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 인류 최대의 적
앤드루 스필먼 외 지음, 이동규 옮김 / 해바라기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여름을 맞이해서 이 책을 읽었다.

효과적인 모기 퇴치법을 알려주진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모기의 유해성과 모기와 인간과의 끊질긴 투쟁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모기 전문 곤충학자가 글을 쓴 것 같은데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가끔 생소한 한자어 표현이 있지만 바로 옆에 한자가 명기되 있어 뜻을 아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쪽수도 두껍지 않은데다 삽화가 들어가 있어 시각적으로 재미있고 술술 넘어간다.

모기로 인해서 무수한 사람들이 죽었다. 말라리아, 황열병, 학질 따위의 병들을 모기는 옮기는데 이로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본격적인 구제가 시행되기 이전 아프리카, 남미, 인도 등지에서 수 만의 사람들이 죽었다. 의학 과학이 발달하기 이 전 당시의 지식인들조차 모기라는 조그만 생물이 강력한 질병을 옮기는 줄 미처 알지 못 했다. 주변을 소독하고 나쁜 공기가 원인일 것이라 짐작하고 전혀 관계없는 곳에서 병을 잡으려 기력을 소진했다. 때론 이것이 인종차별을 야기하는 방향으로 엉뚱한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병의 근원이 불결한 흑인에게 있다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오인했다.

과학은 결국에는 구제법을 제시했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다. 구제법으로서 모기를 다스려 병을 막을 순 있지만 이것은 한 편으론 질병에 대한 면역성의 부재를 가져온다. 식민지의 원주민들은 어느 정도 위의 병들에 대한 면역성이 있었지만 새로 침입한 서구 열강은 면역성이 없었다. 이에 대한 결과는 참혹했다. 원주민들이 면역성을 가지게 된 것은 병에 노출된 자연스런 상황속에서 어느 샌가 얻어진 결과 였다. 모기를 철저히 막음으로서 병과 차단되고 이것은 면역이 형성될 기회를 잃게 한다. 다시금 병이 발병한다면 결과는 대참사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에서 벌어진 각 종의 전쟁에 대해 이 책은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흔히 전쟁이 벌어지고 그것을 학교에서 배우게 되면 우리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측면에만 주목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선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부분을 기술한다. 서구의 아프리카, 남미, 인도에 대한 진출, 1,2차 세계대전 등 각 종의 전투속에서 때때로 전쟁의 성패는 병력이나 무기의 우수함에 있지 않았다. 우습게도 새로운 풍토속에서 발병한 전염병때문에 실제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상대국도 비슷한 상황속에 있어 더 이상의 전쟁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쟁이라는 긴박한 상황속에서 전염병을 잡는 일이 더 시급해진 것이다.

발병을 막기위해 전문인력이 투입되고 전략이 세워져 결국에는 모기를 구제해 내고야 마는 장면은 소설보다 극적이다. 재난영화 속에서 멋진 주인공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재난을 떨쳐 내는 장면을 목격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맛 볼 수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소설보다 극적인 일이 논픽션의 세계에 많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소설을 멀리 하게 됐다'고 했는데 그 말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은 모기를 완전히 잡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모기라는 생명체는 이에 맞춰 진화할 것이고 그 속도를 넘어서 씨를 말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책의 말미에 인류보다 앞서 지구상에 등장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모기에 대한 경이가 나오는데 나 또한 책을 읽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지만 매우 성가신 모기에 대하여 조금은 생각이 바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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