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역 순찰을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나를 끌고 집안을 한 바퀴 돌곤 한다. 내가 필요한 건 닫힌 문을 여는 문손잡이 용도다. 화장실 문 열어주면 한 번 쓱 훑어보고, 이어 붙박이장 문을 하나씩 열어주면 안에 들어갔다 나온다. 그 와중에 맘에 드는 자리가 있으면 자리 잡고 앉아 꾹꾹이와 골골송에 그루밍까지 세트로 시전하고 나온다. ***


“너, 영역 순찰하냐? 이 집구석에 너랑 나 말고 누가 있다고 그래? 보일러랑 에어컨 언니는 내가 불러야 어쩌다가 나오는 거구.”


(쫄래쫄래) 아저씨, 여기 열어봐봐.


“붙박이장 열라고? 너 또 내 겨울 롱패딩에 들어앉으려고 그러지?”


(빤히) 빨랑 열기나 해봐.


“그래, 자, 됐냐?”


(점프) 내가 너 여기 있을 줄 알았다. 이 붙박이장 완전 새 건데 왜 여기 들러붙어 있는 건데?

귀신 : 저 삼층장이 40년이 훨씬 지난 거라 정말 편한데 거긴 오지 말라며... 그래서... 여기 있지...

저건 내 펜트하우스다. 꼭대기에 방석 있는 거 보이지? 내꺼야, 내꺼. 고양이는 내 물건을 다른 것들이랑 나누지 않아.

귀신 : 내 말이... 그쪽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그건 당연한 얘기고. 내 질문은 그게 아니잖아! 왜 여기 있냐고? 너 또 아저씨 잘 때 괴롭히려고 그러지?

귀신 : 아니야! 고양이가 있는 집은 안 건드려! 재수 옴 붙는다고 옛날부터 명성이 자자한데 왜 굳이...

이 귀신 나부랭이가 지금 나보고 재수 없다고 한 거냐?

귀신 : 아니, 아니, 소문이, 명성이 그렇다는 거지, 내가 그랬다는 게 아니고. 아, 아, 아야, 아야...

너 마침 잘 걸렸다. 까까 찔끔 먹고 또 기다릴 생각에 짜증 났었는데.

귀신 : 아프다고! 그렇게 누르면 내 몸에 구멍 뚫린다니까!

그러니까 이 옷에도 들러붙지 말란 말이야! 이 옷이 제일 비싼 거라 내가 방석으로 쓸 거라고!

귀신 : 이 옷이 뭐가 비싸! 다른 집 가 보면 이거보다 비싼 옷이 널렸다고! 아야, 아프다니까!

어, 그래? 이게 제일 비싼 게 아니야? ... 너 이 자식, 지금 우리 아저씨 찌질하다고 흉보냐?

귀신 : 아, 그 말이 아니잖아!


“어이, 월이, 너 그 옷에 빵꾸 내지 마라. 그거 찢어지면 네가 돈 벌어 와야 한다.”


(고양이 발톱에 무언가 긁히는 소리) 귀신, 월이 : 응?


“뭔데? 무슨 소린데?”


야, 귀신 나부랭이, 너 다른 집 가서 돈 좀 가져올 수 있냐?

귀신 : ... 지금 나한테 삥 뜯는 거냐? 그래도 상도덕이 있지, 어떻게 귀신한테...

너 진짜 고양이 있는 집은 안 건드린 모양이구나? 고양이는 평생 집사 삥 뜯으면서 산다고. 거기에 귀신 하나 추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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