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들은 맨날 져야.”


어머니는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팬이다. 화면을 슬쩍 봤더니 1:1이다. 엄마, 동점인데. 어차피 저것들은 질 거야.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안티 팬이었을까? 겉옷을 챙겨입고 나오자, 어머니가 묻는다. 어디 가게? 동네나 한 바퀴 돌려고요. 나도 같이 가자. 야구 안 보시구요? 어차피 져. 아무래도 안티다. 옷을 챙겨입고 나오다 얼른 돌아서더니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다. 그걸 달고 가시게요? 우리 아들이 사준 거니까 달고 가야지. 배시시 웃으시며 신발을 신는다. 이날, 어버이날이었다.


아파트 단지의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어머니가 묻는다.


“너는 결혼 안 할래?”


이대로가 편한데. 사람들이 그러는데 나 요즘 얼굴이 좋아졌대요. 별말씀이 없다. 어쩌면 그냥 습관적으로 하는 질문. 얼마 걷지 않았는데 숨이 차는지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무뚝뚝한 아들내미는 옆에 함께 앉았을 뿐 별말이 없다. 다시 산책 시작. 오르막을 올랐으니 이젠 내리막이다. 아파트 뒤편 한적한 곳에 계단이 있다. 어머니는 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론 난간을 붙잡은 채 힘겹게 걸음을 옮긴다. 그저 타박타박. 세월에 겨워 힘겨운 발걸음 소리와 숨이 찬 호흡소리를 들으며 나란히 길을 걷는다. 그 목걸이는 항상 걸고 있어야. 엄마는 그 꽃 왜 달고 나왔는데?


“우리 아들이 사준 거니까.”

“나도 엄마가 해준 거니까.”


한동안 저 길을 다시 걸을 수 없었다. 혼자가 되고 나서 저 길을 걸으면 너무 아플 거 같았다. 그러다 수년이 지난 후, 이젠 웃음으로 다른 감정들을 대신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 거닐었다. 오르막과 벤치와 계단과 공원을. 계단이 좀 더 길었더라면, 어머니 손을 더 오래 잡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살가웠다면, 사람 없는 공원에서 어머니와 알콩달콩 이야기를 오래 나눌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서려는데 문득 옷깃이 무겁다. 어머니의 손길이 끝으로 머물렀던 곳.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다. 툴툴 일을 털어내고 오랜만에 아파트 단지 안을 돌아봤다. 일부러 산책길도 다시 찾았다. 아파트 뒤로 들어가는 길 초입은 비둘기 똥으로 군데군데 얼룩져 있었고,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둑어둑했다. 계단은 무척이나, 생각보다 많이 짧았다. 공원은... 뭔가 삥뜯기 좋은... 하아. 살찐 고양이 한 마리가 슬쩍 얼굴을 내밀더니 나를 살폈다. 너구나, 여기서 삥뜯고 사는 게. 주변을 둘러보다 걸음을 옮겼는데 반대편 문이 잠겨있어 다시 되돌아 나와야만 했다. 오지 말아야 했나? 이 정도면 다시 쓰인 게 아니라 아예 다른 길인데?


AI가 제시한 문장 : 길은 걸을 때마다 다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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