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다가 뭔가 콕콕 찌르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빨래 건조대에 걸어둔 청바지 아래로 고양이가 쳐다보고 있다. 집사 전용 CCTV가 작동 중이다. 녹화 내용은 CCTV 마음대로, 저장 기간은 CCTV 수명이 다할 때까지. 녀석의 눈을 보다가 몇 시간 전 외출했다가 봤던 장면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 정류장에 멈춘 버스 창밖으로 개 두 마리가 보였다. 목줄에 묶여서 산책을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산책 말고도 목적이 하나 더 있었다. 엄마의 배웅. 엄마가 버스를 타서 내 뒤를 지나 버스 안쪽으로 쭉 들어가자, 개들의 시선도 그에 따라 이동한다. 엄마만을 보겠다. 엄마만 찾겠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안 있어 창밖에 또 한 마리의 개가 포착됐다. 이번엔 목줄도 없이 그냥 건물 앞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 중이다. 1층이 카센터였던 걸로 얼핏 봤는데 아마 그 가게와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무료함과 듬직함이 느껴지는 자태. 같은 날은 아니지만 며칠 전 봤던 다른 개의 모습도 있다. 산에 갔다 내려오는 길에 써브웨이 앞을 지나는데 개 한 마리가 출입구 앞에 철퍼덕 배를 깔고 앉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장 안에 외국인이 있었는데 아마 그 사람을 기다리는 듯했다. 자세는 웃기지만 애잔하면서도 애틋한 분위기.
개들의 모습과 이미지를 날려 보내고 다시 고양이를 본다. 자기만 바라보라는 욕망과 전혀 믿음직하지 않은 가벼움과 투덜거리며 짜증 난 듯한 분위기. 도대체 어떤 지점에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게 갈라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