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을 쫙 피고 들여다본다. 올해 들어서 오른쪽 손가락 관절 일부가 통증을 호소하곤 한다. 청소하거나 무언가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처럼 일정 시간 이상 힘이 가해지면 그렇다. 그럴 때마다 손가락을 쫙 펴보지만, 축 처진 어깨처럼 금방 오그라든다. 하아, 세월 진짜. 아직 다섯 살인 고양이가 높은 곳에 올라앉아 바닥에 있는 나를 내려다본다. 언젠가 고양이도 예전 같지 않을 텐데, 그때가 되면 나처럼 무심한 세월에 투덜댈까?


오른손을 쥐락펴락 해본다. 움직일 때마다 감각이 느껴진다. 내 모든 감각은 나를 정의한다. 정의한다고? 그보단 인식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나를 인식하고, 고양이를 인식하고, 그 너머 세상을 인식한다. 세월이 흘러서 죽음과 맞닥뜨리면, 무(無)가 된다면, 대상을 인식하던 나는 증발하듯 단절되는 걸까? 누구나 몸의 퇴행을 겪으며 육체의 소멸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정신의 소멸은 그만큼 확신하지 않는다. 물질의 영역을 넘어서 종교나 철학, 또는 미지의 영역이라 그러겠지. 지금 나를 인식하고 있는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완전히 지워질까?


오른손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뒤집어본다. 이 모든 걸 인식하는 나는 태어나기 전엔 무엇이었을까? 아니, 사실 그건 별로 궁금하지 않다. 죽음 이후가, 완전한 무(無)가 된다는 게 가장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이 의문에도 내 이기심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이전에 무엇이었든, 이후에 무엇이든, 지금의 내가 완전히 지워지듯이 사라지는 게 살짝 억울한 거 보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전의 내가 있었을까?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후의 내가 존재할까? 생각 속에서 방향을 상실하면 언제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또 나뿐이다. 계속 나를 쳐다보는 고양이에게 묻는다. 고양이, 너는 이 막막함과 이 또렷함이 뒤섞인 이질감을 어떻게 생각하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