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어 마루에 벌렁 드러누워 창밖을 보면 곤충들이 근처에 머물다 갈 때가 있다. 매년 찾아오는 것도 있는가 하면, 올해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존재도 있다. 앞으로 지나가거나 배회하는 존재들을 제외하고 꼽아보자면, 일단 나방류. AI에 따르면 흰띠명나방이다. 엄지손톱만 한 크기에 짙은 밤색. 나방은 야행성 아닌가 싶지만 이 종은 낮에도 잘 돌아다닌단다. 워낙 자주 나타나다 보니, 이젠 고양이조차도 관심 밖이다. 간혹 창에 붙어 조금씩 움직일 때만 시선을 주지 바로 눈앞에 있어도 그 흔한 냥펀치조차 날리지 않는다.


두 번째 손님은 노린재. AI에게 물어보니 소나무허리노린재라고 한다. 색깔은 낙엽 색깔. 소나무의 즙을 빨아먹고 산다는데 근처 산에서 날아온 듯하다. 한동안은 고양이 채터링의 주 대상이었으나 먹는 거 빼곤 관심의 유효기간이 며칠에 불과한 고양이 덕에 요즘은 편안히 방충망에 붙어 쉬었다 간다. 나 역시 길바닥 낙엽 보듯 무시하고 있다.


세 번째 손님은 말벌. 화려한 색에 한 체급 하는 데다 절대 가만있지 않은 움직임으로 고양이의 열렬한 관심 대상이다. 다만 뚫어지게 쳐다볼 뿐 채터링을 하거나 섣불리 냥펀치를 날리지 않는다. 나 역시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다. 간혹 윗집 에어컨 실외기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움직임을 보여서 잔뜩 긴장 중이다. 벌집 같은 거 만들 생각 마라. 119에 신고할 거다.


마지막 열외로 딱 한 번 등장해서 기겁하게 했던 사마귀. 방충망 위쪽에 초록색 무언가가 강렬한 날카로움을 뽐내고 있길래 다가갔더니 몸길이가 15cm도 넘을 거 같은 사마귀 한 마리였다. 얼마 전 TV에서 절에 사는 새끼 고양이가 자기 얼굴 길이의 사마귀를 우걱우걱 씹어 먹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우리 집 고양이는 캣타워에서 자는 중이다. 저 녀석은 물리적, 물질적으론 도무지 도움이 안 된다. 막대기를 하나 들고 와 톡톡 건드렸더니 앞발을 방충망 안으로 쑥 집어넣는다. 아니 아니, 그건 반칙이지. 손님, 무기를 집안에 들이밀면 안 되죠! 나, 가서 고양이 집어 들고 온다! 그럼, 손님 잡아먹을지도 몰라...요! 비현실적으로 작은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긴 다리로 성큼성큼 한쪽으로 이동한다. 어우 야, 그 덩치, 그 모양새로 그렇게 움직이면 무섭잖아요! 방충망 안쪽에서 다시 막대기로 툭툭 건드린다. 빨리 떨어져라. 막대기와 앞다리의 몇 번에 걸친 티키타카 후 사마귀는 자리를 뜬다. 날개를 퍼덕거리며 바람을 타고 건물 옆으로 빨려 들듯 사라지는 사마귀를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난리를 쳤건만 고양이는 캣타워에서 눈도 뜨지 않고 잔다. 이렇게 둔한 녀석이 아닌데. 의심 가득한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지만, 고양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 자슥 이거...


꼬리말) 한동안 창문을 찾아오는 곤충들이 없었는데 요며칠 간혹 한 마리씩 때늦은 방문을 하곤 한다. 질척거리는 여름에 곤충도 헷갈려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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