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 - 가장 절실하지만 한 번도 배우지 못했던 일의 경제학
류동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재밌게 읽었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라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경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람을 이야기하며 경제이론을 접목하니 이해가 잘 된다. 보통의 경제 서적과는 다른 접근이다. 자본주의가 만고의 진리인양 포장되며 신자유의 물결이 세상을 뒤덮은 시대에 이 책은 그 속에 사람이 있음을 일깨워 준다. 늘 소비를 하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물가가 싸다고 좋기만 할까. 구조 속에 사람이 있다는 걸 의식하면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택배를 자주 받지만 땀흘리며 가져다 주시는 기사님에겐 건 당 500원 이하의 이익이 돌아간다고 한다. 택배 비용을 아끼려고 시도하면서도 이렇게 싸게 보내서 남는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결국엔 힘 없는 배달 기사님의 임금을 깎은 셈이 되었다. 그렇다고 택배 비용을 올린다고 쉽게 문제가 해결되리라 보기도 어렵다. 얻어 지는 이익의 증가분이 기사님에게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지역 판매 대리점과의 갈등문제로 한창 욕을 먹었던 남양유업이 녹취 파일을 올린 대리점을 고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제가 불거졌을 땐 대국민 사과를 하지만 뒤에선 또 다른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대기업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주는 경제의 구조속에서 일반 국민이든 구조의 하단부에 위치한 노동자든 대기업과의 싸움에선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 일반 상식의 범주에선 옳고 그름이 명확해 보이는 문제도 경제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어느새 본질이 흐려지고 만다.

 

경제 이익을 강조하면서 일반 국민의 이익은 희생되는게 당연시 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보면 경제 이익이라는 것은 기업의 이익을 말할 뿐이다. 기업에 유리한 경제환경과 정책을 펴면서 그것이 국가 전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선전되지만 공염불에 불과하며 대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구조속에서 사람은 잊히고 만다. 전체만을 따지다 보니 전체에 현미경을 들이대야만 보이는 모래알 같은 한 명 한 명의 개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택배기사는 법 상으로는 한명의 사업주로서 지역 대리점과 전체 물류망을 관리하는 대기업과의 협상으로 수익을 분배하는 입장에 있다. 유명 택배 기업의 임원이 택배 비용의 현실화를 주장하며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예를 들기도 하지만 비용을 올리는 조치가 구조의 하위에 위치한 배달 기사에게 얼마나 전달될지는 단순한 경제적 시각으로는 알 수 없다. 경제를 따지면서 잊어 왔던 사람이라는 개념을 설정해야 한다. 경제가 잘 굴러가면 사람도 잘 살게 될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경제라는 거대한 열차를 정말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운용을 위한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택배에 대한 예를 들었지만 이 외에도 이 책엔 경제 구조속에 불리한 입장에 처한 많은 사람들의 얘기가 나온다. 주위를 돌아보면 맞는 얘기들이다. 사람을 잊게된 결과가 지금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대해 아쉬웠던 것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책만 보면 참 현실이 퍽퍽하다.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특별한 해답을 주었으면 했지만 쉽지 않은 문제여서인지 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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