 달라고 보챈다.


"조금 전에 줬잖아! 꿈도 꾸지 마라, 고양이!"

그 전에 다섯 시간 동안이나 까까를 못 먹었다. 그러니까 또 줘라, 까까!

"그래서 나가기 전에 미리 줬잖아!"

그래도 다섯 시간 동안 밥만 먹었으니까 더 내놔라, 까까!

"어림도 없다, 이 자슥아!"

냐앙! 삐뚜러질 테닷!


저만치 뛰어가는 녀석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 집에서 사람이랑 함께 살아본 게 거의 15년 전이다. 사실 그전에도 몇 사람을 제외하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내겐 아주 불편한 일이었다. 이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이쪽으로 다시 뛰어오는 녀석을 향해 나도 마주 달려가자, 녀석이 급커브를 틀어 안방으로 뛰어든다. 이 자슥, 너 거기 안 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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