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물그릇에 담가 놓을 때가 종종 있다. 어렸을 땐 꽤 자주 그랬고, 요즘은 어쩌다 한 번씩.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내 관심을 끌려고. 내가 집에 없을 때, 내가 잠들어 있을 때 저런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물그릇 주변에 끈 같은 게 있으면 그걸 물어서 물그릇에 넣거나, 놀다가도 물그릇 주변을 지나갈 때면 간혹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걸 저기다 처넣을까? 고양이 마음을 어떻게 알겠나? ***


(아깽이 시절 그냥 커다란 유리 물그릇일 때)


오오, 빛이 반사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저 삐까번쩍함! 우와, 멋지다! 흔들흔들, 번쩍번쩍. 혹시 저것이 신 앞에 떠 놓고 소원을 빌 때 썼다던 정화수(정안수)라는 것인가? 잠깐, 그렇다면! (두리번, 후다닥)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너구리 꼬리 장난감인데... 이거 줄 테니까 신님아, 내 소원 좀 들어주라. 야웅, 야웅... 야웅, 야웅...


“야, 너 그걸 왜 또 담그는 건데! 물 방금 갈았는데 또 씻어야 하잖아!”


아 씨, 어디 있다 귀신같이 나타나가지고.


(자동 급수기로 바꾼 후)


물이, 물이 졸졸졸 흘러나오는데?! 아니, 어디서? 주변에 강이나 시냇물도 없는데? 오, 이것은 신이 축복한 물줄기인가? 그렇다면! (두리번, 후다닥) 이거, 내가 아직도 제일 좋아하는 너구리 꼬리 장난감인데... 너무 오래 가지고 놀아서 반 토막뿐이지만, 이거 줄 테니까 신님아, 내 소원 꼭 들어주라. 야웅, 야웅... 야웅, 야웅...


(현관문 여는 소리, 일 끝내고 돌아온 아저씨 등장) “야 인마, 또야! 아니, 왜 그러는 건데? 물통 또 씻어야 하잖아! 니가 닦아, 이눔의 자슥아!”


아이, 참, 어떻게 알고 들어왔대? 귀신이네, 귀신.


(그날 밤)


아저씨는 침대에 누웠지? OK. 그렇다면... (슬금슬금) 너구리 꼬리를 이렇게 놓고. 신님아, 이번에는 동작 좀 빨리빨리 하자, 알겠지?


야웅, 야웅... (나랑 놀아주지도 않고 먹을 것도 팍팍 안 주는 저 아저씨...) 야웅, 야웅... (살 좀 찌고 넉넉해서 마음이 여유로운 새 아저씨로 바꿔 주세요...) 응? (고개만 빼꼼 내밀고 쳐다보는 아저씨와 눈 마주침) 으악!


“이 개눔의...”


(후다닥. 소파 밑으로 피신) 진짜... 귀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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