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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느끼는 시간 - 밤하늘의 파수꾼들 이야기
티모시 페리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석영 감수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우주를 느끼는 시간은 별을 관찰하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얘기다. 저자인 티모시 페리스는 어렸을 때부터 별을 좋아했다. 기자로 성장한 그는 과학 관련한 활발한 저술활동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별과 아마추어 천문가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책은 20여개의 주제로 이루어져있으며 주제의 말미엔 아마추어 천문가들과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있다. 주제는 다양하다. 어렸을 적, 과학을 사랑한 자신의 얘기나 행성 하나 하나를 주제로 삼아 관련 정보와 배경 이야기를 한다. 주제가 끝나면 그가 만난 여러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대개 주제마다 한명씩 언급된다.
아마추어 천문가 중 스티븐 제임스 오미라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별을 관찰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진을 찍어 아름다운 별의 모습을 담는다. 그러나 그는 특이하게도 손수 그림을 그린다. 왜 그런지에 대해 "필름과 CCD로 얻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의 본질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신 기술이 발달한 현대의 세계에서 연필을 사용하는 것이 본질을 더 잘 잡아낼 수 있다는 주장이 이채롭다.
천문학이라는 분야는 과학의 다른 분야보다 더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 분명 최신식의 설비가 도움이 되긴 하지만 원통형의 구조에 렌즈를 붙인 단순한 망원경만으로도 별의 세계에 뛰어들 수 있다. 우주라는 세계는 너무도 원대하기에 그렇다. 최신예 망원경이 더 먼 곳까지 포착할 순 있겠지만 모든 구석을 탐지할 순 없다. 진득하게 한 지점에서 몇 년이고 별을 관찰하는 일이라든지 세계의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연합해 24시간 내내 특정한 별을 추적해가는 일은 과학자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열정이 있기에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과학자가 놀랄만한 성과를 내기도 한다. 학계에서 무시당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별에 대한 애정은 꺾이지 않는다.
책을 보는 내내 왜 그렇게 별을 좋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째 보수를 받지 못하지만 천문관에서 어린이들에게 별을 설명하는 일을 하며 천문관을 지키기 위해 기부금을 모집하러 다니는 이의 얘기는 감동이었다. 생각해보면 별을 안 좋아하는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도심의 밤하늘은 회색 빛이지만 여행을 떠나 산속이나 시골의 벌판에서 바라본 하늘은 끝없는 심연의 색이다. 까만 하늘에 촘촘히 별들이 박혀 반짝거리는 풍경에는 누구라도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보면 시간과 돈과 잠을 포기하고 그 길에 들어서는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아쉬웠던 점은 사진 없다는 것이다. 별에 관한 많은 얘기가 있지만 100% 텍스트로 이루어진 책을 보고 있자니 슬슬 지겨워진다. 상상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 삽화든 사진이든 화제에 맞는 보조장치가 필요한데 그런게 없으니 이해에 한계를 느꼈다. 특히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인터뷰가 주제마다 실려있는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비슷했다. 별에 빠지게 된 동기, 인적이 뜸한 곳에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다른 이들을 초대하거나 아니면 혼자서라도 별과 함께 지내는 이야기가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흥미로웠지만 나중엔 좀 지루해졌다. 앞에서 얘기했듯 사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개성넘치는 망원경이나 관찰대의 모습,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모습이 책에 수록되어 있었더라면 책은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아쉬운 점에 대해선 어떤 면에선 별에 대한 나의 무지때문일 것이다. 천문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면 구태여 사진이 없어도 대부분의 내용을 상상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