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씻는다. 따뜻한 물이 몸을 따라 흘러내리는 게 반갑고 편안하다. 얼마 전만 해도 시원한 기운이 몸을 감싸지 않으면 씻는 거 같지 않았는데. 물의 온기에 몸을 맡기다 엄지손톱에서 전해지는 쓰라림에 낯을 살짝 찌푸린다. 낮에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뜯을 일이 있었는데 손가락이 미끄러지면서 왼손 검지가 오른손 엄지 끝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면서 엄지손톱 한 귀퉁이가 살짝 들렸던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는데 물이 들어가면서 통증을 되살렸다. 되살린 건 통증뿐만이 아니다. 그때의 서두름과 심지어 이러다가 다칠 텐데 하는 조바심까지. 알면서 다쳤으니 내가 멍청한 거지. 오른손을 흘러나오는 물 밖으로 빼고 다시 평온함을 찾아본다. 하지만. 어색하게 든 오른손은 따뜻한 물의 온기 밖에서 과거의 나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바보.
샤워를 마치고 나와 바닥에 앉는다. 따뜻한 물을 너무 오랫동안 맞았나? 덥다 정도의 느낌은 아닌데 몸에서 살짝 열기가 느껴진다. 선선한 공기가 내 피부를 공략해 보지만 역부족이다. 이런, 샤워를 하면서 여름을 뒤집어쓰고 나오다니. 정말 쪼잔하게 이런 식으로 질척거리기냐? 쿨하게 떠나라. 나중에 가을한테 엉덩이 세게 걷어차이고 후회하지 말고. 하긴, 아쉬울 만도 하겠다. 작년은 9월까지 더워서 에어컨을 얼마간 사용했던 걸로 기억한다. 올해는 더위가 빨리 끝나긴 했다. 왜 서둘렀을까? 아니지. 내가 지금 남의 사정까지 챙길 때가 아니다. 이번 여름에 서두르고 조급해서 낭패를 본 건 나였으니까. 아우 씨, 주식. 마룻바닥의 시원함이 엉덩이부터 조금씩 열을 식히다가 주식에서 촉발된 열기에 밀려난다. 후끈. 오른쪽 엄지손톱의 얼얼함이 계속 신경 쓰인다. 난 실수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기는 하는 걸까? 이 나이 먹고도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나? 바보. 빨리 가라, 여름아. 추석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