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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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 번을 흘들려야 어른이 된다. 작년엔 그렇게 난리가 났었던 란도샘의 <아프니까 청춘>은 표지만 보고 넘겼었는데, 작년 말인가 어느 책방 싸이트에서 열렸던 시상식에 초대가 되어 란도쌤을 뵌 적이 있었다. 사진도 찍었다. 그때,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걸 들었다. 얼결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다음 책은 중년을 위해 쓸꺼라고. 그래서 중년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막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고, 500명의 독자 모니터를 모집한다는 정보에 신난다고 응모를 했었다. 가제본으로 된 책들은 언제나 가슴을 떨리게 만든다. 아무도 읽어 보지 못한 책을 접할 때에 설레임. 표제만 보고 하루를 생각했었다. 표제가 제대로 된것일까?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천 번쯤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책을 읽고 난 뒤 이 제목이 다른 글에서 따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가제본과 정식으로 출판된 책을 만났다. 8월 초에 책을 읽었었는데, 리류를 쓰려니 기억이 가물가물 한것이 아닌가? 다른 책들과 섞여 버려서 500명에게만 준다는, 한정판. 란도쌤에 친필 사인도 들어있고, 내 이름도 작게 들어있는 책을 펼쳤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얼마만큼 와 있는 걸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란도램은 이야기를 했다. 이 아픈 청춘을 견뎌내야지만 어른이 된다고. 견뎌낸 청춘은 이제 아프지 않을까? 아프지 않아야 하는데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아픔은 청춘의 아픔과는 비교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프다. 란도쌤이 이야기하고 있는 생물학적 나이로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어른아이들'이 겪는 아픔. 그리고 더 큰 어른이 겪는 아픔. 열 세살 딸 아이는 스무살만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때는 대학도 가고 하고싶은 일만 할거라고. 회사에서 아르바이르를 하고 있는 스물세살 애 띤 여학생은 서른만되면 행복해질 거라고 이야기 한다. 그때가 되면 학자금 대출도 다 갚고, 인생을 여유롭게 살 수 있을꺼라고 말이다. 내 나이 서른엔 어땠지? 아이들과 씨름하느냐고 정신이 없었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도 할수 없는 시간들 이었고, 마흔이 되어 아이들이 조금만 크면 행복해 질 줄 알았다. 지금 나는 아이들도 컸고 바라던 그 나이가 되었는데, 여전히 아프다.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면 1미터를 갈 수 있는 애벌레가 죽기전에 10킬로미터를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더 열심히 몸을 꿈틀거랴야 할까? 아니다. 리셋해야 한다. 나비로 변해 훨훨 날아가야 한다. (p. 47 /리셋! 내 인생 중)



란도샘의 말처럼 만만찮은 ‘어른의 삶’은 여전히 내앞에 있다. 지금 내가 마주보고 있는 '어른의 삶'.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 내 인생을 다시 바꾸어 버릴 수도 있는 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왔지만, 발을 내 딛기가 몸서리 치도록 두려웠다. '이걸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해 놨던 것들은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고, 내가 추수리고 책임져야만 하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는다. 힘든일을 뭐하려고 하느냐고, 아직도 아이들이 어린데, 아이들은 어떻게 돌 볼 생각이냐고. 작은 아이가 5살 되던 해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분명 그때도 이랬을 것이다. 임신과 함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뒀었으니 그때까지의 10년이라는 공백은 더 무서웠을 것이다.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지금에 자리의 안락함때문에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리셋!'을 읽었다. 나비가 아닌 애벌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해봐야지. 아니더라도 그냥 사그라 드는 것보다는 힘들고 애써야 나중에 후회라도 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력을 무시하고 지금 이 나이에 신입사원 모집공고에 응모를 했다. 심장이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두렵고 떨린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두려움과 설렘.




나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있는걸까? 란도샘의 말처럼 흔들리고 아파하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전혀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끄러워 할일도 너무 많이 아파 할일도 아니다. 인생은 그런거니까 말이다.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다. 15호 태풍 '볼라벤'이 싹쓸이를 하듯이 전국을 휩쓸었고, 이제 14호 태풍 '덴빈'이 움직이고 있단다. 그 싹쓸이에 죽을만큼 이 땅이 아파하고 있다. 서울경기 지방은 태풍의 피해가 덜한 편이라고 해도 아래쪽은 지금까지 애써 이루었던 모든것이 엎어져 버려 망한자실한 분들이 부지기 수라고 한다. TV화면으로 보는 피해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프니, 겪으신 분들은 오죽하셨을까? 하지만 사람이라 산다. 죽지않고 버티면 살아나가는 것이 사람이다. 책을 읽다 보면<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있는 '인생시계'부분이 다시 언급되어 있다. 이제 인생시계를 80으로 맞추긴 힘들지도 모른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있으니까. 아이들을 다 키우고 이제 여유롭게 살기만 하면 된다는 인생도 인생시계에 대입해 보면 여전히 정오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남은 시간을 너무 아파만 하고 살기엔 삶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아니, 사랑한다는 것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일 것이다. 나만 사랑한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자신만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자신만 사랑하지는 않는다. 육체적 만족과 쾌락만이 사랑은 아니다. 나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 란도샘의 말처럼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적 삶의 굴레는 어느 순간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견뎌내는 것이다. 꼭 하루씩만 살아내자고 외치는 이유는 내 앞에 어떤 삶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태풍 속에서도 삶이 나를 거칠게 흔들어도, 흔들리면서 '성장'하고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 것.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나는 '어른아이'다. 오직 나만을 위해서만은 살 수 없는 지금, 가족도 지켜야 하고 일도 해야하고, 나를 꿈꾸기도 해야 하는 지금, 흔들릴때면 뿌리채 뽑혀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가 많고, 어려움은 외면해 버리고 싶을때가 셀 수 없이 많지만, 내 인생은 이게 끝이 아니기에 나는 리셋을 준비하고 '아모르파티'를 외친다. 천 번을 흔들리고 또 흔들려도 흔들릴 준비가 되어있는 내게~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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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오의 하늘 6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다큐멘터리 만화 요시오의 하늘 6
air dive 지음, 이지현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8월
절판




왜 이제야 <요시오의 하늘>이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완결이 안된 만화라고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만화를 좋아하는데 <요시오의 하늘>이 6권이 나올 때 까지 한권도 읽지 않았다니, 나를 아는 지인들은 의아해 할 정도였다. 끊임없이 요시오의 이야기가 주위를 스쳐가듯이라도 들려왔었는데, 6권이 나온 지금에야 왜 이 책이 눈에 띄었을까? 처음 1권은 아이가 곤충채 같은것을 들고 있었던 그림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요시오의 하늘>을 만났다. 도통 누가 요시오인지 알수가 없었다. 일본 만화의 특성상 오른쪽에서 왼편으로 읽어내려가는 글도 어색했고, 갑자기 나오는 간호사에 이야기에 무엇을 이야기하는 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게 왠걸... 두개에 큰 줄거리로 이야기는 풀어나가고 있고, 하나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마음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쿵쾅거리고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아닌가? 만화를 읽으면서 잘 운다. 책으로는 그렇게 눈물이 흐르지 않는데, 만화로는 왜 그리도 감정 이입을 잘하는지 모르겠다. 눈으로 그림이 그려져서 일까?






중증 환자들이 많이 입원해 있는 훗카이도 소아전문 병원에 신입 간호사, 사토가 부임을 한다. 바다가 보이는 곳. 신입 간호사가 보게 되는 의료현장은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이상한 의사, '아이들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사람. 주의 사람들은 그 의사에게 빨리 적응하라고 이야기를 한다. 의사 타카하시. 훗카이도 병원의 수술에 반이상을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사람. 이제 사토에 눈에 타카하시와 다른 의사들의 엇갈리는 치료방침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민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환자 가족들의 현실을 돌봐주는 사람,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다가왔을때, 석양이 물드는 병동에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눈으로 보이는 노랫소리가 내 맘에도 울려퍼지면서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어 버린다.



언젠가 나 그 벽을 넘어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내 삶의 끝에서 나를 묶을 순 없죠.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 카니발의 '거위의 꿈' 중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다 이야기는 <청년편>으로 돌아가 버린다. 아마, 다른 편들도 그랬을 것 같은데, 청년편으로 되어 있지만, 12살의 요시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중학교에 전학을 가서 친구들을 사귀자 마자 아버지의 전근으로 요시오와 누나 카즈코, 둘만 부모님과 떨어져서 생활을 하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학교, 이곳에서 요시오는 말썽꾸러기 친구 코이케를 만나게 되고, 코이케와 함께 요시오의 사춘기가 시작된다. 그 시절은 어느 나라나 비슷했던지, 말썽꾸러기로 찍혀버린 코이케는 쿠마이 선생님께 거의 매일 혼나고, 코이케와 함께 한다는 이유로 요시오 또한 벌을 받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 버린다. 아이들은 이야기 한다. '우리가 하는 말 따윈 전혀 듣지도 않고 자기말만 하고...'(p.162) 어른의 특권을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던지, <요시오의 하늘>에 나오는 쿠마이 선생은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에만 바쁜 사람처럼 보인다. 어떤 이유로 그러는지 조차 나오지 않은채,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의 모습만으로 그려진다. <요시오의 하늘> 6권은 이렇게 끝이난다.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7권을 기다리게 만들고 끝이 나버린다.


이 아이들은 분명 변할 것이다. '독자들이 찬사를 보낸 다큐멘터리 만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감동실화!'라고 출판사는 이야기 하고 있다. <감.동.을.읽.다>라는 강한 카피라이터로 눈길을 잡고 있는 <요시오의 하늘>. 한명의 의사가 만들어내는 '생명의 기적'을 읽을 준비는 끝났다. 책 속에 나와있는 타카하시 요시오 선생이 말하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는 억압 받았던 어린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는지도 모른다. 소아뇌신경외과의로 활동하면서 많은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생명과 마음을 구해준 실존하는 의사라는 타카하시 요시오. 생명을 구하는 것은 의사의 의무일지 모르지만, 마음을 구하는 것은 선택이다. 소아병동에서 만나게 되는 아이들. 태어나자마자 고통 속에서 헤메고 있는 아이들과 가족들의 절망을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환자가 의지 하는 유일한 사람이 의사라는 것은 안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사람들. 그들을 위해서 그들에 마음을 다독여주는 의사가 얼마나 있을까? <요시오의 하늘>은 의사가 아닌 사람으로, 아픈 맘을 가진 이들의 맘을 다독여주는 사람에 이야기다. 그가 만들어 내는 기적은 사랑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죽는 아이도 있고, 더 아파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는 아픈 몸보다 아픈 마음을 살펴주는 의사이기에 아픈이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1권도 읽지 않은 내가 이제 7권을 기다린다. 요시오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그가 이루어내는 다른 기적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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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페우스의 영역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수현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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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페우스  그리스어로 ‘형태’ 또는 ‘모양’을 뜻하는 ‘모르파이(morphai)’에서 파생한 말로 ‘모양을 빚는 자’라는 뜻이다. 잠의 신 힙노스와 카리스의 하나인 파시테아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신 닉스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이켈로스(또는 포베토르)와 판타소스의 형제이다. (출처:두산백과)

 

 

 눈뜬 순간, 내가 알던 세계는 사라졌다.  인공 동면 문제를 정면에서 파헤친 화제의 메디컬 드라마.  은색 관 안에서 5년의 잠에 빠진 소년, 잠에서 깬 그의 눈앞에 펼쳐질 풍경은? 이라며 대담하게 독자를 끌어당기는 책을 만났다.  처음엔 이 묵직하면서도 오싹한 주제를 보면서 공포물인 줄 알았다.  한여름에 만난 책이었으니까.  '콜드 슬립'을 읽으면서도 '블라인드'를 생각했으니 당연히 공포물로 생각을 했었고, 책장을 몇 장 펼친 후에는 실베스터 스탤론에 <데몰리션 맨>이 떠올랐었다.  1960년대에 살던 경찰이 냉동감옥에 있다가 2032년에 깨어난다는 이야기였었는데,1993년도 작품이었으니 먼 미래에 일이라고 생각했었은데, 그 먼미래의 일들이 하나 둘 현실이 되어 수면위로 나오고 있다.

 

 현재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이 개발되기까지, 5년간의 완전한 잠을 보장하는 '콜드 슬립.' 안구에 생긴 이상을 5년 뒤 치료하기 위해 잠든 소년, 사사키 아쓰시와 소년이 동면하는 동안 소년을 돌보던 센터 직원 히비노 료코에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아이는 누워있고, 그아이를 위해서 료코는 매일 매일 새로운 정보를 CD로 틀어준다.  <데몰리션 맨>을 보면 인간의 기억을 바꾸는 부분이 나온다.  내가 하지 못했던 것도 동면상태에서 기억 조작으로 알게 만드는 부분이었는데, 실현 가능성을 알지 못하지만, 료코는 그녀가 모르페우스라고 부르는 아이, 사사키에게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들려주면서, 하루 하루를 아이와 함꼐 한다.

 

 사키는 어떻게 모르페우스가 되었을까?  '히프노스 사의 사명은 여러분을 눈뜨고 싶은 시대로 모시는 것입니다. 영원히 동면하고 싶은 분께는 상조 회사 주소를. 다시 일어나고 싶은 분께는 회프노스 사 전화번호를'(p.33) 이라는 대담한 광고 문구는 최장 5년의 동면 실시법이라는 한시법과 함께 존재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4학년, 아홉 살에 사사키 아쓰이는 콜드 슬립 외에는 눈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시행 초기에 최초로 콜드 슬립을 원했던 아이.  아이의 의견과 부모의 의견이 일치되어 '콜드 슬립'이라는  모르페우스 시스템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대사관 이발사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시절을 외국에서 홀로 보냈던 료코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대사관에 있는 도서관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료코는 많은 언어들을 익히고 기본적인 의료기술까지 익혔음에도 료코는 자신감을 잃은 채, 수면아래로 숨어 들으려고만 한다.

 

 면 실시법에 2항, 동면 중에는 동면 선택자의 참정권, 시민권을 정지한다. 살아있는 생명이면서도 생명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모르페우스.  이제 모르페우스를 걱정하는 인물은 료코뿐이다.  사사키가 잠이 든 5년 동안 아이의 부모는 이혼을 하고, 아이에 대한 모든 권한을 포기해 버린 상태.  아이가 눈을 뜰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아이를 위해서 함께 한 5년. 이제 모르페우스는 료코에게 그냥 그런 지나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료코에 모든것이 되어 버린 아이.  이 아이가 눈을 뜨면 이 아이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일까?  

 

 영화가 현실이 되어가듯이 언젠간 '콜드 슬립'이 현실이 될 시대가 올 것이다. 이때 나오는 문제들, 저자가 이야기 하고있는 '동면하는 동안의 인간 - 즉, 사고가 정지된 상태의- 의 시민권은 정지되어야 하는가?  동면 전과 동면 후, 인간의 삶은 연속체로 이해해야 하는가?  동면이라는 희귀한 의료 케이스에 대한 의학적 자료 공개는 어디까지가 인권 침해인가?' '삶의 연속성'이라는 문제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다.   레티노사우르스에게 두 눈을 잃기 싫어서 '콜드 슬립'을 원했던 아이는 5년 후 세상이 똑같이 이어질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모의 부재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5년에 시간동안 아이가 커가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니까.  9살이 14살이 되었다 해도 여전히 아이니까.

 

 1994년에 만들어 졌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은 B급 영화의 고전이다.  20세기 초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싸구려 장르 소설을 펄프 픽션이라고 칭했었다.  지금 내가 있는 책은 민음사에서 장르 불명, 규정 불가, 순수 100%의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을 내새우면서 B급 소설의 부활을 외치면서 만든어낸 <펄드>에서 야심차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요즘 흔하게 접하게 되는 책들과는 다르다.  책 날개가 없는 표지, 양장본을 과감하게 엎어버리고 중저가 본문용지를 사용해서 7800~8800원대의 가벼운 책을 보여주고 있다.  책 값만 가벼운 것이 아니라 책도 가볍다.  아이들 책보다도 아담한 사이즈의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읽어봐~ 후회하지 않을꺼야. 재밌거든.'을 외치는 것 같은 그런 책이다.  

 

 모르페우스를 사랑하는 료코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어떻게 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이야기는 읽어 봐야 한다. 그래야 알 수 있다.  책을 다 읽은 후에야 표지속 얼음 속에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남녀간에 사랑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정이 사랑이 되어 버리는 이야기. 현대 과학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삶의 연속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모르페우스의 영역>.  이번에 읽었던 <펄프>에 다른 책들보다는 가독성이 조금은 떨어졌지만, '콜드 슬립'에 대해서 확실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책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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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크리스마스 미니 미니 4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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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세계적인 동화작가다. 지나치지 않은 빠른 전개, 재치 있는 유머, 다양한 소재로 생생하게 풀어가는 아이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가다. 또한 아이들의 실제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아내고 글 속에 녹여내는 뛰어난 삶의 통찰력이 뇌스틀링거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독일의 국민 아동작가라 칭해지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들려주는 깜찍 발랄한 미니 이야기. 이번엔 미니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을까? 1권에서 친구 울렁증과 선생님 울렁증을 가지고 학교에 첫 등교했던 미니가 벌써 학교 생활 이 3개월이 지났단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독일은 학기의 시작이 9월 부터인지 학교 생활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미니는 벌써 크리스마스를 걱정하고 있다. 미니랑 막시는 같은 학교에서 나란히 앉는 가장 친한 짝꿍이다. 게다가 미니는 막시를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랑 아빠는 그건 조금 과장된 생각이라고 여기지만, 미니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막시에게 물아보기만 하면 해결이 된다. 미니 생각엔 막시는 인생이 뭔지 잘 알고 있는것 같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늘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을 하다니 미니나 막시나 여간 조숙한 것이 아니다.



석달 전 부터 미니는 돈을 모으고 있단다. 미키 마우스도 안 사고, 사탕도 껌도 안 사 먹고, 새 색연필도 사지 않았다. 1유로짜리든 5센트짜리든 10센트짜리든 돈이 생기면 모두 돼지 저금통에다 넣고 모았단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 조숙하고 깜찍한 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고 모으고 있단다. 작년까지는 할머니가 선물 값을 치러주셨는데, 그건 할머니 선물이지 미니의 선물이 아니지 않는가? 막스도 그건 미니의 선물이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할머니가 돈을 내주시면 미니가 사고싶은 선물을 살 수가 없다. 할머니는 '실용적인'물건들을 사야만 한다고 하시니까 말이다.



미니는 자기가 저축한 돈으로 '아무 쓰잘 데 없는 것'을 선물 하고 싶었다. 엄마한테는 망사도 달리고 금박 은박이 되어 있고 반짝 반짝 보석이 박혀 있는 머리핀을, 아빠한테는 버튼을 누르면 담배꽁초가 양철 뚜껑 밑으로 쏙 사라지는 재떨이를, 그리고 모리츠 오빠에게는 말채찍을 사줄 것이다. 미니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액세사리 가계와 생활용품 가계와 말채찍을 파는 가계에 가서 선물을 구입했다. 그리고 빨간 매니큐어 한병을 사서 자신만의 특별한 표시를 했다. 이제 크리스마스만 기다리면 된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의 선물>은 어디에나 나오나 보다. 그렇게 열심히 모아서 선물을 샀는데, 엄마는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아빠는 담배를 끊고, 오빠는 말을 타지 않는단다. 그렇게 열심히 모았는데 어쩌란 말인가? 선물을 바꾸려고 해도 특별한 표시 때문에 바꿀 수도 없단다. 이제 미니에게 닥쳐 온 위기를 어떻게 극복 할 것인가? 미니의 특별한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사랑스런 미니는 7살 다운 생각을 하지만, 해결을 하고 만다. 그게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다.



미니 시리즈는 15권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동문학의 본 고장이라는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십년이 넘게 스테드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 각 권마다 미니시리즈는 각기다른 다양하고 재미있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실수하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도 언제나 씩씩하고 용감하게 상황을 헤쳐 나가려고 노력하는 미니의 모습은 용기와 지혜를 얻게 한다. 이번엔 막스와 막스의 언니가 도움의 손길을 펼쳐준다. 물론, 어떤 도움이었는지는 읽어보시길.. 미니 혼자 만으로는 해결되긴 힘든 일이었겠지만, 여전히 미니를 도와주는 손길들이 있고, 그 손길들은 여름의 끝에서 산타클로스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도와주는 손길 모두가 산타클로스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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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스타가 되다 미니 미니 3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2년 8월
절판



미니 미니 시리즈에 세번째 이야기를 만났다. 풀 네임은 헤르미네 치펠이지만 모두를 미니라고 부르는 이 예쁜 소녀는 이제 일곱살이다. 초등학교 1학년. 키가 어찌나 큰지 9살된 오빠 모리츠와 똑같은데 무척 말라서 표준보다 4kg가 덜 나간단다. 그런데 이 아이에 이름이 미니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막스라면 모를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미니의 가장 친한 친구는 막스다. 막스는 어떤 아이일까? 미니네 반에서 가장 작은 아이가 막스다. 세상엔 이름과 똑같지 않은것들이 참 많다. 물론, 그래서 재미있지만 말이다. 미니 미니 시리즈 2권에서 미니는 마우츠라는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는데, 3권을 읽으니 이제 마우츠는 미니네 식구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오빠 모리츠는 미니의 키가 큰게 불만이라 이따금 미니에게 못되게 굴긴 하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친절하게 대해 주는걸 보면 미니를 꽤 좋아하는것 같다.





미니에게 고민이 생겼단다. 미니는 노래를 꽤 잘 부른다. 그림도 꽤 잘 그린다. 심지어 무용도 조금 할 수 있고, 한 손가락으로 노래 몇 곡 쯤은 피아노로 칠 수도 있다. 다 잘 한다. 이렇게 능력이 많은데, 미니 생각엔 다른 아이들이 감탄할 만큼 '뛰어나게' 잘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그게 요즘 미니의 고민이란다. 막시도 크산디도 가비도 미키와 베르트 그리고 다니도 정말 잘하는게 있는데 미니만 아이들이 '미니 최고!'라고 외칠 수 있는게 없다니 고민이 아닐 수가 없다. 노래도 잘 부르고 싶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다이빙도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을까?


어떤 아이들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데, 어떤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다. 게다가 미니는 아무리 봐도 재능이 없는 쪽에 끼어 있는 것 같다.  엄마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미니야, 그게 더 나은 거야. 넌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잖니? 한 가지는 아주 잘 하면서 다른 것은 전혀 못하는 것보다 그게 더 쓸모 있는 거야!"(p.21)라고 하신다. 그 대답은 만족 할 수가 없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다른 것은 전혀 못한다'는 말은 맞지 않으니까 말이다. 미니는 뭘 잘 할까? 드디어 미니가 잘 하는 것을 발견했다. 미니는 숫자를 기가막히게 외운다. 12x12가 144라는 것도 11x11이 121이라는 것도 한번만 들으면 전부 외워 버린다. 정말 대단한 일인데, 친구들이 이해를 못한다. 그런거 외워서 뭐하냐는 분위기다.



미니는 기분이 좋지 않다. 별 쓸모없는 재능이라니. 이제 미니는 매일 밤마다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미니가 잘하는지 모르니까 말이다. 미니는 미니만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책의 작가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가. 그녀가 미니를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하다면 읽어봐야 한다. 양장으로 만들어진 이 예쁜 책은 사랑스런 미니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녀의 딸인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가 보여주는 미니 역시, 엄마가 만들어 낸 미니를 완벽하게 재현한 듯이 보인다. 아이들에 꿈은 참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꿈이 바뀌는 것 같다. 꿈과 재능. 재능이 있어야만 꿈을 꾸는 것은 아니지만, 일곱 살, 어린 소녀가 꾸는 꿈은 구체적이다.



어느 책에선가 청소년기에 생각해야하는 것들을 입시에 떠밀려서 대학에 들어가서 하고, 대학에서 고민해야하는 것들은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직장에 들어가서 고민을 한다는 글이 있었다. 사람은 사고의 동물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는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어린이용 도서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미니는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일곱살 미니를 통해서 아이들이 잘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건강한게 제일이지만 미니처럼 아이들은 '제일 잘하는' 한 가지를 찾고 싶어 하니 말이다. 미니 미니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미니 스타가 되다>는 우리 아이들과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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