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은 비교적 단조롭다. 공간은 변함없고, 가구는 굳건하다. 까만 고양이와 마른 집사가 간혹 투닥대지만, 그 역시 5년이나 지속되었던 일이라 소란스러운 고요에 가깝다. 계절의 변화도 이 안에선 다채롭지 않다. 드나드는 바람이 시원해진 이후론 더욱 그렇다. 남아 있는 여름의 흔적이라곤 내 옷차림과 여름용 홑이불과 그 이불을 덮고 잠들었다가 잠결에 저 멀리 내치는 내 행동 정도. 그걸 제외하면 가을의 영역이 폭넓게 여름의 뒤꽁무니를 뒤덮고 있다. 지루하다. 바깥보다 안을 좋아하는 나는 무덤덤함에 익숙하지만, 간혹 발작적으로 투덜댈 때가 있다. 아무 생각이 안 나!


컴퓨터 앞에 앉아 쓸데없이 머리만 굴리다가 고양이의 동태를 슬쩍 살핀다. 캣타워에서 방석에 머리를 기대고 자는 중이다. 이제 곧 내려와 까까 내놓으라고 보챌 시각이다. 점심 먹고 한 시간이 넘게 모니터와 눈싸움을 벌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름이 몽니를 부린 것일까? 잠결에 이불을 걷어차는 내 발길질에 차이기라도 했을까? 이 집구석에서 유일하게 활기찼던 내 상상력을 함께 데리고 간 모양이다. 네가 그걸 어디에 써먹으려고! 에잉, 오늘은 뜨거운 김치찌개나 끓여서 가을이나 반겨야겠다. 어이 고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여름이 손잡고 창문 틈으로 끌고 나가는 애 있으면 좀 챙겨둬라. 걔 없으면, 나 너무 심심해서 안 되거든.


꼬리말) 정말, 정말 여름이 간 거 같다. 이 글을 쓴 뒤로 며칠 사이에 이불과 나는 새벽녘,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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